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페이지라는 분량에 짧은 40편의 소설들이 들어있다. 사실 하루면 읽기 충분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소설을 하루에 5편씩 나눠서 아껴가며 읽었다.

 

우습지만 슬픈 이야기들 한 편 한 편은 여운이 길고,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베란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자고 생활하다 사라진 아내, 남편은 신고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아내가 정말 사라져 버렸다는 걸 남편은 증명해야 했다.

아내가 있었던 곳에서 아내는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베란다 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불 켜진 앞동의 주방이었다. 

설거지를 하고 밥을 짓는 다른 많은 아내들의 모습.. 

 

이 소설은 공감이고, 위로다. 허전함과 허무함이고, 웃음과 멋쩍음이다.

 

"이게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거죠?" 

 

숨을 곳을 찾아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좀도둑 세 청년은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상담사가 된다.

자기 자신들의 인생도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청년들은 누구보다 성심성의껏 답을 찾기 위해서 애쓴다.

 

근데 정말 내가 생각해도 문제들이 참 쉽지 않다.

 

청년들은 잘못된 대답을 내놓기도 하고, 사람들이 확신을 얻기 위해 보낸 답을 부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답을 내놓으며 점점 그들의 삶에 더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된다.

 

너무 깊이 대답해서도 안 되고, 자신들이 결정해 주어서도 안 되는 큰 문제 앞에서

보낸 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걱정하는 마음과 때로는 충고가 상대편에서 반박되어 올 때 느끼는 혼란들...

 

모두 자신의 마음에 답이 있음에도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에 일들이 나비효과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 해도 

당장은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말이 듣고 싶어 간절한 마음에 편지를 보낸다.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제목을 너무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미스터리 하기보다 판타지스럽고 따뜻하다.

 

83년생 여자인 내가 이책을 읽고 나서 느낀 기분은 답답함이었다.

 

내 주변 수많은 아이엄마가 된 친구들의 일상이기도 하고,

둘째출산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하는 직장동료의 이야기기도 했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만큼 사실적이여서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운 기분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여전했다.

 

이 책을 읽은 친구와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고 만났는데,

기혼에 직장을 다니며 아이가 없는 친구는 아이를 낳으면 안되는 이유가 책 속에 있다고 했다.

이건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평범한 내 주변 사람들은 책속에 김지영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김지영의 삶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용기가 안난다고 말했다.

 

결혼, 출산, 직장 모두 여자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 선택을 함으로써 강요되는 부분이 참 무겁다.

 

나는 이 책을 남자들도 꼭 한번쯤 읽어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