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이란 무엇인가? 저항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지녀야 할 가치 있는 신념이리라. 행동을 하던 연대를 하던 마음속으로 지지를 보내든, 인간의 존재가 무시당하고, 부당하게 삶을 위협 받을 때 당연히 인간이라면 누구든 저항의 기치를 내걸고 맞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인간의 삶이 어찌 의미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단순히 숨쉬고, 먹고, 싸는 짐승이라면 저항의 의미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리고 당신이 진정한 인간이라면 부당함에 대항하여 함께 저항해야 한다. 함께라는 이 말이 중요하다. 내가 당하지 않는다고, 머나먼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부당함이라고 눈을 감아선 안된다. 죄 없는 방관자는 없다.  

                       케테 콜피츠 작품                                                          세스 토보크먼 작품

 
세스 토보크먼의 그림은 강렬하다. 마치 케테 콜피츠의 판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저항의 이미지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케테와 세스의 작품들은 뇌리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한 여인이 발차기로 탐욕스런 거대 기업의 마천루를 무너뜨리는 세스의 그림에서 강렬한 저항이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는 뜨거운 메시지 말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을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쟁, 기아, 신자유주의, 인종차별, 양극화 같은 이야기들은 이제 지겹다. 중단 없이 진행되는 몇몇 인간들의 만행은 국가와 정의라는 정당성으로 가공된다. 또 정치란 이름으로 은밀하게 포장되어 있다. 미디어에 종속된 사람들은 국가의 가면을 쓴 탐욕을 알고도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 불이 강을 건너 와 스스로를 불태울 꺼란걸 모르고 말이다.

 세스 토보크먼의 『나는 왜 저항하는 가』에 실린 이야기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일이며 우리 자식들이 당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저항이 필요하다. 저항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 절실하다. 침묵하고 입을 닫아 버리는 인간은 폭력과 억압의 노예로 밖에 살 수 없다. 내가 왜 저항하는 가를 고민한 후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저항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파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스 토보크먼처럼 그림으로, 미국 노동운동의 어머니 마더 존스처럼 행동으로, 이름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처럼 지지와 연대로 말이다.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자, 이제 새 장으로 넘어 갔어요… 새로운 문명이 다가오고 있어요. 역사의 추는 전례 없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요.” -『마더 존스』본문 386쪽.

 더 늦기 전에 역사의 추를 흔들 저항을 시작하자.

 

꿈. 夢. dream

「꿈은 수면시 경험하는 일련의 영상, 소리, 생각, 감정 등의 느낌을 말한다. 희망사항, 목표 등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종종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것들이며, 대부분 꿈을 꾸는 이가 제어할 수 없다」- 위키백과중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보편적인 꿈이 무엇일까? 아마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리라. 그럼 잘 먹고 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그야 돈이다. 과도하게 자유로운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작동되는 한국에서 돈이야 말로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글쎄다. 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돈은 이미 한국의 많은 부분들을 점유하고 있다. 물질적인 영역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말이다. 일제 식민지를 거쳐 지금에 이르는 약 10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는 어떤 식으로 진화해 왔을까? 그렇게 진화하는 한국식 자본주의 틀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까? 꿈이라는 걸 꾸면서 살다면 말이다. 바로 그런 질문들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소설이 있다. 게다가 한국적 자본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소설가 황석영씨의『강남夢』이 바로 그것이다.

읽으면서 내내 떠오른 생각이 이것이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발전과 한국 사람들의 세속적인 꿈에 관한 글이라는 측면에서 웬만한 인문․사회․역사서보다 훨 낫다는 것. 읽으면 확 와닿는다. 한국과 한국인의 흐름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 말이다.

가난한 접대부에서 술집을 경영하다 강남 알부자의 첩이 되어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박선녀. 일제 헌병 끄나풀에서 CIC방첩대의 요원을 거쳐 건설 회사 사장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김진. 그는 막대한 재산으로 강남의 거부가 되는 인물이다. 60년대 강남 개발의 붐을 타고 부동산 투기를 통해 떼돈을 번 심남수와 박기섭. 돈과 향락과 폭력사이에서 주먹으로 살아가는 홍양태. 가진 것이 없어 지난한 삶을 살아가지만 꿋꿋함을 잃지 않는 임정아.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개개인의 면면만으로도 독립된 단편소설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지닌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 곳으로 수렴되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돈이었다. 김진이 일제의 앞잡이를 거쳐 건설회사 사장으로 살아가는 과정이나, 박선녀가 접대부에서 거부의 첩이 되는 일, 그 외 부동산 투기꾼 심남수와 조직 폭력배 홍양태 이야기까지 그네들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했고, 어쩌면 그들 모두는 부자가 되는 꿈을 먹고 사는 이 시대의 보통사람들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거의 대부분은 부(富)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거칠고 험난한 시절을 보내며 터득한 그들의 생존방식은 떼돈을 버는 것뿐이었다. 작가는 속물근성으로 가득한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그저 객관적 서술로 인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할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소설은 더 현실적이다. 티를 내지 않지만 대부분 돈에 대한, 부에 대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부동산, 펀드, 주식, 투자에 골몰하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 바로 소설 속 주인공은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 자신들에 대한 자화상이었다.

우리가 지금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고 있는가? 혹시 우리 모두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한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백화점같은 그런 꿈 말이다. 강남夢말이다.

강남, 부동산, 황석영

하품이나 실실 나오는 뭐 그런 무료하고 답답하기만 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다가 자의반 타의반 밥벌이 하던 직장이 사라지고 홀로 독립(?)하게 되는 변화를 겪었다. 시원하고 섭섭하고 뭐 그렇다. 웃기는 건 바뀌는 일상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는 것. 그래서 고정된 직장이라는 틀에 나 자신이 얼마나 얽매여 살고 있었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는 것. 전보다 시간도 많고 훨씬 자유로워졌음에도 까닭모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건 나 자신도 모르게 채워진 노예근성이 아닐까한다. 이놈의 노예근성을 어쩌지? 뭐 이런 잡념에 사로잡혀 있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오리진이 되라』

나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오리진’과 그 나머지 사람.
스스로 처음인 자,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 새 판을 짜는 자, 원조(기원)가 되는 자. 그리하여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자, 그가 바로 오리진이다.
‘나머지’는 오리진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게임의 규칙 안에서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이들이다. -본문 12쪽.

프롤로그부터가 이런 식이다. 두 종류의 사람 중 난 당연히 후자. 피터지게 싸우는 족속에 해당한다. 삼성출신의 저자라는 사실과 이건희 회장에 대한 감사로 시작하는 책이라 내심 꺼림칙했다. 하지만 뭐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책을 펼쳤다. 그랬더니 초장부터 기를 죽인다. 흠. 그래도 뭐 나쁘진 않다. 오리진에 대한 흥미가 타올랐으니까.

어느 날 커피를 뽑아 마시다가 문득 종이컵에 눈길이 갔다. 컵에는 동전을 넣는 손 그림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자판기 인생-당신은 돈을 넣어야 움직입니까? 사명으로 움직입니까?”
오, 깜짝 놀랐다. 종이컵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반대쪽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세계적인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평범이다. 우리가 자기계발을 하지 않아 평범해진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사명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평범해질 틈이 없다.’” - 본문 149쪽.

오리진이란 거창할 것도 없었다. 창조적인 오리진이 되기 위한 조건은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지식의 획득을 토대로 한 상상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융합과 역발상 그리고 시의적절한 컨셉의 개발,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배려 뭐 그런 것들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것들. 그래서 쉽고도 어려운 것이 오리진이 되는 길이다. 단순한 종이컵에 신선한 메시지를 새겨 넣듯이 알고 나면 쉽지만 생각해 내기는 어려운 그런 것. 중요한 건 인간이란 무릇 스스로를 항상 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나은 가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책의 이면을 관통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나 흥미롭고 재밌다. 꼭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오리진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희대의 유명인 되던, 그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인생을 나름 가치 있게 살아가던‘ 사람을 향한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내가 누구이고 세상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지식 습득(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까지. 오리진이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길 중에 한 가지란 생각이 든다.

운명을 뛰어넘고, 상상을 초월할 것까지 없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왜냐면 우리는 누구나 모두 오리진이니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행동하고 살아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선 창조자들이니까. 책을 통해 나도 내 인생의 진정한 오리진이 되기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은 것 같다. 그래서 고마운 책이다. 



오리진, 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