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이 주는 무거움이 생각보다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내 생각에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닮았다.

상상력과 심오함 그리고 깊은 곳에 뜻을 두는 내용까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더 처절하고 더 비극적인 내용을 상상했다는 것이랄까...

 

길에 박혀 버린 남자 이야기는 읽는 내내 측은함을 자아냈다.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에서 멸시의 대상이 되고 한순간에 모든것을 잃어버린

그 남자는 과연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 간밤에 남자에게는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점점 더 나쁜 상황이 계속되는 비참한 현실.. 남자에게 죽음은 오히려 선물같았다.

 

아이에게 치여 생활에 치여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엄마.

못생긴 외모 때문에 취직이 쉽지 않아 점점 사는것이 힘들어지는 대학생.

삶에 대한 애착을 놓고 현실에 비참함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사람들...

 

이 책에 제목이기도 한 <고의는 아니지만>이란 단편은

여러가지 상황이 이리저리 맞물려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그 모든것은 어떠한 고의 성도 없이 이어진 일들이지만

결국엔 한 여자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었다.

 

우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속에

누군가에게 상처주거나 모욕을 준 적은 없는지...

읽고나면 머리속이 복잡하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단편들이었다.

한 남자가 만든 아름답지만 철저히 괴물이 되어버린 여자가 있다.

그녀에게 그 남자는 가족이고 연인이며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 남자가 살해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봐야만 했던 여자...

 

그녀에게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 세상에 전부였던 남자가 사라지고 이제 그녀의 목표는 하나다.

그들을 죽이는 것... 복수를 위해 그녀는 그들을 한명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정확한 자료는 없다. 모든 것은 감이고 행동으로 얻는다.

그가 남긴 자료들과 그들의 얼굴을 안다는 것 말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그녀는 그들을 반드시 찾아가리라 다짐한다.

그녀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간 그들에게 복수 하기 위해서...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무참했다. 그녀에게 동정이나 자비는 없다.

힘과 민첩성은 동물과 같아서 아무리 운동을 했던 사람일지라도

그녀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한명씩 살해될수록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목격될수록

범인들의 불안은 커져가고 그들의 사이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지나간 과거에 있었던 잘못된 선택들과 지울 수 없는 기억들에 대한 대가로

그들은 마음속의 짐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 초조함과 불안감이 부른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이제 그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피해자도 없고 가해자도 없다 결국은 모두 피해자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세상에 숨겨져서 그의 뜻대로

인생을 살아야 했던 그녀가 아닐까 싶다.

물고기의 비늘과 아가미를 가진 남자 곤.

곤은 이런 모습을 가진 탓에 어떤 신분도 가지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근근히 살아간다.

 

어떤 사람에게 그는 지독히 밉지만 질투나는 존재이고,

어떤 사람에게 그는 인어왕자라 불리며 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곤에게 언제부터 아가미가 생겼는지

언제부터 등에 비닐을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태어날 때 부터일 수도 있고 삶의 어떤 순간

갑작스레 그의 몸에 나타난 변화일 수도 있다.

 

곤은 그런 몸의 특징들로 인해 고아원에 갈 수도 없었다.

결국 곤은 자신을 구해준 노인과 그의 손자 강하의 집에 얹혀 살게 된다.

 

곤은 마치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그들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만들어 버렸고

그런 곤에게 노인은 애처로운 눈빛을 강하는 가끔 알 수 없는 분노를 터트렸다.

 

언젠가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이지만 그 시간이 조금더 빨라지고

이별을 준비할 새도 없이 각자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사건 이후에도

그들은 서로를 잊지않고 항상 생각하며 살아갔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이 애정인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넘어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존재로서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어딘가에서 살아가주는 것 만으로도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책을 덮고 나서도 지독히도 외로운 그들의 삶에 가슴이 아파서 여운이 계속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