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11문자로 소설은 시작한다.

 

무인도 여행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살해를 당한다.

그 이유를 알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위험에 처해졌다.

 

인간관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하게 관계되고 얽히고 설키기 시작한다.

누가 잘못인지 어느누가 실수한 것인지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살인자인 내가 보기에 그들 모두는 죽어서 마땅한 사람들이고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내가 그들을 죽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을 죽이는 일에 나는 희열감을 느낀다.

 

주인공인 추리소설 작가는 3개월정도 사귄 남자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들 이면에 어떤 석연찮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녀와 그를 소개해 주었던 친구 후유코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희생자는 늘고 마지막에 가서는

희생자가 악인이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엉키고 뒤죽박죽이다.

 

정통추리소설속에 등장하는 밀폐된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이 나온다.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의 알리바이를 서로가 확인해주고

우리들 중 누군가는 범인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구조가 마지막에 진행된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 때

홀가분한 기분보다 오히려 더 무서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뭔지..

아마도 그것은 사람들의 추악함을 모두 발견하게 된 진실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평소에 좋아하던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작가의 여행기라고 해서
여행에세이는 전혀 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구입했다.

역시나 재치있는 글귀와 그림들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는데,
사실 읽고 나서 좀 더 천천히 읽을걸 그랬다고 내내 후회했다.
그럼 같이 여행하는 기분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을텐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작가의 용감한 모습에 여러번 놀랐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없이 
그저 가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용감하게도 네팔로 향한 것이다.

중간 중간에 위험한 순간들을 잘 넘기면서 여행 중 느꼈던 
본의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은 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자 혼자서 떠난 네팔 여행이라는게 사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벌레를 너무나도 시러하는 지라 도저히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혼자서 네팔을 여행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이 책으로 인해서 대리만족이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이 즐거웠다.

한국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 가던지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피부색이나 직업 그 나라의 경제적 모습때문이 아니라 사람대 사람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찔한 순간들을 잘 넘기고 
안전하게 다시 돌아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서정적인 느낌과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이
왠지 모르게 그 끝이 유쾌하지 않을거란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소설속에 등장 인물은 단 둘 뿐이다. 
한때 연인이었던 나카노와 사야카 둘만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나카노는 오래 전 헤어졌던 연인 사야카의 전화를 받게 된다.
영문도 모른채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만났던 그는 뜻밖에 그녀의 부탁에 당황한다.
그녀는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기억을 찾는 길에 그가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처음엔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던 그지만, 너무나도 간절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그녀와 함께 그녀의 과거를 찾기 위한 길을 떠난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집 안의 모습과  발견 된 일기장.
일기장을 읽어 내려갈 수록 그들은 점점 더 무서운 진실에 다가서는 느낌이다.

그녀가 지금 가진 마음의 상처들과 그녀의 과거에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과거를 꼭 알아야 했다.

지금의 삶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자기자신조차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이 자신의 과거가 궁금하고 기억나지 않는 것이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자식이 없는 나로서도 읽으면서 그 고통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조건없는 내리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어떤 잘못된 감정으로 표출 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상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제목은 항상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알고 있어도 그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치밀해
읽고나서 다시 그 부분들을 찾아서 읽게 만드는 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다.
읽고난 뒤 여운이 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