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전작들은 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이번 소설은 프랑스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를 이야기로 담아냈다.

반갑게도 소설 안에는 전작들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장소와
등장인물들이 카메오로 등장 했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그의 방을 묘사 할 때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장자크 쌍빼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신기해 하면서 작가도 그의 팬이가 보다

생각하며 작가와 나의 비슷한 취향을 기뻐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그의 전작들보다 더 영화적이며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도둑과 경찰의 추격전과 머리싸움등 영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읽고 있지만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가브리엘과 마르탱의 운명적인 사랑.. 솔직히 나는 여자지만 
가브리엘보다는 마르탱의 마음에 더 공감이 많이 갔다.
가브리엘은 나로서도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었다.

마르탱을 변하게 만든것도 가브리엘 자신이고 
마르탱에게 사랑을 알게 해준것도 가브리엘 자신이다.

그녀가 어느 순간 운명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를 다시 본순간 저돌적인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번 작품의 인물들은 모두 좀 극단적인 면이 강한 인물들 투성이라서 
참을성 없는 그들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해야할 순간과 타이밍의 순간에 언제나 모든사건은 시작되고 어긋나고 
작가의 뒷내용 궁금하게 하는 글재주 하나는 세계 최고라고 할만하다.

그의 작품속에서 결국엔 모두들 둘이 되어야만 행복하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둘이 있어야 완전해 지는 행복.. 
진실은 거슬리지만 오해는 진실을 모순되게 만든다.

한동안 바나나의 글을 읽기를 망설였었다.
기존에 반복되는 그녀의 패턴에 조금은 지루한 감을 느껴
이책을 산 뒤에도 한참이 지난 며칠전 드디어 이책을 열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편들 속에 인물들은 
어느정도 묘한 관계의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불륜이라는 소재보다는 낮선 곳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면적인 그들의 관계는 불륜이나 불륜에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이야기들 속에 그들의 모습은 어느정도 나에게 공감을 가지게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대 라는건 정말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소설을 읽던지 그 소설속 인물들의 관계가 공감되지 않으면,
그 책을 읽어내기가 난 참 힘이 든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 이다.

이 단편들 속 인물들은 낮선 곳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새로운 것을 느끼고 기존의 것에 다시 한번 감회를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도 하고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된다.

곁에 있어서 당연한 것들과 다행인 것들
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생각들 
그 옛날 잊고 살았던 기억들까지도 여행지에서는 추억이고 기억이다.

그리고 먼 훗날 지금 그들이 있는 이곳은 
일상으로 돌아갔을때 추억이고 기억이 되서 이따금씩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두껍지 않은책에 단편들이 꽤나 많이 들어있어 소설의 스토리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묘사들이 더 기억이 많이 남는다.

한번쯤 보고싶어지게 만든 탱고공연 그리고 작가가 
묘사한 수많은 여행지들.. 소설속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그곳에 가서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유쾌한 신경정신과, 발랄한 신경정신과,
환자보다 더 정신나간 의사와 퇴폐적인 간호사,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것 같은 두 캐릭터는 묘하게 매력이 넘친다.

뽀족한 것만 보아도 식은땀이 흘르는 야쿠자 중간보스,
의식하는 순간 모든것이 엉망이 되버리는 야구선수,
장인어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위,
강박증에 걸린작가, 공중그네 묘기에 자꾸만 실패하는 서커스단원..

그들은 모두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마음의 문제로 인해서 이라부의 신경정신과라는 이상한 세계로 들어왔다.

처음오고는 다시는 안와야지 하지만, 
다시 찾게 되는 이라부의 진찰실은 그들에게 휴식처고 피난처이기도 했다.

세상과 단절된 듯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말할 수 있는 곳,
체면차릴 필요도 없이 이라부에게 휘둘리며 움직이다 보면 
잠깐 자신의 문제를 잊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이라부의 진찰실이다.

이라부는 정확한 처방이나 치료로 그들을 고쳐주지 않는다.
나도 가끔 그가 천재인지 바보인지 모를 정도로 그가 하는 말들은
여러가지 뜻을 안 가진듯 하면서도 다시 한번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솔직한 해결방법, 원초적이지만 할 수 없는
사람 마음속의 금기 같은 마음들을 이라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자신이 갖는 호기심이나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행동에 옮긴다.

이라부 종합병원 명망있는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이라부는 
어린아이같이 행동하는 자기 자신을 치료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도 힘있는 아버지때문에 용서되고 넘어가는 현실속에서 
그가 하는 어린아이같은 천진함이나 행동들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정상적이라는 기준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천재와 바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이 알 수 없는 이라부의 말들은
나에게도 그리고 이 소설속 환자들에게도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 왔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이라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말로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