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총 3편의 단편이 들어있었다.
내용도 많지 않고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은 만한 분량이었지만
나는 일부러 천천히 이틀에 걸쳐서  책을 읽었다.

뒷내용이 궁금하고 흥미진진해서 막 읽게 되는 소설과는 다르게
바나나의 소설은 주인공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항상 천천히 정독하며 읽게 되는 것 같다.

갑작스런 친구의 자살로 알 수 없는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여자와
그녀가 사랑하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둔 남자와의 만남과 사랑..

사랑하는 여자를 따라 외국에 갔지만 이런 저런 일로 인해 
다시 돌아와 세살 연상 사촌누나와 사랑에 빠진 남자..

한남자를 사랑했던 두 명의 소녀와 이기적인 한남자..
그리고 남자를 공유해야했던 두 소녀의 싸움과 바람잘날 없던 날들..

어느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인간관계에
레즈비언이나 근친상간, 불륜같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정서의 내용들이 나와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담아내는 것도 바나나만의 능력이니까..

결국엔 모든것이 죽음으로 연관되어 그들의 부재가 오히려 
남은 이들의 삶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느낌이었다.

남은 이들은 그들의 죽음 이 후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정상적인 관계속에서 자신들을 치유하고 적응시켜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조금은 비정상적이었지만 즐거웠던 그 시절은 
추억으로 가슴한켠에 남겨 놓는다.

비록 아프고 힘든 기억일 지라도 그것을 마주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다면 그땐 힘든기억이 아니라 
과거의 추억으로 그것들을 간직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미를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대해서 
어느정도 인정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그의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넘어 외계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했다.

모든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믿고
뇌만 남긴채 자신의 신체를 버린 사람이야기.
사실 이 이야기에서는 그의 무책임함은 
읽으면서 굉장히 짜증이 났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젤 충격적이었던 투명피부..
피부가 투명해져서 모든 장기가 다 비치는..
투명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투명피부라니..  혈관이 보이고 심장이 보이고
게다가 눈알과 뇌까지 보인다고 생각만해도 끔직했다.

과거로의 여행한 여행자는 죽을 처지에 놓이고,
지독한 악취가 나는 커다란 돌은 사라졌다.
아이가 창조한 우주는 쥐들이 다스리게 되고,
애완용사자는 사람을 죽이고 주인을 따르지 않게 된다.

이런 괴상한 이야기들이 무겁지 않게 약간의 유머가 더해져 묘사되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사실 적이고 충격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소설 단편중 대부분이 장난끼 섞인 느낌이었는데.
책의 마지막에 있는 단편 나무 만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책에 있는 단편들 중에 젤 재미 없게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왜 책의 제목을 나무라고 지은건지..
제일 작가답지 않은 단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내용이 나쁜것은 아니었지만, 좀 뻔하다고 해야할까..

개인적으론 어린 신들의 학교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때, 
나는 내가 알고 싶었던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다음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글반 그림반인지라 글을 읽는 시간만큼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도 길게 걸렸다.

내가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내가 알지 못하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긴 예술가 들도 많았다.

사실 예술가중에서도 미술가들 위주의 인물모음이기 때문에
나온 그림들은 정말로 볼만한 그림들 천지였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나도 한번쯤 박물관을 찾아가서 보고싶어지는 그런 그림들.
아주 옛시절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그들의 예술성이 정말 놀라웠다.

사실성 넘치는 묘사는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디테일한 묘사들은 그림 하나에 많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나는 이책을 읽기 전에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는데 
이렇게 잘 그리는 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고흐나 유명한 미술가들은  전부 천재인가 부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시절에도 미술학교같은 것이 있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흉내내면서 연습을 하고
스승을 두고 제자를 두고 배우고 가르치고 하는 일들이 있었다는 것에
좋은 작품을 그리는 것이 단지 천재적 재능만이 아니라 
무수한 노력의 결과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지만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 맘에 
나도 노력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을 조금은 품게 되었다.

연대별로 그들의 대표 작품별로 작가마다 
길진 않지만 깔끔하게 그들의 삶을 적어놓은
소설적이라기 보다 인물사전같은 내용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