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공자를 존경했지만 공자에게 어떤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오호라! 나는 오늘에서야 우리 공자를 이해했고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 짖지는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난쟁이가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속분서’ 중 ‘성교소인’(聖敎小引)>- 서울신문 2010. 12. 06. 21면

 

공자와 맹자의 허위와 지식인들의 위선을 비난하며 인간이 지닌 욕망의 심연에서 진정한 도를 찾고자 했던 이탁오는 명나라 최고의 사상범이었다. 그가 강조했던 모든 것들은 당시 중국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이탁오의 상식이었다. 그 상식 때문에 그는 죽어야 했지만 한 마리 개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이탁오는 유효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냥 그런 것으로 습관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다면 개처럼 살지 않기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참여하고, 연대하는 것. 무얼 위해서? 당연히 상식을 위해서.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 -『토마스 페인 유골분실사건』

 

책은 토머스 페인의 유골을 둘러싼 수많은 에피소드로 가득 찬 책이다.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느낌을 책을 통해 느끼긴 처음이다. 신선하고 재밌었다. 책엔 많은 인물들이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페인의 뼈를 소장하기 위해 또는 제대로 된 곳에 매장하기 위해 혹은 그냥 좀 유명한 사람의 유골이니 그저 그런 호기심과 관심 때문에 토머스 페인은 죽어서도 그리 편치 못했으리라. 페인이 어떤 사람인가? 내가 보기엔 매우 상식적인 사람이다. 허나 그가 살던 시대에는 급진적인 개혁가쯤으로 평가받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를 현재의 시각으로 평가하더라도 급진적인 개혁가라는 딱지를 떼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바로 그 사실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면 현실에는 남들이 짖으면 따라 짖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그래서 페인의 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가「상식」이라는 책의 서두에 쓴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그릇된 것이 그릇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오래 굳어지면 겉보기에 옳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본문 35쪽.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그릇된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그냥 옳은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상식이 돼버린 현실. 개혁이니 진보니 하는 것들이 급진적이고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습관이 돼버린 현실. 그런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며 개처럼 살아가는 나.

 

100년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과거라지만 페인을 둘러싼 많은 인물들은 분명 진부한 낡은 시대를 뛰어 넘는 상식을 주장했던 사람들이었다. 사형제도의 폐지, 여성 권리의 신장, 국가 권력에 대한 도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언 등등. 그들이 말하고 행동했던 대부분 주장들은 현재에도 유효할 뿐 아니라 아직 제자리걸음인 것들도 허다하다. 그래서 페인의 뼈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 마냥 나를 포함해 우리에게도 가치 있는 상식을 찾아 삼 천만리정도 걸어갈 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은 늙지 않고 다만 마음이 늙을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네요. 지금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려면 세 가지를 지키라고 하겠어요. 첫째로 초대한 많이 주무세요. 그 다음으로 걱정하지 마세요. 잘못을 막을 수 있다면 막고, 막을 수 없다면 받아들이세요. 또 한 가지, 찌그륵 찌그륵 찌그륵 개혁이라는 큰 문제에 관심을 잃지 마세요. -본문 315쪽

 

잠은 많이 자고 있으니 됐고, 걱정은 다른 사람에 비하면 덜하고 사니 괜찮다. 그런데 개혁이라는 큰 문제에 관심을 잃지 말라는 말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늙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찌그륵 찌그륵 개혁에 더 큰 관심을 둬야겠다. 하긴 꽤나 오래됐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패배주의에 휩쓸려 버린 지가 말이다. 그래서 페인의 유골을 찾아다닌 책을 덮고 《이탁오 평전》(돌베개/2008년)을 다시 펼쳐본다.

상식, 토머스페인, 개혁, 진보

『토머스페인 유골분실사건』

 

책세이 모집

(5명)

 

 

 

18세기 ‘가장 불온한 주장’《상식》《인권》의 저자
토머스 페인의 유골의 행방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에서 인권, 평화, 평등을 고민했던
독특하고 기이한 이상주의자들의 치열한 시대를 복원하다.

프랑스 혁명에 사상적 기초를 마련했던 인물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 위대한 개혁가, 민주주의의 씨앗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혁명으로 가득 찼던 페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못했다. 말년의 그는 이단자로 낙인찍혀 철저히 버림받고 가난 속에 쓸쓸이 죽는다.

페인의 죽음 이후 그의 사상을 따르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유골은 성배처럼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분실되고, 잊히기를 반복한다.

페인의 유골의 행방을 찾아다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주의자들이며 진보주의자들이었다.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던 사람들이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페인에게 끌려 유골을 찾아 헤맨 것일까?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인권, 평등, 평화, 이성주의 등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고 자리 잡게 된 것일까?

그리고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왜 우리는 다시 페인을 기억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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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서점에도 안 나온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18세기 걸어 다니는 혁명, 가장 위험한 사상가라 불렸던 토머스 페인,

위키피디아에서 “토머스 페인”이란 이름을 검색하면 이런 글이 나온답니다.

 

 

《상식》을 통해 미국 독립을 주장했던 페인은 이번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혁명에 깊이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루이 16세 처형은 반대한다. 사형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감옥에 투옥되지만 가까스로 사형을 면하고 테르미도르 반동 때 복권된다. 1795년 그는 보편참정권이 빠졌다는 이유로 헌법을 거의 홀로 반대한다. 그는 공화주의, 자유주의를 옹호하고 군주제를 비난했으며 정부를 필요악으로 보았다. 노예제를 반대하고 평등 무상 교육, 누진세, 최저임금제를 주장했다.

 

과연 이것들이 강력한 왕권 아래 활발히 식민지를 건설하고 노예사냥이 한창이던 18세기에 감히 꿈 꿀 수 있는 주장이었을까요?

 당시 비평가들은 페인의 말대로 하면 정부가 “민주주의로 쇠퇴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니 말입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기가 속해 있는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요?

 

세상을 바로볼 수 있는 기회!!!

얼른 신청하세요~!!

 

모두 5명을 뽑을 예정이고, 개인블로그로 스크랩 해주시며

댓글 달아주십시오.

 

선착순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0인의 책마을 회원 님들에겐^^

 

[출처] 카페 대문 (100인의 책마을) |작성자 알지랑

 토머스 페인은 《상식》《인권》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 독립 운동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 이리 좀 오시오. 내겐 그리스에 친구가 하나 있소. 내가 죽거든 편지를 좀 써주시어, 최후의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그 사람을 생각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후회하지 않더라고 전해주시오. 그 사람의 건투를 빌고 이제 좀 철이 들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 전해주시오. 잠깐만 더 들어요. 신부 같은 게 내 참회를 듣고 종부 성사를 하려거든 빨리 꺼지는 건 물론이고 온 김에 저주나 잔뜩 내려 주고 꺼지라고 해요. 내 평생 별짓을 다 해보았지만 아직도 못한 게 있소. 아, 나 같은 사람은 천 년은 살아야 하는 건데…….” 
 이게 그분의 유언입니다. 유언이 끝나자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트를 걷어붙이며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달려가 말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 모두를 한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창문가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그는 창틀을 거머쥐고 먼 산을 바라보다가 눈을 크게 뜨고 웃다가 말처럼 울었습니다. 이렇게 창틀에 손톱을 박고 서 있을 동안 죽음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본문 350쪽.『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누군가 그랬다. 죽음은 축복이며 인생의 완성이며 기쁨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완성이나 기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이란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숙명이요, 모든 것이 사라지는 두려움 일뿐.

 

책은 죽음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푸코가 그랬던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인간이 살아간 시대를 정확하게 꿰뚫어봐야 한다고 말이다. 앞선 세대들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생각한 죽음을 살펴보는 것, 그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을 고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충실한 배경지식을 선사해 준다.

 

지은이 리수충은 분명 역사에 정통해 보인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을 찾고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는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가로지른다. 그의 지(智적) 토양은 매우 견고하고, 광범위하며, 무게감이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절차에 따라 미라로 만들면 생명을 얻어 다시 부활한다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믿음, 충(忠)과 의(義)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치는 유가 사상, 대량학살로 얼룩진 중세 마녀사냥이나 무시무시한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란 결코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진리다.

 

삶과 죽음은 절대적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것이 불변의 법칙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삶을 이야기하지 죽음에 대해선 침묵한다. 이는 불공평하다.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죽음을 연구하는 것은 삶을 생각하고, 삶을 성찰하고, 삶을 연구하는 것과 등가관계가 있음을 깨닫는 자만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기에 꽤 괜찮은 책이다. 죽음의 역사뿐 아니라 죽음과 부활에 관련된 방술과 과학, 임사체험에 대한 이야기, 자살에 관한 내용까지 죽음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부분 과거 역사와 전쟁 그리고 문헌을 통해 드러나 죽음을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 말미의 「죽음을 배우다」라는 파트가 마음에 들었다.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죽음을 알아야 삶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작가와 리우샤허와의 대화에서 다른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이라는 대목에서 나는 그냥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내 존재의 의미를 제대로 정립해 가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그런 삶, 결국 진정한 삶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린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인간이 제대로 된 삶을 살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면 제대로 된 죽음 맞이할 권리도 있는 법이다. 죽음이 두렵기는 모든 사람들이 매 한 가지이겠지만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죽음을 인생의 완성으로 만드는 일은 우리 각자의 몫이리라.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죽음,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