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자살가게" 자살용품만을 대대로 판매해온 가게라..

이야기의 시작은 대대로 어두운 사람들이 가득한 이 가문에 
웃는 얼굴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 것에 대한 경악으로 시작된다.

밝은 표정없이 항상 어두운 얼굴을 하고 사는 것이 싫지만,
가문 대대로 내려온 가게운영을 해야 하기에 죽지도 못하는 사람들.
삶에 대해서 어두운면만을 보려하는 사람들. 
산다는 것에 대해서 큰 가치를 두지 못하는 사람들.
대대로 그런 사람들만이 태어났던 가문에  마냥 밝은 알랑은 골치거리였다.

그 어떤 어두운 것을 보고서도 거기서 희망을 찾아내고,
자살가게를 찾은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면서 다시 보자는 말을 건네는 알랑
부정적이고 어두운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그의 부모는 알랑을 보면서 한숨만 쉰다.

블랙코미디적 소설인지라 읽다보면 너무 진지한 부모들의 탄식에 웃음이 나곤 
하는데 어찌보면 그런 모습들이 더 아이러니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반어적 표현이 진실이되는 그런 느낌을 받을때가 종종 있었다.

역설과 반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때로는 진실인 사람의 어두운 마음들..

이 소설의 마지막은 정말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듯 띵했다.
임무완수라.. 정말 마지막까지도 알랑은 달랐다.
가문사람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서 하지 못했던 행동.. 
가게안에서 그들은 어두워야 했기에 하지 못했던 그 모든 밝음.. 
알랑은 가문의 사람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마지막에 책을 덮고나서 정말로 그는 임무를 완수한 것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알랑은 임무를 완수한 건가... 쓰지않은 뒷 이야기들이 더 참혹한 결말이 될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는 정말로 알랑이 임무를 완수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처음에 이것이 무슨 내용인가 했다.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이해하기 힘들다고도 생각했다.

현실, 허상, 환각 그리고 진실들이 엇갈려서 모든 부분들이 뒤죽박죽 이었다.
소설 초반분에 주인공 김종수가 풀어놓는 진실같은 거짓들..
그리고 다시 뒤집히는 거짓에 거짓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초반 소설은 나에게 강한 호기심과 혼란을 주었다.

현실마저 망각인지 환각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버린 주인공은 더이상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닥터팽에서 점점 다른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초반부에 등장한 그의 불우한 어린시절 이야기들..
아버지.. 어미니.. 그리고 누나.. 심지어는 뒤늦게 등장한 그의 남동생까지..
그는 모든 이야기들을 지어내 닥터팽에게 들려준다.

왜 그가 가끔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말에 거짓을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한채 다른 이야기들을 주절대는지 이해가 안될때도 있었다.
그런 자신이 지어낸 거짓을 정말로 현실이라고 믿으면서,
현실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복잡한 생각들은 나를 더 혼란하게 했다.

이야기의 진실은 수연을 통해서 주로 이야기해졌다. 
섬뜩한 진실.. 수연의 입을 통해서 알게되는 여러가지 사건들의 전모..
사실 수연이란 인물도 상당히 냉소적이고 차가운 마음으로 묘사되었던지라.
나는 그녀에게 딱히 동정이란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긋난 진실에 매달려 현실과 망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김종수에게 동정의 마음이 갔다. 그리고 그가 너무 무섭기도 했다.
정확히는 이야기의 화자인 그가 아니라 수연이 알고 있는 다른그가 무서웠다.

해리성 인격장애인지 단순한 약물중독인지.. 단지 정신병자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사실처럼 믿고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가 섬뜩할만큼 충격적이었다.

소설을 읽고나서 섬짓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나토 카나에는 사람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이렇게도 무섭게 
아주 끝으로 가져갈 수 있다니...

소설가가 소설을 쓰면서 소설속 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미나코 카나에는 소설을 쓰면서 꽤나 마음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녀의 전작 고백에서도 그렇지만 이번작품에도 등장인물들의 
마음상태는 정말로 잠을 이룰수 없을 정도로 섬뜩한 점이 많다.

사람의 마음의 오해는 얼마나 많은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지..
하나의 사건으로 발생한 연쇄적인 일들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오랫동안 서서히 그녀들의 인생에 파장을 몰고온다.

결국 누가 누구에게 속죄를 하고 누가 누구를 위해서 속죄를 한것인지..
누가 최초의 범인이고, 누가 최초의 피해자인지 조차도 헷갈린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고, 방관자였던 사람들...
비록 운명이 처음부터 에밀리의 죽음에 맞춰줘 있다 했을지라도
에밀리에게 만은 모두 속죄해야 할 것 같다. 

한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서 망가진 네 소녀들의 삶...
서로가 그날 이후 그 사건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또한 서로 같이 만나지도 않은 사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

각자 자신안에 갇혀서 서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채
자신만이 속죄하고 자신만이 모든사건을 짊어진듯 힘겹게 살아가는 네사람..

그 모든 것의 시작인 에밀리의 어머니는 진실을 알지 못하고,
네 소녀들에게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결국 진실을 마주했을때,
에밀리의 어머니 자신이 속죄해야 할 길은 얼마나 먼것인지..
또다른 속죄해야 할 한사람인 그날의 범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며 속죄를 할지..
읽고 나서 한참을 잠이 오지 않을 만큼 미나토 카나에의 소설은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