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성장문학, 청소년문학, 아동문학 등의 장르를 매우 좋아한다.

읽고 나서의 따스함이나 그 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다 커서 읽는 청소년 문학은 어른이 된 내가 다시금 느끼는 사춘기 같은 기분이다.

 

작가의 전작 완득이를 보면서 재치발랄한 글에 만화책 보는 것 처럼 키득거렸던 나였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혼랍스럽고 마음이 아프고 먹먹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책을 살때 나는 사람들의 리뷰를 세심하게 보지 않는 편인데

읽기 전에 너무 많이 알면 읽으면서의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한줄평을 주로 읽는 편인데 완득이를 읽으면서도 여러번 울었던 지라,

작가의 재치 넘치는 글 속에서 그렇게 글이 흘러가다가 몇번씩 울게 되겟지 하는 마음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휴지를 옆에 두었다. 참 많이도 울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내가 읽은 그 어떤 청소년 소설보다 어른스러운 소설이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이름 짓기에는 너무나도 섬세하고 깊은 소설이다.

 

처음부터 천지의 자살로 시작하는 소설은 뒤로 갈수록

그녀 주변에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이 들어간다.

 

많지 않은 소설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나는 읽는 내내

천지엄마가 게워냈던 짜장면만큼이나 이 소설이 무겁게 소화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아프고 여운이 남아서 책을 덮은 뒤에도 여러시간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영리한 아이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것이 마음이 아프다.

[당신없는 나는]을 끝으로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금 집어든 기욤뮈소의 소설이었다.

 

항상 그의 소설속에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그렇듯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남자 주인공.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런데 로맨스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어났다.

그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어느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방황하고 피폐해진 그의 삶에 그녀가 나타났다.

자신의 소설속 여주인공을 너무나도 빼닮은 그녀.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는 그의 소설속에 빌리였다.

 

현실에서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비현실적 상황속에서

혼란 스러웠고 처음에는 전혀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고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그는 이제 한자도 쓸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가장친한 친구이자 자신의 매니저 밀로의 실수로 날려버린 그의 전재산.

부와 명성은 한순간에 그렇게 무너질 위기가 왔고,

미리받은 계약금까지 날려버린 터라 그는 한시바삐 소설을 완성해야 했다.

그러나 삶에 의미를 잃은 그에게 그런것은 다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그때 빌리가 나타났다. 그는 그녀를 소설속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글을 써야만 했다.

 

처음에 믿지 않았던 빌리의 존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둘이서 함께하는 모험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그녀가 빌리 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판타지적 요소와 로맨틱의 결합으로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그의 소설은 항상 흥미진지한 추리소설 같은 기분이 들게한다.

로맨스 소설에도 반전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의 소설을 통해서 처음 느껴 보았다.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때 느꼈던 놀라운 재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딸은 누군가에게 처참히 성폭행 당한 후에 버려졌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 잡힌 아버지는 복수를 다짐하고

가해자를 제거 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다.

 

처음부터 직접 그가 복수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익명의 제보자로 부터 들은 정보로 찾아간 그곳에서 그는 보고 말았다.

그들에게 유린당하는 딸의 모습을...... 아버지는 미친듯이 분노했고 고통스러웠다.

 

그 순간 비디오에 나왔던 가해자 중 한명이 집에 들어오고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그를 몇번이고 난도질했다.

범죄를 은닉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들 모두를 처벌할 생각이었다.

 

소년범죄라는 이름하에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나라의 법을 대신해

자신이 직접 그들을 처벌 하기로 한 것이다.

 

비디오 나온 두명의 소년중 한명을 갑작스레 죽이게 된 뒤,

나머지 한명을 죽이기 위해서 그는 몇가지 단서를 가지고

소년이 숨어 있을 장소로 향한다.

 

그가 잡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혀 반성하지 않는 소년에 대한 분노로

그리고 익명에 제보자를 향한 또다른 분노까지 책을 읽는 내내 몇번이나 화가났다.

 

피해자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의 모습을 부정하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보이지 않고 숨기려만 든다.

왜 그들의 자식들이 그렇게 되었는가는 그들의 부모를 보면 짐작이 간다.

 

소년범죄의 대부분이 재범행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엄중히 처벌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싶지만,

10대도 한명의 어엿한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잘못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다시금 나와서 버젓이 생활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 가해자가 반성의 감정조차 없는 로봇과 다를 바 없이 동정심 없는 인간이라면

평생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고통받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나는 진심으로 도주한 소년을 붙잡아 그가 죽이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