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리더십,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 도덕적인 깨끗한 리더,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

시대에 따라 혹은 여러 사회적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그 다양성만큼이나 리더의 참된 조건은 더욱 복잡해졌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정치인부터 기업의 총수, 각 단체의 단체장들 모두 사람들을 또는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력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리더십에 대한 절대적인 정의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리더라면 반드시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필요조건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역사 속에서 현재 필요한 리더의 자질을 재구성하는 일도 꽤나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왕의 투쟁”은 4명의 조선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성군 세종서부터 조선역사에서 극악무도한 폭군으로 묘사된 연산군, 조선중흥의 기치를 내걸었던 정조, 양다리 외교술로 새롭게 평가받는 광해군에 이르기까지 4명의 임금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담은 이 책은 조선시대 왕들의 리더십에 대한 많은 질문과 그 답을 동시에 알려준다.

 
 조선의 왕들을 통해 살펴본 리더의 첫 번째 자질은 “끊임없는 자기수양과 공부”이다. ‘수신제가’가 국가 통치력의 기본이 된다는 사실은 세종과 연산군의 모습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독에 가까운 독서의 탐닉과 신하들보다 월등히 우수한 지적 능력을 토대로 세종은 조선이라는 집의 토대를 단단히 구축한다. 또한 자신의 사적 욕망을 최대한 억제하고 오로지 왕실과 국가의 번영을 위한 정책에 모든 힘을 쏟았다. 이는 연산군이 사사로운 예술적 감수성에 젖어 국정을 파단으로 이끌었다는 점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나라를 통치하는 최고 통치자는 분명 스스로를 제어하는 능력이 남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믿음을 주는 동시에 믿음을 받는 지도자”는 두 번째 리더의 자세라 하겠다. 세종과 정조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명석한 임금이었지만 세종과 달리 정조는 임기 내내 잦은 신료들의 교체로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홍국영이 정치 일선에서 사라진 후에는 믿을 만한 측근이 없는 외로운 상황에서 이후 조선 말 세도정치의 물꼬를 트게 된다. 또한 광해군은 신하들의 믿음을 전혀 얻지 못하여 자신을 뜻을 펼치지 못하고 왕좌에서 쫓겨나게 된다. 추국장에서 죄인을 심문하는 일에만 전념했던 광해군의 모습은 믿음이 사라진 조직이 어떻게 파행적으로 운용되는지를 잘 알려준다.

 세 번째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능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인 세종은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정책에서는 여기저기 소홀한 부분이 많았다. 왜구와 여진족에 대한 정책에서 무력으로 그들을 압박하기 보다는 실리를 얻기 위한 유화정책이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즉 사대주의가 바탕인 화이관을 벗어난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조 또한 세계적인 흐름이었던 실용주의 학문인 북학을 성리학과 비교하여 천시했던 탓에 조선이 타의에 의한 폭력적인 근대화의 과정을 겪은 결과에 대하여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성리학과 유교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근저를 이루었던 조선시대에 정확한 세계정세 파악이 쉽지 않았음은 인정한다. 서구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들의 근대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로 판단컨대 세상 돌아가는 정세를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해군의 외교정책이 그랬듯이 당시 임금들도 충분히 상황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때 정세판단의 미숙함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는 조선의 왕들에 대한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태어나 세자가 되고 후에 임금이 되어 나라를 경영할 때까지 조선의 왕들은 자기 자신과의 투쟁, 권력을 두고 끊임없이 부딪혀야 했던 신권과의 투쟁으로 초인적인 인내심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리더십을 요구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란 자신의 위치에서 사사로운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조직의 믿음을 받으며 뛰어난 상황 파악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올바른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 사회가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는 현실의 반증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도 혹은 현실에서도 리더는 스스로를 이겨내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돈독한 대인관계와 명석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아무쪼록 훌륭한 지도자가 많은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

 ----- 본 서평은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의 서평이벤트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사람이 태어나서 삶을 영위하고 죽음을 맞는 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이성이라는 것이 발달한 인간에게 죽음은 삶에 비해 신비롭다. 아니 공포로 다가올 때도 있고 피하고만 싶은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그렇듯이 삶과 다르지 않은 동등한, 인간이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태어나 인생을 살고 자연스럽게 노화되어 죽는 자연적인 죽음이 아닌,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 혹은 이미 예견된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그렇듯이 쓸쓸함을 남긴다. 거스를 수 없는 원죄의 굴레인가? 아니면 그렇게 운명지어진 신의 장난인가?

데이먼은 혈우병을 숙명처럼 지닌 채 태어났고, 그 숙명을 이겨내기 위해 수혈을 받는 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렸다. 태어나면서부터 피가 멈추지 않는 가혹한 형벌에 대하여 치열하게 대항하고 젊은 나이 세상을 등질 때에는 에이즈로 고통 받다 죽는다. 보통의 평범한 삶의 연장으로써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평생을 질병에 옥죄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이 결코 고통스럽기만 하고, 안쓰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짧은 삶을 살면서 어쩌면 정상인들 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또 사랑을 받았다. 또한 자신이 감내했던 엄청난 병마 앞에서 언제나 태연하고 당당했다. 『에이프릴 풀스데이』는 한 젊은이의 불치병에 대한 투병기나 간병기가 아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한 인간의 평범한(?) 삶의 궤적을 그려놓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불치병에 평생 고통을 받고 살다간 한 인간의 이야기라는 식으로 다른 각도나 색다른 눈으로 보고 싶지 않다. 데이먼은 나와 다르지 않은 똑같은 인간이었고 그 자신의 개성과 안목으로 세상을 살다 조금 일찍 먼저 떠난 사람이다. 그와 우리의 차이라고 한다면 물리적인 삶의 시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불치병을 선고 받고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 같이 죽음을 맞이한다.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닌 것 같고 또 그런 시간이 축적되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별 감흥이 들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 중에 불치병으로 먼저 세상을 등진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특별할 것도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몸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가 살아생전 나와 접촉하고 대화한 내용들, 그리고 서로 주고받았던 인간관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데이먼의 삶이 그의 가족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기쁨을 남겨주었듯이 조금 일찍 세상을 등진 내 주변을 사람들 또한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랑과 즐거움을 주고 떠났다. 그래서 데이먼이라는 젊은이의 인생을 담은 이 책은 지금 육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내 기억 속에 존재했던 과거 그들과의 아름다운 일들을 선명하게 일깨우는 각성제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단순히 병마와 당당히 싸웠던 한 인간의 영웅적인 투병기라는 식의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게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한 인간의 삶이라고 그렇게 긍정하고 싶다.

데이먼은 많은 병원치료와 투약으로 고통 받는다. 특이한 질병에 걸린 대가치고는 가혹하리만치 수많은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강요받고, 또 이겨낸다. 이와 마친가지로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칠 수 없는, 완쾌하기 힘든 질병에서 고통 받는다. 특히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 환자의 고통은 물론 환자 가족과 친지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삶을 위해 스스로가 자신의 병마와 당당히 싸우고 그러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족이 있음은 그네들의 삶이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이유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또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한 인간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느냐 혹은 그렇지 않는 냐는 식의 구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데이먼처럼 떠나고 난 후에도 오랜 동안 가슴에 남는 그런 추억과 사랑이 어쩌면 살아가는 데 더욱 중요한 무엇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이 책의 느낌을 병마에 고통 받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결론짓기보다

가을 공모에 당선된 시와 소설 그리고 에세이도 수준이 높았다.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야 전문가들의 눈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나의 눈에는 다들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깊은 고민의 흔적들이 그들의 시와 소설 곳곳에 녹아있다. 지하철 역 장애인을 형상화하여 시를 쓴 ‘잠실역에는 뱀이 산다. 와 같은 작품은 그 잔상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다.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문학적 감수성과 기지는 아직 장밋빛이다.

3. 2006년 “풋” 겨울호는 ‘훔치다’로 시작한다.

책 도둑, 마음을 훔친 이야기들, 자전거 도둑등 다양한 글 속에서 훔치는 행위 또는 훔치는 마음에 대한 진지하고 때로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훔치다라는 특집을 채우기에 내용과 분량 면에서 약소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훔치다라는 한 마디로 귀결되는 다양한 이야기꺼리들이 전술한 문제들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본다.

“풋” 겨울호는 청소년 문학잡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창간호와 2호에 이어 3호를 맞이한 겨울호에서는 각각의 섹션들이 독립적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릴레이 소설, 개념정원, 시와 음악사이 그리고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등의 섹션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창간호의 실험성이 마음에 드는 건 사실이다. 자리가 잡혀가는 섹션들을 보면 왠지 매너리즘이 생각나는 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풋”이 목표하는 방향을 중심에 두고 여러 가지 섹션들을 실험적으로 계속 추가하고 제거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요즘 청소년들의 요구에 적당히 타협하기 보다는 청소년 문화의 선봉이라는 자리를 굳게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곧 2007년 봄을 알리는 “풋”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처음처럼 항상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풋풋한 봄 내음을 풍기는 책으로 세상에 나와 주길 빌어본다.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또 그를 통해 어른들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청소년 잡지 “풋”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