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너무나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아리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주인공들은 주변인들이 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로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힘들고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 아픔을 잠깐 뒤로 미뤄둔 사람들 같았다..
그러다가 미룬 아픔이 찾아와서 그 끝에 절망에 가서야 
다시금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기자신을 위로하기는 힘들지만 남을 위로하는 일은 더 쉽게 느껴지고 
남을 위로하면서 자기자신도 치유받는...

어쩌면 남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안에 자신을 위로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일들..
가족들과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수다를 떨고 
이런 일상적인 사건들이 어느 한순간 신기루 처럼 사라져 버린다면
그 누가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고 순응할 수 있을까...

나는 종종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 중 아주 가끔 의연할 사람들을 
볼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더욱 더 가슴이 아파오곤 했다.
슬픔이 극한에 이르면 눈물이 나지않고 너무 충격적인 일에 닥쳤을때

소리도 나지 않는것처럼 아주 큰 슬픔은 서서히 우리를 덮쳐온다..
생각이 많아 지지만 생각이 나지않고 생각을 할려고 하지만 생각을 할 수없는...

작가의 감성은 단순하지만 너무 솔직해서 나도 당분간은 이 저자의 소설에 푹 빠질것 같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1970년대 만들어진 좀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오래된 필름과 배경은 추리장르의 매력을 한껏 더해주고 있었다.

그때 처음 아가사 크리스티를 알게 되었다.
셜록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 도일만큼이나 유명하다는데...
아가사 크리스티를 나는 근래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우선 머 부터 읽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
등장 인물이 너무 많아서 읽다가 앞으로 넘겨서 그 인물이 누군지 
등장인물 소개를 간간히 보면서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하나라도 놓칠새라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다시 읽기를 반복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에는 물음표로 가득했다.
범인지 누구인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독백으로 처리하지 않는 사람이 누군지..
그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만...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살해 될 때 그 허탈감이란...

열명의 인디언 소년이야기와 그 뒤에 기막힌 반전..
그옛날 이런 반전을 상상할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읽고나서 소설속에서 나는 그의 독백을 한번도 듣지 않았음을 알았다.

누구보다 먼저 모든걸 말하고 행동했던 사람.. 나는 다시한번 앞으로 가서 
맥락을 맞추고 그제서야 모든것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이책을 다 읽고서 나는 20여분 정도를 울었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 한나와 그가 다시 재회했던 부분은 읽고 또 읽었다.

그가 놓친 그녀의 모습에.. 그가 신경쓰지 못한 그많은 것들에 대해서..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훌쩍이면서 잠이 들었다.

사랑을 믿지 않은 여자..사랑을 말하지 못한 남자..
영화 카피에 등장하는 이말.. 이제 알것 같았다.

둘다 너무 겁쟁이라서 자기안의 사랑만 믿을뿐 상대방의 사랑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고 나의 사랑에 대해서도 말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도 한나는 모든것을 다 준듯 보이고 
그는 이기적인 사랑을 한듯 보였다.

내가 책을 덮고도 여운때문에 힘들었던건
그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한나와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여자로서 한나가 너무 안됐고 너무 불쌍해서 였다.

아름다운 그녀만을 기억하고  그 기억속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그는 얼마나 이기적이고 이해타산적인가.. 아마도 그녀는 마지막에 알았을 것이다..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엔 기쁨으로 넘친 그녀의 얼굴이 빛을 잃은 것은..
더이상 그에게서 그녀에 대한 동경의 눈빛을 보지 못해서 였으며,
사랑을 믿지 않은 그녀의 어리석음 또는 그녀에게 그런 난처함을 들킨 그의 무지함이다.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그가 빨리 눈치 챘더라면..
사랑은 했지만 그녀에게 자리를 내어줄 순 없는 꼬마가 나는 정말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