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표지에 큼직한 제목 “신은 위대하지 않다”.

 책의 첫 인상은 이렇듯 표지와 제목에서 풍기는 강렬함이었다. 책 두께에 숨이 턱 막혔음도 말하고 싶다. 책은 당연히 종교와 신은 위대하지 않고 인류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독교의 성서와 이슬람의 코란 그리고 유대경전들의 자의성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창조론의 허와 실, 유일신을 신봉하는 종교들의 비인간적인 처사, 동양종교인 힌두교와 불교의 폭력성 등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꽤 흥미롭다. 어찌 보면 과격하다고 할 정도의 비유를 무기삼아 꽤나 적나라한 글로 이루어진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행동을 이성을 중심으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또 이성중심의 사고방식이 현대 과학의 발전과 현대 문명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폐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듯 이성이 발전된 현재에도 종교와 신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책으로 출판하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종교 혹은 신에 대한 관념이 꽤나 공고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성이 아닌 종교가 인간사의 판단기준으로 작용한 시절이 꽤 오랜 시간 인류역사를 장식하고 있었을 때는 이성적으로 종교와 신을 판단하는 행위자체가 목숨을 건 행동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 생각해 본다면 그나마 지금 이 시대가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목소리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에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신이 있건 없건, 위대하지 않건 위대하건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십자군전쟁을 방불케 하는 인종청소는 종교적 입장을 떠나 인류보편의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 마다 처참함을 느낀다. 신과 종교 그리고 계율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상식적인 할례의식 또한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의 행동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의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판단하는 행위 또한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인종차별이다. 필요에 따라, 경제적인 이득에 따라 경전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행위는 무척이나 저속해 보인다. 종교적이 견해차로 자살폭탄테러가 자행되고, 다른 종교를 믿는 자가 지도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식의 극단적인 종교인도 사라져야 한다. 많은 종교인의 선행만큼이나 많은 비관적인 일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역설적인 현실에서 교리에 갇혀 자신의 종교를 옹호하는 일에만 열중하는 종교인을 위해서라도 우린 종교가 자행하는 큰 문제들을 수면위로 끄집어 올리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토론하고 고민해야한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져 본적이 없기에 종교에서 말하는 믿음에 대한 의미와 종교적 계율과 규칙에 대한 사고방식은 종교인들과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종교와 교리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집단적인 학살이나 테러, 그리고 타자화는 분명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류전체의 골칫거리라는 점은 책의 내용과 동의한다. 또한 각종 성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 특히 코란의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종교란 또는 신이란 개념 자체가 인간들이 만들어 냈든 그렇지 않든 분명 인류역사의 커다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정치와 사회 특히 문화에 끼친 영향을 생각한다면 종교자체에 대한 거대한 불신은 반대한다. 책에서도 간혹 언급되지만 종교적 규율이나 신념이 일반적인 사회의 도덕률과 일치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고 있고, 많은 종교인들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며, 다른 종교와 손을 잡고 서로를 인정하는 개방적인 종교인들이 있다는 사실은 종교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비판 그리고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면 현재 만연한 수많은 종교적 문제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의 좋은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많은 문제들이 인간의 이성을 통해 해결됐다. 지금은 종교의 문제를 이제 신념과 믿음이라는 종교적 이념의 잣대가 아닌 이성의 잣대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진리라는 것은 종교에서 말하듯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진리는 항상 숨어 있으며 그 진리를 찾는 과정이야 말로 이성적인 인간이 걸어가야 할 과정이며, 이렇듯 진지한 자세로 종교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진리를 향한 소중한 발걸음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Die Stimme der Vernunft ist leise
이성의 목소리는 부드럽다. (p.415)

------이글은 readersguide 이벤트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유대인과 이슬람 그리고 팔레스타인…….

 세 가지 주제는 일차적으론 종교적이라는 냄새가 풍긴다. 단순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대립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위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나의 통념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시오니즘이 어떻고 PLO가 어쩌고 영국과 서구열강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팔레스타인 지역의 문제가 본격화 되었고, 아랍국가들 사이에 독야청청 유대국가로 자리하는 이스라엘이 어떻고 하는 일반적인 사실들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들이 어쩌다 여기저기에서 주워 얻는 짜깁기된 지식이라는 사실을, 그 지식들이란 것이 다 떨어진 누더기 마냥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로 엮어진 것이 아닌 속빈 지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면 웅진 지식하우스의 고정관념 Q시리즈-『유대인』, 『이슬람』, 『팔레스타인』-를 만났기 때문이다. 종종 지구촌 뉴스의 어두운 부분을 장식하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과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테러사건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균형 잡힌 시각을 얻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과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인에 관한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래선지 서점가에 많은 관련 서적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이슬람 문명과 이스라엘에 대한 책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름 그쪽 부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 했었다. 하지만 뭔가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이슬람 문명과 유대인이 만든 나라 이스라엘 그리고 두 문화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상황을 쉽게 이해하긴 어려웠다. 또한 대부분 책들이 미국을 중심의 패권주의를 주된 내용으로 하였기에 실상 이슬람과 유대인들의 문제를 다양하게 조명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매우 복잡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문제와 그와 맞물려 돌아가는 이슬람 문명의 아랍국가들, 유대인들의 이스라엘을 이해하는데 이번 책들에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고정관념 Q 시리즈의 장점은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 주제별로 우리가 이미 익히 들어 통념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에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이른바 문답식 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질문도 좋지만 그 답이 객관적이고 꽤나 쓸 만했다. 답은 책에 있으니 생략하고 질문의 내용을 대충 예를 들면 이렇다.

『유대인』

<유대인은 전형적인 신체적 특징이 있다?>, <유대인은 돈을 좋아하고 타고난 사업가이다?>

<유대인은 육체노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슬람』

<이슬람 국가들은 인권보다 계율이 우선인가?>, <이슬람은 언제나 기독교와 맞서 싸웠다?>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은 모두 이슬람교도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항상 테러를 통해 투쟁해왔다?>

 질문에 대한 답을 읽는 것도 즐거움이겠지만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세 권의 책을 잘 연결해서 읽으면 더욱 즐겁다. 같은 시?? 있다.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과 맞물린 아랍국가들, 그리고 양측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대 국가의 이해관계, 종교와 종교 간의 대립관계, 거기에 인종문제까지 거대한 복잡계를 형성하고 있기에 책 한 권으로는 또 다른 고정관념에 빠질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세 권 모두 읽으시라. 팔레스타인 지역의 문제와 갈등이 지금 시대에 강하게 시사하다 이유가 바로 팔레스타인이야 말로 전 세계를 투영하는 작은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아랍권과 석유, 이슬람과 기독교, 끊이지 않는 테러……. 굵직한 지구촌 문제들의 본질이 깔려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서평을 쓰면서 내내 책에 있는 내용들 중 인용할 부분이 있다면 옥석을 가려 써보려고 했으나 글 솜씨가 따라가지 못하여 포기했다. 문답식의 간결한 구성 때문이라서 좀 인용하기가 어려웠다는 병명은 너무 궁색해 보인다. 세세한 이야기들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낯선 아랍어와 히브리어를 그대로 옮기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아랍어와 히브리어의 인물명과 지명 그리고 종교적 개념들에 대한 정리는 책 뒷부분에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읽는 내내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다.

 조금 뜬금없는 내용 같지만 종교 간의 문제든, 국가가의 이해관계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최선의 요건은 신뢰와 배려 그리고 이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고, 그 고정관념의 지배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 혼자 살지 않는 한 타자를 신뢰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고정관념을 깨 나가는 가장 최선을 방법일 것이다. 이는 개인적이 차원이 아닌 국가적, 종교적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이슬람과 기독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유대인과 반유대주의자들 모두 이해와 배려 그리고 신뢰 속에서 서로의 고정관념을 일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서평은 서평전문사이트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에 올린 웅진지식인 하우스의 고정관념 Q시리즈 <이슬람>, <유대인>, <팔레스타인> 세 권에 대한 서평입니다.----------

 

사회인이 되어 세상에 나와 세상살이라는 걸 직접 몸으로 겪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러저러 한 곳이라는 나만의 개인적인 정의를 종종 내려볼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다양한 통로로 주어지는 정보를 통해 스스로 이 사회를 정의한다면 조금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때가 많다.

20대후반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저 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경제적인 사회상황을 당연한 걸로 느꼈었다. 그 때는 IMF사태가 터지고 난 후 몇 년 지나지 않았기에 돈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는 어차피 세상 굴러가는 바탕에 돈이라는 것이 버티고 있고, 당연히 사회경제구조가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모양새가 기본이라는 생각에 현실에 그저 방관자의 자세로 적응하려했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나가는 방향은 많이 불안하다. 점철되는 양극화 문제도 그렇지만 사람냄새 풍기는 그런 사회가 아닌 물질의 가치에 인간의 가치가 가려지고, 인간성이 퇴색되는 씁쓸한 미래가 떠오르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다.

경제나 권력을 통틀어 우리 사회의 최상위층을 형성하는 사람들이 어찌 그렇게 많은 돈을 굴리고, 어떤식으로 그 많은 이권을 얻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그저 짧은 생각에 돈이 돈을 버는 법이니, 재벌은 계속 더 큰 재벌이고, 상류층은 계속 더 잘 사는 상류층이라고만 생각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법률 엘리트들의 철저한 동맹관계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투기바람을 일으키는 외국 자본들의 자세한 메카니즘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어도 딱히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다. 거기에 세상돌아가는 모양을 무덤덤하게만 받아들인 내 자신에게 일차적인 원인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 시원한 책이다. 동시에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남겨주는 책이다.국회의원과 시민단체에 종사하는 두 명의 저자는 엘리트 변호사들의 모임인지 로펌인지 모를 거대한 권력체 "김앤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덤덤하게 서술되어 있다. 눈에 확 띄는 디자인도 아니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채워진 책도 아니다. 그렇다고 감정적인 격한 논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판단컨데 이 책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조금은 건조한 책이라고도 할 수있겠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책 앞부분을 읽어 나가다 보면 티비에서 볼 수 있는 탐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초반에 책을 무덤덤하게 읽게되는 건 당연한데, 중반 이후 서서히 확연해지는 김앤장의 실체와 그와 관련된 재벌, 국가권력, 법조계 그리고 외국투기회사의 철저한 동맹관계를 확인할 때 등골이 써늘한 느낌이 들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사실을 나열하고 관계를 규명하고, 문제를 밝혀내는 담담함이 오히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이런거였구나 하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외환은행 매각사건이나 SK소버린 사건, 삼성 에버랜드 편법증여사건들의 본질이 그랬고,  가진자의 이익을 위해 편법과 불법을 일쌈는 김앤장의 실체가 그랬고, 김앤장을 허브로하여 연결되어 있는 법조계와 재경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회전문 인사가 그랬다. 그래서 시원했다. 한 눈에 읽혀지는 파워 엘리트들의 매카니즘과 한국사회 최상층의 권력관계는 무지한 나를 일깨워주었다. 깨달음을 주었기에 책임감이 남았다. 정의롭고 건전한 사회를 위해 온갖 편법으로 뭉쳐진 우리나라 파워 엘리트 집단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바로 이시대를 사는 우리의 역할이라는 책임감말이다.

쥐스킨트의 단편 중 뮈사르라는 사람이 남긴 유언에 대한 내용이 있다. 세상이 온통 조개로 뒤덮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또한 몸이 화석화 되어 죽어간다는......

나 스스로 사회현실의 문제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무런 비판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기력하게 이렇게 살다가  죽어간다면, 온세상이 화석이 되어감에도 나는 그 일부가 되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똑같이 돌처럼 굳어버릴 것이다. 뮈사르는 조개화되는 세상에 대한 저항을 하지 못하고 죽어간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홀로 괴로워하다가 말이다. 파워엘리트 집단의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인 김앤장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우린 사회가 바른길로 가도록 되돌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작은 힘들을 모은 다면 우리 사회가 돈과 권력이라는 조개로 변해가는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