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지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이 과연 수학자일까? 수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학을 좋아하거나 수학에 일가견이 있다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우주의 생성과 소멸에서부터 가장 작은 물질의 단위라는 입자계의 시스템까지 그 방대하고 복잡한 현상들을 이해하고, 규명하고, 설명하는 데 수학이라는 도구를 제외하고는 딱히 쓸만한 도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신이 이렇듯 복잡한 세계를 창조했다면 분명 상당한 수준의 수학 실력을 지녔어야 했을 것이다. 수학의 정석 따위는 대충 눈대중으로 풀어 낼 정도의 실력??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항상 이런 말을 한다. 더하기 빼기만 알면 될 것을 뭣 하러 이렇게 복잡한 수학을 배워야 하는 거냐고, 혹은 수학을 배워서 도대체 어디에 써 먹냐고 말이다. 그럼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더하기 빼기만 할 줄 알아서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고,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수학을 잘 해야 한다고 말이다. 또 수학을 잘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얘기해준다. 당연히 주식이니 투자니 하는 이야기와 함께 수학을 잘 하면 돈을 더 잘 굴려 이득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수학이 재밌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말해준다. 애들의 반응은? 당연히 시큰둥하다.

『신은 수학자인가?』는 수학으로 설명되는 이 세상 거의 대부분의 현상들에 관한 책이라 하겠다. 수학의 묘미, 수학의 절묘함, 수학의 위대함 등등을 느끼기에 조금은 전문적이라 하겠지만 그 어떤 수학 관련 교양서보다 재밌다(읽은 책이 몇 권되지 않으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라. 더 재밌는 책도 많을 테니 말이다). 매혹적인 수의 황홀경에 빠져 거의 종교적 광신의 모습으로 빛나는 직각 삼각형의 대부 사모스의 피타고라스. 죽는 순간까지 기하학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라쿠사의 아르키메데스(사실 아르키메데스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르키메데스에 양피지에 대한 일화가 더 흥미진진했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라).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으로 당시 유럽을 들었다 놓은 대 과학자 갈릴레오. 그 외에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으로 가득한 수많은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 사학자 등등이 책 속에 등장한다. 

 
책은 수학의 마법사들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즉, 지구와 우주 그리고 인간의 모든 활동들을 모두 수학이라는 도구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게 말이다.(미적분은 대부분의 물리적 현상들을 설명하는 도구로, 통계는 사회 작동의 원리로, 최첨단 물리학과 생명공학에 이용되는 매듭이론 등등) 뭐 한 가지만 이야기 한다면 매듭이론이라는 것이 꽤나 눈길을 끌었다. 단순하게 매듭을 묶는 방법의 수를 연구하던 매듭이론이 이후 생명공학의 총아인 DNA구조에 적용되고, 입자계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운동과도 접목되는 부분은 수학의 수동적 효용이라는 위대함을 다시금 생각 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수학 이론이 이상하게도(마치 신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현실의 현상들에 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정수론의 숫자놀음이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암호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경우처럼 말이다.

 
물리학을 포함한 과학이라는 학문도 그렇고 수학도 그렇고 애들은 무진장 싫어한다. 학창시절 나도 그다지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과학도 물론이고. 문제는 수학이 아이들이 느끼듯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른들도 간과하고 있다는 거다. 수학을 단순히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입시과목 쯤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환경에서 수학의 진면목을 아이들이 깨닫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수학 관련 교양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소 도발적인 책 제목에 걸맞게 상당히 도발적인 수학의 매력이 책에 잘 녹아져 있기에 이번에 읽은 내용으로 꽤나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잘난 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시대는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먹고 사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들 한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인간종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이기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음 말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로마 병정의 손에 아르키메데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를 상징한다. 로마인은 위대한 민족이었지만, 실용성을 중시하고 무미건조했다. 로마인은 상상력이 부족해 자연의 힘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로마인 가운데 도형을 쳐다보는 데 정신이 빠져 목숨을 잃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문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