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닐때였다.
시장에서 대포집을 했던 우리집에 정해진 메뉴라고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칼국수 뿐이였다. 대부분의 음식은 그때그때 손님들이 원하는대로 어머니가 직접 만들었다. 주말에 고향에 내려갔더니 화장실 욕조안에 거대한(?) 농어가 한 마리 헤엄치고 있었다. 어찌나 컸던지 욕조가 초라해보였던 기억이 난다. 손님중 누군가가 회를 쳐달로 가져왔더란다. 그날 밤 장사를 마치신 어머닌 농어를 잡아 회를 쳐야 하는데 껌벅이는 농어 눈을 보니 불쌍해서 차마 죽이지 못하셨단다. 결국 손님들 중 한분이 농어를 죽여 회를 치고, 어머니는 그냥 매운탕만 끊였단다. 회를 좋아하시는 분인데 그 날은 회 한 점 못 드셨다고 하셨다.

『죽음의 밥상』은 먹으면 죽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육류가 필연적으로 생명을 죽임으로써 밥상으로 올라온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이 결코 인도적이지 못하다는 것, 죽어서 음식이 되기 위해 태어난 가련한 동물들의 고통스러운 삶 등이 녹아든 책이다. 책은 그렇듯 잔인하게 사육되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수많은 동물들 뒤에 도사리는 비인도적인 자본의 논리와 시장의 법칙, 생명윤리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까지 매우 다양한 내용들과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읽는 이를 빠져들게 한든다. 

책은 보통의 미국 중산층 가정 세 곳을 중심으로 그네들의 식단을 살펴보고, 그들이 구입하는 음식이 어떤 과정으로 식탁에 오르는지를 탐사보도 하듯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직접 다양한 농장들과 식품회사와 대형마트를 밀착 조사한 내용이나, 칠면조 사육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일용잡부로 농장에 몸을 던지는 저자의 모습에서 책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수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들의 추악한 모습과 먹는다는 행위의 윤리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낸 저자의 역량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상태에서 십수년을 살아야 할 소, 돼지들을 오로지 고기를 얻는 다는 이유로 공장식 농장에서 20개월 내지 30개월을 키워서 도살하고, 민감하고 영리한 암퇘지는 새끼를 낳는 기계로 전락해 칸막이가 쳐져 있는 사육장에서 몸 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새끼만 낳다가 죽어야 하는 현실, 사람의 손에 해당하는 부리를 마취도 없이 잘리고 알을 더 낳기 위해 굶주림을 통한 털갈이를 당하는 암탉들의 모습, 최고급 송아지고기를 위해 희생되는 어린 송아지들,어망에 갖혀 본성을 잃고 항생제 덩어리로 양식되는 물고기들.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유전자 조작(GMO) 농작물.

공장식 농장의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질오염과 이산화탄소의 배출, 물부족과 삼림의 파괴, 자연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손상.
육식은 사육되는 동물에 대한 인도주의 문제와 더불어 육식의 댓가로 지불해야 할 인류의 희생과 지구의 고통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런 현실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분명 강한 인상을 던진다. 그리고 과연 비인도적으로 사육되고 판매되는 고기를 먹는 것이 윤리적인가 하는 질문의 무게가 무거워짐은 당연해진다.

급속한 사회의 발전으로 우린 많은 윤리적 문제들을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락사니 낙태니 그리고 동성애 인정이니 하는 윤리적 문제와 마찬가지로 육식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물들은 측정할 수 없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육식을 끊을 수 없다면 우리가 먹는 동물들이 얼마나 인도적으로 성장하고, 고통없이 죽음을 맞이하며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본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 부리가 잘린채 털갈이의 고통속에서 한 쪽 날개조차 펼치지 못하는 비좁은 공간에서 고통스런 생명을 연장하다가 도살된 닭을 먹으면서 즐거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생산되는 먹거리, 멸종의 위기에 놓여 있는 어류등을 기분좋게 먹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오로지 시장과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거대 공장식 농장과 대형 마트에 대한 보이콧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유기농산물과 인도주의적인 환경에서 공급되는 육류에 대해 관심을 보여야 한다. 책 속에서 언급됐듯이 우리가 친환경적인 식료품을 구입하는 행위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과잉은 결핍을 다른 말이다. 우리가 손쉽게 그리고 값싸게 구입하여 먹는 먹거리때문에 더 큰 댓가를 치루고 있는 고통속의 동물들, 파괴되는 자연생태계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눈을 껌뻑이는 농어를 차마 죽이지 못한 그런 마음이 보편적인 인류가 갖는 행위의 준칙으로 작용하길......

나의 재미지수 테스트 점수는 0~5개......재미, 없으실텐데

공항, 와인, 테마파크, 해외여행......
일상에 찌들어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겐 먼나라 이야기로 들릴 법한 것들이다. 물론 나 자신도 같은 부류에 포함된다. 나 또한 티비에서 와인 소비량이 늘었느니, 해외여행자가 급증하느니 하는 뉴스들을 들을 때마다 나하고는 동떨어진 낯선 이야기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흔한 노트북도 없는 처지이고, 파티는 고사하고 레지던스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처음 책을 펼치고 목록을 훑어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란게 "이 책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였으니 얼마나 낯설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잠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일꺼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하지만 재밌었다. 생각보다 훨씬.

생생한 문화적 체험은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새롭고 낯선 이시대의 코드들을 이해하려고 또 즐기려고 노력했다.
우선 읽고 싶은 부분들만 골라 읽었다. 3차원 인터넷 플랫폼이라 소개된 세컨드 라이프에 관한 내용이 맨처음 도전과제였다. 슈팅게임 아니면 스타크래프트나 즐기던 나에게 세컨드 라이프는 꽤나 흥미있었다.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검색창에서 찾아보니 엄청난 정보가 쏟아졌다.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자괴감도 들었지만 웹상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발상자체가 독특했다. 그놈의 시간이 문제여서 아직 직접 해보지 못했지만 조망간 세컨드 라이프의 세상에 빠져볼 예정이다.

두 번째는 공항.
공항에서 노숙(?)하는 내용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공항 수면을 전파하는 사이트에서부터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잠자기 좋은 공항까지, 색다른 정보도 정보지만 공항에서 자도 되는지 조차 몰랐던 나란 인간에겐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공항 수면 서바이벌 키트, 잠자기 좋은 국제공항들 목록, 게다가 저가항공사에 대한 내용들도 유익했다. 아니 그냥 무작정 떠나고 싶은 일탈의 충동을 부채질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투발루의 푸나푸티공황으로 떠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자제하는라 힘들었었다.

세 번째는  서울 속의 낯선 동네 부암동에 대한 내용.
청와대 옆동네라 개발제한에 걸려 개발의 손이 미치지 못한 서울같지 않은 서울. 부암동엔 수십년을 이어온 철물점과 세탁소, 미장원이 현대적인 갤러리와 카페들과 나란히 자리잡은 무심한 조화를 보여주는 동네라고 소개되어 있다. 물론 난 한번도 가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현대적이고 카페가 있고 열기가 있는 뭐 그런 곳은 책에서도 소개되지만 홍대 정도만 귀동냥으로 듣기만 했을 뿐이다. 인사동도 물론 귀동냥.....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부암동이라니. 가고 싶다는 생각에 앞서 나란 사람이 참 갇혀 살았다는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암동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여유롭게 부암동을 거니는 상상을 했다. 그 느낌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느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란거.

이외에도 책은 많은 읽을 꺼리들을 담고 있다.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현실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떠나는 여행, 기분전환을 위한 파티 혹은 테마파크나 동물원 나들이, 기분좋은 분위기에서의 와인 한 잔이나, 과거로 떠나는 문방구 여행등 책은 다양한 일상탈출의 방법과 정보를 일러준다.

가벼운 일상 탈출의 희열을 만끽(?)하고자 했던 처음의 기대와 달리 정신없이 낯선 세계로 이끌었던 「ESC 일상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던 것들과 조금은 친해진 기분이 든다. 알고 나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거부감 너무 깊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행동하기 싫으면 또 어떠하리. 그저 읽고 즐기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니 말이다.
그나저나 나의 재미지수는 좀 오르지 않았으려나......

다양해진 사회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사람들 숫자 만큼이나 욕망의 모양새나 종류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욕망 공화국』은 현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욕망의 다양한 변주곡을 들여주는 책이다. 인터넷 문화의 고속성장과 물질주의의 팽배 그리고 세계화의 진행으로 가속되는 계층분화로 인해 우리의 욕망은 점점 진화(?)하면서 급격하게 변화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욕망은 시대의 거울로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판타지에서 꿈꾸는 상상력의 욕망, 인터넷 폐인들의 욕망 그리고 휴대폰을 통해본 욕망들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간상들의 변화무쌍한 욕망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기성세대들의 욕망 또한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물신주의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전쟁중에는 살아남는 것이 가장 큰 욕망이라면,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때에는 배불리 먹는 생물학적 본능이 욕망의 최전선을 차지 했으리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살펴본다면 단순한 본능적 욕망이외에 다양한 인간의 욕망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이 가상에 의해 지배받는 인터넷은 현실에서 쉽게 성취할 수 없는 욕망들로 채워지고 있다. 게임을 통해 중세의 기사가 되어 몬스터와 싸우는 사람들, 가상의 이미지에 자신의 상상력을 불태우고,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기는 네티즌들은 욕망의 채널을 인터넷에 집중한다. 노래방과 찜질방 그리고 비디오방은 은밀한 남녀의 욕망들이 들끊고 있다. 강남을 위시한 비싼 땅들은 기성세대들의 땅사랑에 대한 욕망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한다.

책은 욕망에 대한 다양한 군상, 다양한 장소들을 분석하고 있다. 백수, 폐인, 10대소녀, 고시생......인터넷 공간, 광하문, 게임방과 노래방, 청와대를 넘나들며 대한민국 욕망 보고서를 써내려간다. 특히 동성애에 관한 부분이나 대마초에 대한 작가의 생각, 성(性)에 대한 의견들은 파격적이기도 하다. 또한 로또열풍과 땅투기 현상과 같은 물질주의 욕망에 대한 내용은 현실속에서 일반인들이 지니는 욕망의 속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현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의 그림들은 그 사회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투영한다는 점에서 책의 내용은 많은 고민꺼리를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분석한 내용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의 욕망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속에서 꿈틀대는 욕망은 과연 그 출발이 어디였고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욕망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다시 내릴 수 있었다. 욕망에 지배되지 않고 욕망을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나의 욕망에 대해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로 말이다. 또한 열정의 다른 이름이 욕망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욕망이란 삶의 활력이라는 점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