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60페이지에 작은 사이즈의 양장본이다.

잡고 앉아 몇 시간이면 다 볼 정도의 양인데,

코끝이 좀 찡해지는 내용이라서 혼자서 보기를 추천한다.

 

등단한 지 몇 년 되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내던 무명의 동화작가 오명랑. 

마땅한 수입이 없이 가족들의 눈치를 보고 지내던 중

부업으로 이야기 듣기 교실을 시작한다.

 

세명의 제자가 그녀를 찾게 되고, 

그녀는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다. 

 

건널목이 없는 위험한 길에 카펫으로 만든 건널목을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과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던 건널목 씨. 

의심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모두 녹고 모두가 조금씩 아저씨의 따뜻함에 

익숙해질 무렵 홀연히 사라진 건널목 씨.

 

태희와 태호, 도희를 연결해주는 건널목이기도 했던 건널목 씨.

지금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묵묵히 건널목을 가지고 다니며,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기억되실 것 같다.                                              

회사 한구석 13호 캐비닛.

회사 생활이 무료한 공대리는 호기심에 13호 캐비닛을 열어보게 되고,

이일로 권박사의 호출을 받은 그는 이후 권박사의 조수가 되어 13호 캐비닛에 자료 정리 일을 맡게 된다.

 

13호 캐비닛 안에는 40년 동안 권박사가 연구한 '심토머'에 대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심토머'는 인간이지만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른 변화된 새로운 종을 말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한 몸에 지니고 있어 임신도 가능한 헤르마프로지토스,

한 달 길게는 3년에 시간을 잃어버리는 타임스키퍼, 

한번의 수면이 수개월에서 2년 까지 이어지는 토포러 등.

 

다양한 심토머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

심토머들은 그들이 받은 상처와 차별에 대해서 보통의 인간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심토머들은 희망적인 삶을 살기도, 매일이 절망적인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들이 사는 방식이다.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순간을 견디고 사는건 심토머와 우리의 공통점같다.

우리는 누구나 심토머가 될 수 있다.

이 소설은 10명의 다른 화자의 시선으로 본 미유키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대학 이후 변신한 그녀는 특유의 색기로 여러 남자 들을 유혹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워간다.

 

회사의 말단 여직원에서 고급 클럽의 마담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회사원과 주지 그리고 한참 나이 차이 나는 재력가까지

그녀의 남성편력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미유키와 관련된 남자들은 곤경에 빠지기도 하고, 

그녀와 비밀을 공유하지만 자신의 비밀을 들킬까 무서워 입을 다물고 만다.

 

사람의 욕망과 심리를 이용해서 미유키는 자신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줄 아는 여자다.

말 그대로 팜므파탈 그 자체다. 그렇지만 딱히 정말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오히려 미유키는 소설 속에서 감탄 나오게 당차고 멋진 여자다.

 

미유키 주변에 사람들은 그녀를 시기하거나 탐하거나 관찰하고 동경한다.

공통된 점은 그녀의 묘한 매력에 하나같이 시선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왜 갑자기 그녀가 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유키는 정말 확실하게 변했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소문의 여자 미유키가 어디에서든 이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