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렵다. 그리고 꽤 골치 아프다.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 말하기란 말이다. 어렵고 골치 아픈 건 분명한데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진정 인간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내 존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지 않는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이 어찌 보면 더 골치 아프고 괴롭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고민한다. 고민의 시간들이 제대로 된 판단과 결론을 얻지 못한 채 무의미한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 나를 고민하고, 인간을 고민하는 행위는 내겐 삶의 큰 의미이다. 그리고 즐겁다. 얼마 전 읽은 마크 뷰캐넌의『사회적 원자』또한 인간에 대해 깊은 성찰을 얻고 싶어 하는 내게 인간 행동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이 책의 중심 아이디어는 갑작스러운 민족주의의 폭발, 산아 제한과 여성 교육 사이의 이상한 관계, 지속되는 인종 분리, 그밖에 수많은 중요한 사건들이나 평범하고 흥미로운 사회현상들(금융 시장, 정치, 패션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려면 사람이 아니라 패턴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20쪽/『사회적 원자』/ 마크 뷰캐넌

 

 물리나 화학에서 사용되는 이론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탐구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확인 시켜준 마크 뷰캐넌의 통찰이 돋보였다. 모든 인간 행동은 패턴으로 설명된다는 단순성 또한 매력적이다. 하지만 마크의 책을 읽다보면 뭔가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가끔 등장하는 진화심리학적 내용들-이를테면 인간의 머릿속은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의 잔재가 가득하다는 내용등-을 빼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은 어딘가 약간 부족하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으로 인간의 본성을 완벽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학자들은 진화심리학을 단순히 호기심만 자극하는 허구라고 이야기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자꾸 딴 곳으로 새는 느낌이다. 요점은 이렇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하는 과정에서 패턴으로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책을 만났는데 뭔가 모자랐다는 것. 그런데 그 뭔가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는 책을 만났으니 그 책이 바로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이다.

 

 인간의 근원은 무엇일까? 근원을 찾기 위해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 인간 본연의 깊은 심연에 닿기 위한 촘스키와 푸코의 방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결론은 이랬다. 촘스키는 인간의 본성에 선하고 정의로운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반면 푸코는 인간이란 인간이 살고 있는 그 시대에 의해 본성도 정의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변하지 않는 불변의 가치를 촘스키가 강조한다면 푸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 가치를 주장한다는 것. 그래서 둘은 정치와 사회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을 남용하는 국가와 집단 그리고 기업과 단체에 대한 저항의 부분에서는 상당부분 동의한다는 사실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에서 저항의 이미지를 찾아 낼 수 있었다.

 

 마크 뷰캐넌이 말한 패턴 또한 촘스키와 푸코의 사상과 연결 고리를 이룰 수 있다. 시대가 만들어 낸 유행과 패러다임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패턴, 혹은 인간 본성의 선함과 정의로움에 의해 구성되는 패턴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불의와 비인도적인 사건들에 대해서 국가를 초월한 사람들의 연대, 예를 들면 독재자를 향한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이집트 민중에 대한 국제적 연대는 촘스키 식의 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하여 현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수 분 또는 수십 분 만에 전파되는 사건 사고들을 수용하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새롭고, 빠르고 광범위한 연대는 푸코식의 패턴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책에서 촘스키와 푸코의 사상이 종종 대립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 자신은 그냥 두 사람의 접점에서 나름의 의의를 두고 싶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과 국가에 대항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저히 읽지 못할 몹쓸(?)책도 절대 아니다. 많은 생각꺼리고 골치 아픈 물음과 해답과 통찰과 성찰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이다. 언어학자와 구조주의 철학자라는 두 거장의 위치도 그랬지만 그들의 깊은 사상적 토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내 지식의 빈약함을 거듭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고민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그저 짐승 일뿐. 물질과 자본에 인간의 본성마저 헐값에 팔려가는 현실의 작태를 볼 때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인간 본성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이야기 하고 있고 우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이렇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촘스키식) 지금 현재를 고민(푸코식)해야 한다. "

촘스키, 푸코, 인간, 본성

특히 겨울에 라다크 사람들은 고기를 먹는데(대개 염소를 먹지만 야크와 ‘조’도 먹는다) 그러지 않고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물고기는 먹는 일이 없다. 생명을 빼앗아야 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공급할 수 있는 커다란 동물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먹는다면 훨씬 많은 생명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 짐승을 죽이는 일은 가볍게 여겨지지 않고, 반드시 용서를 빌고 많은 기도를 올린 후에야 한다.

내가 타고 짐을 싣는 짐승들,
나를 위해 죽임을 당한 짐승들,
내가 고기를 먹은 모든 짐승들,
그들이 빨리 부처가 되기를. - 본문 52쪽/『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르-호지/2003년

 

오로지『식품주식회사』라는 책 때문에 다큐 영화 「food, lnc.」를 찾았다. 그리고 좀 전에 다큐를 보고 바로 글을 쓰고 있다. 흥분된 마음으로 무슨 글을 아니 무슨 말을 먼저 써야 할지 캄캄해서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뒤적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책 내용도 놀라웠고 다큐도 굉장히 놀라웠다. 이 책 저 책, 혹은 이런 저런 기사를 접하며 식품산업 전반의 폐해에 관해선 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체계적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실상을 알게 되고 나니 착잡함을 넘어선 분노가 느껴진다.

 

우리가 매일 먹는 아니 먹어야 하는 음식의 어두운 실체는 거대 식품 기업들의 전횡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탐욕에 희생양인 가축들(소, 돼지, 닭)은 항생제와 호르몬을 맞아가며 비좁은 공장형 우리에서 사육된다. 더 싼 소고기를 얻기 위해 풀을 먹어야 하는 소에게 옥수수를 먹여 인간은 스스로 치명적인 O157균을 만들어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으며, 효율과 경제성의 맹신아래 식품의 운송, 저장을 통해 무수한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가축들의 분뇨와 먹이 생산은 기후 변화에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패스트푸드는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살찌운다. 당뇨와 고혈압은 이미 왜곡된 식품시장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바로비터이다. 대량 생산된 옥수수는 에탄올로 둔갑해 연료로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또 다시 무수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가축을 먹일 사료이기에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먹일 식량은 없다는 것이다. 지독한 역설이다. 게다가 거대 식품회사의 권력은 그들을 제어하고 규제해야 할 정부를 압박하여 정치권력으로 진화해 간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전횡이 경제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이다.

 

나로서는 지금 세계의 경제시스템을 뒤덮고 있는 엄청난 위기가〈식품주식회사〉에서 기록한 식품시스템의 문제들을 상기시킨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둘 사이의 유사성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업계의 멜트다운에서 비롯된 신용시장의 붕괴가 30~40년 동안의 금융시장 규제 철폐에 의해 야기되었다는 데 동의한다. 마치 식품산업에서 규제를 하는 자와 규제를 받는 자 사이의 좋은 관계가 미국 식품공급의 규제를 철폐해온 것과 마찬가지다. 두 경우 모두 기업들이 스스로 자기규제를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 문제인데, 여러 경험과 인간 본성으로 미루어 볼 때 자기규제, 자체검사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 본문 77쪽.

 

미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람이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한 모든 일은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권력화 된 거대 식품회사들의 탐욕을 우리의 건강으로 채워서는 안 될 일이다. 그저 손 놓고 바라보기엔 우리가 치를 대가가 너무 크다. 감염된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먹고 죽어가는 아이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움직여야 한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점진적이고 전반적인 식품 산업의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다. 당위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이에 관한 친절한 해설이 책 속에 있다. 책에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매우 많은 정보들, 이를테면 유기농 식품에 대한 정보, 친환경 육류를 얻는 법과 생협에 관한 정보 그리고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지역 먹을거리에 관한 정보 등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각 챕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우리 이야기”를 잘 읽으면 유용한 책에 관한 정보도 풍성하게 얻을 수 있다.

 

라다크 사람들은 고기를 얻을 때 가축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품는다. 오로지 인간의 음식이 되기 위해 절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축들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오만과 탐욕 그리고 욕심 끝이 어디쯤인지 가늠해봤다. 아마 그 끝은 완전한 파멸일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고민하고, 어떻게 먹는 것이 무엇을 먹는 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고 지구 생태계를 위한 일이며 가축들을 위한 일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낳은, 더 도덕적인, 더 친환경적인 먹을거리를 위해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문제도, 특히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결코 나만의 문제가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목격자이자 가담자, 피해자의 일인삼역을 하고 있음을, 그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독자 모두 -본문 515쪽. 옮긴이 후기

 

 

 

음식, 식품, 패스트푸드, 유기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