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는 인터넷을 한참 동안이나 뒤지며 돌아다녔다.
책의 마지막  뒤에 있는 봉인해설을  몇번이나 읽고도 
범인이 도대체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이리저리 참 많은 사람들의 글들을 읽어 보았다.

정말 그럴듯하게 멋지게 추리해 낸 글들에 감탄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친절한 누군가의 해설을 보면서도,
아직도 난 과연 이 소설에 범인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나는 사실 이 소설에서 범인이 누군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향한 여러사람의 살의가 모여 서로를 돕고 부추기고,
그럼으로서 어느순간 살인은 정말 현실화 되고 만다.
사람들은 잘못을 서로에게 떠 넘기고 그를 죽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자신은 단지 그 어떤 단서만을 제공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음속 그들의 외침속에는 그들 모두가 범인이다.

모두가 자신이 해냈다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세명의 인물이 자신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글이 번갈아 나오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도대체 범인이 누군가에 대한 의문을 더하는 것 같다.

극 중 모든 이들은 연기자다. 자신의 역할을 겉으로는 충실히 지켜나가는 연기자,
겉으로는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속으로는 또다른 내가 있는 사람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라는 것이 결국 마지막엔 모호해 지는 느낌이다.

흥미진진한 소설을 만났다. 시점 자체가 유괴범의 입장에서 쓰다보니, 
어느새 나도 그의 완전범죄에 같이 가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가 하는 생각과 고민을 나도 같이 느끼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소설 속 유괴범인 사쿠마는 광고기획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다.
어느날 고객사의 부사장에게 자신의 기획에 대한 혹평을 듣고 그는 굴욕을 느낀다.
자신이 기획했던 광고를 부사장은 중지한 것도 모자라
자신보다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다른 사원에게 기획을 넘기라고 한다.

자존심이 상한 사쿠마는 화를 참지 못하고 술김에 부사장의 집을 찾아가고,
고곳에서 우연히도 그의 딸 주리의 가출을 목격한다.
집으로 돌아가기를 강력히 거부하던 부사장의 딸 주리는 거짓유괴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몸값을 받아낼 것을 사쿠마에게 제안한다.

사쿠마는 그녀의 제안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인생을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쿠마는 자신에게 굴욕을 준 
부사장과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그의 딸과 손잡고 거짓 유괴를 시작한다.

거짓 유괴가 시작되면서 부터 부사장과 사쿠마의 두뇌 게임이 시작되고,
속을 알 수 없는 부사장과 끊임없이 완벽한 게임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사쿠마.

워낙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탓에  예측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영화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반전이나 이 소설의 모든 부분이 영화로
만들어져야할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이라부 시리즈 3부작 중에 이 책을 가장 늦게 읽게 됐다.
개인적으론 이라부 시리즈 중에 인더풀이 가장 재미있었다.

공중그네에서 처음 만난 괴짜의사 이라부.
이 책에선 이라부의 천진난만함과 안하무인이 최고조에 이르는 듯 하다.

바람난 부인에게 큰소리로 비난 한번 못 해보고 그냥 보내준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지만 남한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탓에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는 환자편에서 이라부는 
부인과 이혼문제로 거칠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술집출신으로 자신의 재산을 보고 접근한 미모의 부인에게 
이런 저런 폭언들을 마음에 담지 않고 다 내뱉는다.
보통사람이라면 아마도 절대로 하지못 할 마음의 말들을
이라부는 거침없이 쏟아내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그야말로 치고박고
남의 눈따위는 절대로 개의치 않고 싸움을 벌인다.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이런 망신스러운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라부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커라는 망상에 시달리는 연예인 지망생과 핸드폰중독에 고등학생,
화재가 날까봐 전정 긍긍하는 작가까지.. 
정신과를 찾을 정도는 아니지만 누구나가 경미하나마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짐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인 더 풀은 답답한 일상에 일탈이 될만한 통쾌한 소설이다.
직접 하지 못한다 해도 소설을 읽고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시원해진다.
이 소설의 매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