이집트 역시 기본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지만, 인구의 90%가 이슬람을 믿고 있는 무슬림으로 구성되어 여느 이슬람 국가들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이집트도 타 이슬람 국가와 같이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술과 마약이 정신을 흐리는 것이라 하여 ‘하람(금지된 것)’이라 부르고, 이를 금하고 있다. 이슬람 경전(經典)인 코란(Al-Quran Al-Karim) 5장에도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계율이 적혀 있다.
술 마시는 것을 도박, 우상 숭배와 같은 ‘악마의 속삭임’으로 간주하면서 “이를 피하라”고 신도들에게 정언하고 있다. 정서적인 차원에서도 주류 판매, 시음이 터부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더라도 무슬림 사람들에게 음주는 율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금주를 지켜야만 한다.
실례로 2009년 레이시아의 한 무슬림 여성이 맥주 한 잔에 교도소에 수감되고, 음주에 대한 처벌로 태형을 선고 받은 것만 봐도 무슬림 속에 금주에 관한 율법이 쉽게 용인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집트에 술과 관련한 재밌는 일화는 또 있다.
나일강변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Grand Hayatt)’가 호텔 내에서 술을 금지한 사건이 그것이다. 호텔 소유주인 사우디 부호 압델 아지즈 이브라힘이 종교적인 이유로 호텔 내에서의 술 판매를 금지하고, 호텔 내 100만 달러어치의 술을 고스란히 나일강에 방류했다. 결국 나일강의 물고기들만 실컷 취하게 된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집트에서도 젊은이들이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이집트를 포함한 이슬람 국가도 위성방송과 인터넷을 타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서구 문물에 무풍지대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서구 문화를 접해온 무슬림 젊은이들에게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서는 안 된다’는 코란의 율법은 너무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집트 젊은이들이 ‘맥주 용인설’을 들고 일어났다. ‘알코올 농도가 높은 위스키는 안 되겠지만 맥주 한두 잔 정도는 인정해달라’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주류업계에서는 이집트나 터키 등 이슬람 국가에서 무알코올을 넘어 저알코올 주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미 우리나라의 하이트 맥주도 2006년 이라크에 수출(약 268만 달러 규모)을 시작으로 이슬람 국가의 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