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행진은 스릴 넘치는 소설이다.

책장을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넘기고, 다음 내용을 읽을때 콩닥콩닥 심장이 뛴다.

 

오묘한 조합의 세 캐릭터가 함께 팀을 이뤄 벌이는 사기극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드는 기분이었다.

 

부패한 사기꾼 아빠의 돈을 가로채려는 모델출신의 치에.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남에게 사기치는 일로 돈을 버는 삼류 양아치 겐지.

그리고 미타그룹에 다니지만 이름만 미타일뿐 미타 그룹과는 전혀 상관없는 미타.

 

이 세캐릭터 중에서 나는 특히나 미타의 상황에 측은함을 많이 느꼈다.

똑똑한 머리에 일류 대학을 졸업해 일류 기업에 다니는 미타는

남들이 보기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 공부만 잘 했을뿐

업무능력도 떨어지고 인간관계도 잘 맺지못해 동료들에게 무시당하고 멸시당한다.

하지만 일류 기업에 다니는 그를 자랑스러워 하는 부모님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지도 못한다.

 

미타의소원은 태평양의 조그만 나라 키리바시 공화국에서 사는것이다.

그가 겐지와 함께 이 사기극을 함께 하는 것은 겐지의 협박이 아니라 그의 진심이었다.

그는 정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작은 나라에 가고 싶었다.

 

미타가 겐지를 처음 만난것은 겐지가 주최한 커플모임에서 였다.

겐지는 미타를 미타그룹의 자식이라고 생각해 미타에게 사기를 칠 생각이었다.

겐지의 사기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둘은 야쿠자의 도박장에 얽히게 되버린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도박장 방문에서 거액의 돈을 발견한 미타와 겐지.

도박장에 돈을 훔치려던 때 치에와 마주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세명의 청춘은 목표가 같았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 도박장의 돈을 가로채기 위한 한밤의 사기극을 계획한다.

읽으면서 제목을 한밤중에 행진 보다 질주로 하는게 더 맞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이 조마조마하고 긴장이 넘치는 속도도 신호도 없는 질주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올해 첫 삼십대를 맞이했다. 

겉으로 보기엔 변한게 없이 시간만 흐르는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한동안은 무척 조급했었다.

그렇게 삼십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좋은 말이 있으면 새겨 두고 싶고 책에서 뭔가를 얻고 싶었기에

책을 읽는 내 모습은 사뭇 진지 했다.

 

책에는 총 서른 한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책 자체에 분량이 많지 않은데다가 많은 단편이 들어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었지만, 나는 하루에 2~3편이상은 읽지 않았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 말고 읽으면서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속에는 서른한 살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새삼 내 나이의 무게를 실감했다.

 

젊다고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것을 놓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

이제는 인생의 방향이 제대로 정해져야 할 나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면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나이...

그렇지만 늦었다고 아무것도 안하기에는 또 너무 젊은 나이...

정말로 30대 초반은 생각보다 너무너무 복잡하다.

 

다양한 이야기 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성격도 행동도 사회적 위치도 정신적 성숙도 제각각이다.

결국 사람이란 나이로는 규정할 수 없는 각자의 인생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가가시리즈를 차례차례 읽지 않고 두서없이 읽다 보니

가장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가시리즈 중에서 두번째로 출간된 책이 "잠자는 숲"이라고 하니

탄생 이 후 첫 속편을 맨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다.

 

일전에 읽은 책들을 통해서 과거 그가 발레에 대한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언급되었던 부분이었지만 가가의 로맨스가 생각보다 달달하다.

 

졸업에서 그가 고백했던 여자친구는 어느새 안부를 묻는 친구로 변해 있었고,

그는 교직을 거쳐 형사가 되었다.

 

그가 왜 교직을 버리고 형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악의"를 먼저 읽은 탓에

알고 있던 부분이므로 속편에서 그가 살고 있는 두번째 인생은 전혀 낮설지 않았다.

 

가가에게 미오의 발레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아마도 그 공연 이후로 가가는 첫 눈에 미호에게 반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건 살해현장이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가 사람을 죽였다.

발레단에 몰래 잡입한 강도를 죽인것이다. 발레단 사람들은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정당방위를 입증해야만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계속 되는 가운데 살인사건은 또 발생한다.

계속 되는 사건 사고 속에서도 발레단의 공연은 막이 오르고....

공연이 끝나고 진실이 밝혀진 순간 왠지 모를 씁쓸함과 동정과 슬픔이 느껴졌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사랑한 그녀가 왜 그 이후 소설에선 등장 하지 않는지...

소설속에 가가는 형사로서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바쁜 사람같다.

그래서 아마도 그 인연도 그렇게 끝난 것은  아닐지....

가가 시리즈의 마지막은 미오와 다시 함께 하는 가가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