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 한권이 도착했다.

한번 읽으면 놓을 수 없다는 리뷰 때문인지
여유가 있을 때 읽으려고 한구석에 놓아두고
읽기를 망설였던 책이 바로 다이어트의 여왕이었다.

잠을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자려고 누웠다가 잠깐 읽다 잘까 싶어서 
책을 폈지만 5시간을 읽고 책의 3분의 2이상 읽고 나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겉표지의 내용이나 그림을 봤을 때는 소설의 내용이

3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여서 독하게 다이어트를 한 후

다시 그 남자를 돌아오게 만든 다음 멋지게 차는 내용이 아닐까 했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것은 한여자의 완벽하고 유쾌한 복수극도 아니었고,
그 여자의 성공담도 아니었다.

다이어트의 여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주인공과 참가자들 그리고 주인공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번갈아 가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이야기를 전부를 들려주지 않고

반만 들려주고는 다시금 뒤로가서 반을 더 들려주는 이야기의 구조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반만 들려주게 되는건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성격 이것이 원인인 것 같기도 했다.

김민정..그리고 손님들.. 왜 그녀는 직접 확인하지 않은걸까?
그 점이 좀 어리석었단 생각도 들고...
세상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들이 모두 강박에 시달리지는 않는데.
그녀는 왜이리 맘이 약해 빠진건지..
그녀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은건 나쁜이었을까?

여자들의 질투와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은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지독하다.
남자들은 읽어도 이해못할 여자들의 소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몇권 읽고 나서,
나는 그녀의 소설내용에 대한 조금의 선입견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티티새는 내용은 내가 읽은 작가의 전작들처럼 죽음에 대한 담담함이나 간결함이 아니었다.
마지막에 나는 당연히 츠구미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큰 비중을 뒀던 내가 읽은 그녀의 전작들처럼
티티새 안에서도 나는 누군가의 죽음으로서 이야기가 끝을 맺지 않을까란 
혼자만의 예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소설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은 어른이 되지 않은 순수한 어린시절의 소녀와 소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들..

괴팍하고 밉살맞지만 결코 미워할수 없는 아름다운 츠구미와 
츠구미보다 1살 많은 사촌이지만 누구보다 친한 친구인 마리아
그리고 자상하고 마음씨 고운 츠구미의 언니 요코
이 셋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다.
 
마리아의 아버지가 전처와의 이혼을 마치지 못하고 별거중인 관계로
마리아와 그녀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여동생부부가 하는 여관에서 일손을 도우면서
어려서 부터 함께 살아온 것이다.  마리아에게는 이모가 되고 
이모의 딸들이 바로 츠구미와 요코였다.

식구들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츠구미를 다 받아주면서 지냈고,
마리아  또한 밉살스런 츠구미가 어이없으면서도 츠구미에게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행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츠구미와는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도쿄로 대학을 진학해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드디어 함께 살게된 마리아
아버지 전처와의 오랜 이혼소송이 마무리 된것이다.

방학을 맞이해서 다시 찾게된 바닷가마을
어린시절 그녀의 전부였던 그 바닷가마을에서 츠구미와 요코 마리아는 재회하고
올해로 없어지고 마는 여관에서 마지막 추억을 만든다.

한편의 아름다운 성장소설인 티티새
보고나서도 편한 맘으로 웃으면서 잠들 수 있는 맑은 소설인것 같다.

이 책을 받고나서 한참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조금은 거칠고 징그러운 일러스트에 당장에 읽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과는 잠이 오기는 커녕 다 읽고 나서야 잠을 잘 수 가 있었다.
읽고 나서도 결말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이 소설이 100년전쯤 쓰여 졌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굉장히 감각적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어느날 일어나보니 곤충이 되어있는 남자.
그리고 그의 어린 여동생과 부모님.

남자는 부모님과 어린 여동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왔다. 그에게는 가장이라는 책임감도 있었다.

여동생이 원하는 바이올린도 열심히 배울 수 있도록 뒷바라지도 할 참이었다. 
그러나 그가 곤충이 되고나서 모든 상황은 변햇다.
아직은 어린 여동생과 이제는 나이가 드신 부모님이 그를 책임져야 했다.

그에게는 점점 굴욕감만이 느껴질 뿐이었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체념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종국에 그는 자신이 점점 곤충이 된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인간임을 잊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보다 그의 가족들이 그가 인간임을
그의 방에 있는 한마리 거대한 곤충이 그의 자식이고 오빠임을 
잊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이 그를 잊은 것이 아니라 그의 주변이 그를 점점 한마리의 벌레처럼
지겨운 짐처럼 이제는 징그러운 존재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 더 슬펐다.

이 소설 속에서는 그가 왜 곤충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그가 곤충이 되고 나서 그가 곤충이 된것은 꿈이나 환상이 아니고
절대적인 현실이라는 상황속에 이야기가 진행 될 뿐이었다.

소설 초반에 부른 의사마저도 가족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나서 
그 의사를 도로 돌려보냈다. 그것은 병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변신이었다.

그는 정말로 곤충으로 변해 버린것이다.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고 인간의 모습이 아닌 한마리의 곤충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의 삶
그러나 그것보다 더 참기 힘든건 그가 하는 행동속에서 
그의 진심은 가족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나로서는 너무 허무하고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