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픔에 대한 지식없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과

그간에 썼던 소설들과는 다르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듣고 무작정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완독하기까지 작년 9월에 구매해서 1년정도 걸린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이 강한 소설은 아니였다.

오히려 책 속에 함축적이고 비유적이고 그리고 철학적이기 까지 한 단어들에

혼란스러운 기분마저 드는 소설이었다.

 

무수히 쏟아내는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읽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그 무수한 말들 중 내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우리가 후손에게 빌려서 쓰는 것이다."

내가 가장 이해하기 쉬웠고 가장 공감되었던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빌린 이 세계를 잘 쓰고 후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자연을 훼손하고 쓸모없이 만든 헌 것을 주려하고 있다. 

그들이 더이상 살아갈 수 없게 당장의 눈앞만 막고 먼 곳을 보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등장하는 소설속에 많은 문제들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기도 하다.

단순히 소설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기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몇 해째 변덕스러운 날씨와 자연재해들은 소설 속 문제들과 다를 바 없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 이제는 더이상 바뀌지 않으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후손들에게 끔찍한 모습으로 기억 될 지도 모르겠다.

기계는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기계가 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하는 일들은 여지없이 줄어 들고 만다.

 

공장의 기계들은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사람의 도움없이 순전히 기계 자기자신만으로 제품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물론 기계와 사람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되는 작업도 분명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기계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능률적으로 이것이 기계의 사용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사람보다 기계를 더 신뢰하는것 같다란 생각이 들때가 종종있다.

기계는 사람에 의해 작동되고 만들어지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사람보다 월등한 존재로 인식되어 사람들 위에 군림하기도 한다.

 

사람은 실수하지만 기계는 실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기계도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실수가 있을수 있고 고장이 있을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하게 완벽한 건 없다.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기계라도 그것이 사람보다 우선시 될 순 없다.

 

이 소설은 기계에 미쳐버린 한 인간의 삐뚤어진 마음이 만들어내는 나비효과다.

시작은 한 사람의 마음안에서 시작되어 작은 불씨가 생겨 그것이 점점 큰 불이 되어가는....

관련이 없는 듯 하면서도 이런 저런 연결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진실에 다가 갈수록 오히려 찝찝한 끝을 보여준다.

작가나 책에 대한 대한 아무 지식없이 책 뒷면에 써진

이외수작가님의 칭찬에 찬 글을 읽으며 막연한 기대감에 구입한 책이었다.

 

문장들이 너무나도 신선하고 독특해서 엉뚱한 느낌도 들고,

아직은 내가 잘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지만 책은 무척 흥미로웠다.

 

소설 속 단편들은 때로는 어렵고 난해한 점이 많았지만,

이해를 떠나 그가 써놓은 갖가지 이야기 속을 즐겁게 놀다가

마지막장에 긴긴 평론가의 소감문을 읽으니 왠지 내가 무지한 인간 같았다.

 

다양한 의미와 상황들이 밀집된 소설을 내가 너무 생각없이 읽어내려갔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소설 한권을 읽으며 생각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가장 맘에 드는 단편은 갑을 고시원 체류기였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고시원 사람들의 모습과

힘들지만 장학금도 받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에 짠한 마음도 들고

힘든 시절을 견뎌내고 그곳에서 다시금 희망을 찾은 화자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스코리아와 결혼을 안해도 몇 층짜리 집에 살지 않아도

내 몫의 계란 후라이를 충분히 챙겨 먹으면서 가족과 함께 살고

발 편히 뻗고 누워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화자의 모습을 보면서 힘든 과정끝에 얻어지는 행복은 단단하고

당시에는 물론 너무나도 힘든 기억이지만 그런 추억들이 훗날 아련하게

가슴에 남아 과거를 돌아볼 때 웃음 지으며 이야기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