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히기시노 게이고의 소설중에 제일 난해했다.
그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공감가는 계기나 동기가 모두 약했던 것 같다.

소설 뒷표지에 "모두가 조금씩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대목에 끌려서 구입하게 된 소설이었는데..

매력적인 소설에 조금더 매력적인 스토리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

사고로 어느 한부분에 대한 기억만을 잃은 주인공과 그의 동거녀..
그리고 그의 주변을 맴도는 묘령의 여인... 그리고 그를 죽이려했던 한남자..

소설초반 그를 죽이려했던 남자는 사고당시 그가 죽였던 여자의 남편이라고 밝혀졌다.
그리고 그 남자는 살해됐다. 그것도 그의 죽은 부인에게..
영혼으로 나타나 그의 부인은 남편을 살해하고 홀연히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목격한 것이 옆집의 남학생이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와 너무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유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모든것을 설명하기에 이야기는 너무나도 방대했던듯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과학적인 합리적인 것에서 조금 비켜난 소재라는것도
사실 일으면서 명확한 결론을 기대한 나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의 소설이 아니라 다른작가의 소설이었다면 아쉽지 않을 부분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자녀들의 중학교 입시공부를 위해서 모인 네가족.
어쩐지 네가족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친밀함이 있다.

아내인 미나코와 아들 쇼타를 따라서 별장으로 나선 순스케.
함께 있으면서도 그들 사이에서 순스케는 이방인인 느낌이다.
모두들 의붓아들을 챙기러 온 새아버지인 그를 의아하게 쳐다 볼 뿐이다.

그때 그의 내연녀가 찾아오고 아내 미나코가 내연녀를 홧김에 살해하고 만다.
그 이후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미나코를 감싸고 덮어주려한다.
경찰에 신고하자는 순스케를 만류하고 그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모든것을 완전범죄화 시키자고 순스케를 설득하기에 바쁘다.

범죄를 은폐하면서도 그는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사람들은 자신이 일이 아닌 이 살인에 모두들 열심히다.
모든것은 의문투성이고 사람들의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뒤섞여 있는 느낌이다.

소설 중간 중간 식사시간에 가족간의 대화가 등장하곤 하는데
아이들은 어딘지 생기가 부족하고 어른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듯했다.  
아무 느낌없는 인형처럼 그저 시키는 대로 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들은 좋은 중학교와 좋은 과정을 강요하고
계속 해서 부담과 압박을 가한다. 결국 아이들은 그 순수한 모습을 잃었다.

결국 모든것에 대한 의문이 풀렸을때.. 
나는 어떤 동기라도 그들 모두가 살인을 저질렀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인이라는 것이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을 위해서 행하는 것이라면
네 가족은 서로 지켜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호숫가에서 살인은 어쩌면 모두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을까..

방과후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딛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첫 작품같지 않은 이유는
충실한 복선과 기발한 트릭 그리고 작가의 감성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이 쓰여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그 당시 이 소설이 안겨줬을 트릭의 신선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수학교사인 마에시마는 벌써 두번의 살해 위협을 받았다.
한번은 학교건물 아래를 지나가다가 그의 옆에 화분이 떨어졌고,
또 한번은 학교 수영장 샤워실에서 그만 감전사를 당할 뻔했다.

그는 확실히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해서 
교장 선생님에게 여러번 말해 보았지만 
교장은 확실해 지면 신고하자고 하며 신고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또다시 벌어진 살인사건..

사건의 중심은 범인이 처음에 사용한 트릭을 푸는 일에 맞춰져 있었지만, 
트릭은 좀 처럼 풀기힘든 단단한 좌물쇠같이 미궁에 빠져있었다.
용의자들은 알리바이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고,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마저 완벽히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마에시마는 자동차에 치여 죽을 뻔하고,
여전히 그를 향하는 범인의 살해 위협은 멈출 줄 모른다.

여러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들어난 범인의 존재.. 사실 범인보다 더 충격적인것은 살해 동기였다.
마지막에 씁쓸한 여운이 남겨지는 뭔가 찝찝한 기분의 결말이었다. 

여교생의 감성.. 그리고 여자의 감성적인 면모를 이렇게 잔혹하고 
덤덤하게 그려낸 차분한 스릴러의 모습은 무섭다기보다 슬프단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