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망국의 옹주로 태어나 불행한 세월을 보냈던 한 여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시울이 시큰시큰해지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비통하고 억울한 마음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망국의 마지막 옹주.. 덕혜옹주..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덕혜옹주를 읽으면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슬픔이상의 분노같은 감정들이 복합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시절을 살지 않았지만, 글속에 느껴지는 조선에 행해진 일본의 만행은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는 악독한 것들이었기에. 글속에서 나는 
슬픔과 분노를 함께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덕혜옹주와 더불어 그 주변인들,
특히나 나는 그녀의 남편과 딸에게 많은 동정을 느꼈다.
일본과 한국의 어긋난 관계로 인한 피해자들..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가족들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한 나라의 옹주로서 그녀는 그녀의 나라를 놓을 수 없었다.
맘편히 행복할 수도 그리고 맘을 함부로 내어줄 수도 없었다, 
끊임없이 남편과 대립해야했고 분노를 느껴야 했다.
덕혜옹주의 삶은 불행했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그녀의 가족들의 삶도 불행했다.

덕혜옹주의 불행한 삶과.. 그녀의 하나뿐인 딸 정혜의 삶..
그리고 한나라의 옹주를 아내로 맞이해서 살아야 했던 
일본남성에 삶.. 그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마음에 느껴져서
덮고난 후에도 한참을 먹먹한 마음에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기발하다. 신선하다. 새롭다.
이런 말들이 어울리는 소설이 바로 명탐정이 규칙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고, 작가에게 빈정대고 항의한다. 
작가의 의도에 의문을 품으며 작가를 조롱하기도 한다.

각자 짧은 이야기들 속에 다양한 종류의 추리소설의 패턴이 등장한다.
이 패턴들은 모두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것들이다.

나 역시도 한번쯤은 접해봤던 이야기들을 다시한번 
다른각도에서 보는듯한 기분에 굉장히 새로웠다.

추리소설은 주로 스릴러 적인 느낌을 많이 가지고 쓰여지는데,
나는 과학적인 추리소설도 좋아하지만 고전적인 추리소설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작가의 소설속에 등장 하는 모든사례들에 대해서 자신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보자면 나는 나쁜독자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상투적인 것들에 재미를 느끼고,
그저 주인공의 뒤만 따라가는 생각없는 독자중에 한명이다.

식상한 것에도 환호하고 그런것에 멋을 느끼고
같은 패턴이 지겹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같은 패턴도 다른아이디어로 포장하는
작가의 이야기 능력을 좋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누군가가 써놓은 같은 결론에 다른 과정이 좋았다.
물론 그 다른 과정속에서 다소 억지 스러운 소설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수많은 추리 소설 작가들이 식상한 것, 그리고 익숙한 것들이 
모두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서 또는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워서 새로운 것만을 
찾으면 어떡하나란 걱정이 들었다.

책은 매우 재미있었지만,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뻔한 이야기도 좋은 이야기로 다시금 만들어 내는 
좋은 작가들이 이런 소재들을 버리지 않으면서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바래본다.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우시카와.
3편은 이들 세사람에 이야기다.

덴고와 아오마메를 쫓는 우시카와와 덴고를 찾는 아오마메
그리고 아오마메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덴고의 모습..

아버지의 병실에서 공기 번데기 안에 아오마메를 본 덴고는 
그날 부터 아오마메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덴고를 본 뒤 아오마메는 
붙박이 처럼 그자리에서 덴고를 기다린다.

그들은 각자의 장소에서 서로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너무나도 떨어진 장소에서 그들은 서로를 그리워 하고 기다린다.

댄고와 아오메메 이야기는 소설 초반부에 좀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우시카와의 끈질긴 추격은 소설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외모의 우시카와는 후카에리를 본 뒤 
자신 아주 밑에 의식적으로 묻어 놓았던 감정들에 혼란해 진다.

2편은 좀 역동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3편은 개인의 독백적인 것이 많았다.
등장인물의 마음과 상처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감정들..
큰 상황들 안에서 미묘한 감정들을 작가는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아오마메와 함께 두려워하고, 덴고와 같이 의문을 갖고 
우시카와와 같이 담담한 슬픔을 느꼈다. 

3편을 마친뒤에도 왠지 4편이 기다려지는..
어딘가 새로운 세계가 끊임없이 이어져서 결국은 우리가 보고 믿는 
그대로가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