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는 이전까지 바나나가 썼던 소설들과 비슷한 맥락을 함께한다.
조금은 몽롱하고 퇴폐적이며, 거침없는 물음과 대사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기존 소설들과 다른점이 하나있다.

그녀의 다른 많은 소설들과 어딘가 겹치는 느낌과  
같은 내용의 바나나적 소설의 특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소설을 읽어오면서 느꼈던 권태로움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같지만 다른 느낌... 바바나는 자신의 성격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소설 안에 다른느낌을 녹아내어 그녀자신을 발전시켰다.

바나나의 소설에 빠져서 한권, 두권, 읽으면서 그녀의 한계를 보는 듯했고, 
다시는 바나나의 소설을 읽지 않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사놓고도 한참 뒤에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소설속에 스이는 사실 나조차도 이해 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인물이다.
자신의 친아버지와 잤으며, 이복남매인 오토히코와는 애인사이이다.
자신의 전 애인인 쇼고와 애인사이었던 카자미와는 우정을 나눈다.

사키와 오토히코, 그리고 그들의 이복남매 스이 그들은 모두 자살에 사로잡혀,
삶을 두려워하고 어딘지 모르는 어둠속에 갖혀 지내는 약한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 나는 카자미가 그들에게 어떻게 위로가 되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기에 그 셋은 카자미에게 의지했는지..
카자미라는 존재를 좀 더 신비롭게 포장 했으면 나는 세 남매가 카자미에게 
느끼는 친밀감이나 그런 것들을 더 이해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파격적인 소설의 내용.. 내가 아마도 그녀의 전작을 많이 읽지 않고
이 책을 처음부터 봤더라면 그녀의 소설을 다신 안봤을지도 모르겠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책은 이것으로 세권째였다.
공중그네를 읽고 난뒤 그의 재기 발랄한 문체에 홀딱 빠진 나는 
그의 소설 두권을 더 구매했다. 

한권은 걸이었고 또 한권은 마돈나였다.
걸이 여성에 관한 애기였다면, 마돈나는 남성에 관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두 책은 짝꿍같은 느낌도 든다.

직장과 삶에서 느끼는 남자와 여자의 상황들과 여러가지 에피소드들,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삶을 어느정도 산 30~40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아직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 있지만 중간자적 입장인 사람들...
그들이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두 소설에서는 다루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의 기업문화가 책과 똑같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생활에 대해서 조금은 안듯한 느낌이었다.
작가는 너무도 솔직하게 일본에 싫은점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꼬집는다.

그의 이야기들이 항상 해피엔딩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어떤 이야기들은 적당히 현실 타협적이며, 여전히 문제를 안은 채로 끝나기도 했다.
결국 보면 모든것은 마음의 문제였다. 문제의 해결은 모두 자기자신에게 있었다.
상황은 그대로지만 본인의 마음으로 인해서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했다.

살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혀 괴로워한다.
스트레스로 몇날 몇일 아니 몇달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골머리를 썩는다.
나도 이런 스트레스에 약한 편이라 살면서 참 불평많은 사람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무슨일이 생겼을때 내안의 고집을 줄이고,
다른 생각들로 내 마음을 바꾼다면 이만큼의 스트레스는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시작과 끝은 너무나도 달랐다.
읽기 시작할때 느꼈던 설렘은 점차 두려움으로 바뀌고
공포를 느낄때 쯤에 다시 연민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엔 울어서 엉망이 된 내 얼굴이 있었다.

4월의 물고기 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모든것이 흘러가서 
초반과 끝이 너무 다른 느낌임에도 어색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정말 어느 작가분의 감상평처럼 재봉선이 보이지 않을만큼
이야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엮어져 있었다.

350페이지 분량을 손에서 놓지않고 나도 소설안에 진실을 따라서 
부지런히 읽어 내려갔다. 다음날 출근이나 새벽3시가 넘은 시각에도 
책을 놓을 수 없을만큼 소설 속 진실들이 궁금했다.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될 수록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점쟁이가 서인에게 했던 첫사랑에 대한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운명적 만남이나 인연의 끈에 대해서 서로에게 깊이 뭔가를 느끼고 있던
서인과 선우.. 그리고 선우가 말하는 진실과 거짓사이에서 서인은 의문을 가진다.
왜 선우는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의심하다가도 믿으려하고 믿었다가도 의심하게 된다.

선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씩 알게 될 수록.... 
서인은 점점 더 그가 저 멀리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외롭다.

초반에는 사랑이라는 것에 운명을 내 맡긴 남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소설은 모든것에 경계에 있는 이야기다. 어느것에 편협되지 않고,
국한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모든것을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의 경계..

소설의 즐거움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해준 권지예 작가님에게
새로운 이야기로 나를 빠져들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