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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베할라』(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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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할라』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앤디 멀리건 (지은이) | 하정임 (옮긴이) | 다른 | 2011-06-30 | 263쪽 | 11,000원


<러브 액츄얼리>의 리처드 커티스 각본,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연출로 전격 영화화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갑자기 찾아온 행운.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의 추적은 시시각각 조여들고…….

라파엘, 가르도, 래트는 이제 살아남기 위한 모험을 떠나야만 한다.

전 세계 12개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뜨거운 찬사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

■ 쓰레기 같은 삶에도 내일이 있는가?

내 이름은 라파엘이야. 쓰레기 마을 베할라에 살아. 매일 쓰레기를 줍는 게 일이지.

우연히 그걸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덕분에 굉장히 복잡하고 위험한 일에 말려들게 되었지만 뭐랄까,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것도 갖게 되었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준 신부님께 감사해.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비밀이니까!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안녕, 베할라>는 출간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작품에서 묘사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부패하고 비열한 정치인과 경찰의 모습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안 좋은 선입관을 심어 준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리고 작품에 나오는 경찰이 아이를 고문하는 장면 또한 문제가 되었다.

작가인 앤디 멀리건은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어째서 자신의 작품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거듭 이야기하며 논란에 정면으로 맞섰다.

앤디 멀리건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아이들을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가 아닌 ‘새장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영혼’들로 묘사했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밝은 면만 보여 주는 것보다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 모습을 전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독자들로부터 먼저 호응을 이끌어냈고

뒤이어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책>, 영국인디펜던트지 선정 <올해의 십대 책> 등 각종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우연히 역 가판대에서 이 책(원제: TRASH)를 구입하고는

단숨에 읽은 다음 작가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험 이야기를 매력적인 인물들과 다양한 화자로 풀어낸 소설의 재미에 반한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영화로 제작 중인 이 소설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보다 재미있고

감히 비교하건대 <올리버 트위스트>만큼 교훈과 감동을 준다.
쓰레기 마을의 쓰레기 아이들이라는 설정을 통해 부패, 빈곤, 낭비의 문제를 슬쩍 드러내는가 하면,

폭력과 절도와 거짓말을 일삼는 어른들에 맞서 때리고 훔치고 속이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여 줌으로써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빼어난 점이라면 이 모든 무거운 주제들을

 전혀 무겁지 않은 모험 이야기라는 형태로 녹여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미디어 서평

“올리버 트위스트에 버금가는 작품! 스릴 넘치는 이야기 속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 더 타임스

“잔인하고 비열한 어른들에 맞서는 재치 넘치는 세 아이들의 이야기.”
- 월스트리트 저널

“결코 독자들에게 훈계하지 않으면서 부패, 빈곤, 낭비, 과소비 등의 민감한 문제를 풀어낸다”
- 파이낸셜 타임스

“당신이 올해 단지 한 권의 책만 읽는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
- 포트레이트오브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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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녕, 베할라』(다른) - 책세이 모집 (~7월 4일까지) (100인의 책마을) |작성자 알지랑

 

 사방의 전문가들 덕분에 이제 대다수 사람들은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일이 순전히 개인의 자제력에 달린 문제라 믿는다. 우리는 비만이 식단 선택을 잘못하고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라 여긴다. 금연과 마찬가지로, 비만을 해결하는 데도 약간의 의지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비만을 해결하는 일이 정말로 그렇게 간단할까? - 본문 166쪽/레베카 코스타/『지금 경계선에서』

 

 사회 진화론이라는 학문적 도구로 현 시대를 비판하며 통찰의 힘을 강조한 레베카 코스타는 비만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특히 비만한 사람이 게으르고, 능력이 없고, 사회성이 결여됐으며, 사회의 낙오자로 인식되는 현상은 밈(meme. 모방 같은 비유전적 방법을 통해 전달된다고 여겨지는 문화의 요소-수전 블랙모어/『밈』)이라 강조한다. 즉, 비만은 배척해야 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강력한 슈퍼밈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레베카의 주장은 비만이라는 문제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대는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작동되며, 이는 소득 수준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비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크 푸드에 쉽게 노출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몸이 좋고 비만과 거리가 먼 값비싼 음식들을 쉽게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만이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경제 구조와 문화적 시스템에 지배 받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비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팻.Fat』는 단순한 뚱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 음식, 살, 비계, 비만 등 살과 지방에 관련된 문화인류학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비만에 관한 내용이 적지는 않지만 꽤 새롭고 신선한 글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팻에 관한 생소하고 낯선 내용들이 눈길을 끌게 만든다. 고급 식용유의 대표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의 생산과정과 그와 관련된 음식문화, 뚱보 포르노에서 언급된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인간의 심리, 힘과 권력의 상징으로 비만을 선택한 랩퍼 빅펀에 관한 내용들이 그것이다. 특히 남미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피스타코의 이미지는 미국에 의해 억압과 수탈의 역사가 반복되는 남미 민중들의 한(恨)이 느껴졌다. 저지방 우유를 첨가한 커피에 휘핑크림을 넣어 마시는 미국인들에게서 비만에 대한 딜레마를 엿볼 수 있었고, 하와이 원주민들이 사랑하는 스팸을 통해 세계화를 통한 양극화의 이면을 새롭게 발견했다.

 

 처음 책을 펼치면서 비만에 대한 뭔가 심오한 사회적 현상을 기대했다. 글 맨 앞에 인용한 것처럼 말이다. 비만을 생산하는 경제 구조와 이를 통해 돈벌이에 치중하는 현 자본주의의 실태랄까? 하지만『팻.Fat』은 그렇지 단순하지 않다. 도발적이라고 해야 할까? 문화인류학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책『팻.Fat』은 식용유에 길들여진 입이 처음으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맛본 그런 느낌이다.

 

 “축 처지고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이끄는, 가공 처리해서 오염된 나쁜 기름과, 건강하고 매력적인 몸매로 이끄는 몸에 좋고 자연 그대로인 처녀 기름” -본문 73쪽.

 

 즉, 한 번 뚱뚱하면, 살에 난 튼살 자국처럼 정신도 뚱뚱하다는 인식이 박히게 된다. 몸 크기에 따라 어떤 뚱뚱한 사람은 보통 체격으로 간주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뚱뚱한’은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그 세상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 에도 항상 따라 다닌다. 그 사람의 몸의 경험에 따라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결정된다.
우리는 뚱뚱한 정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옷 치수에 상관없이 뚱뚱하다. - 본문 339쪽.

 

 니제르의 아랍인들은 뚱뚱한 여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뚱뚱함은 문화적 밈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오해나 편견일지 모른다. 혹, 시대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상대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방과 기름이 없는 인간의 육체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인간의 생존에 지방은 꼭 필요하다. 불평등한 음식의 과잉섭취로 인한 비만과 지방과의 전쟁은 다른 한편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가는 인류 문명의 어두운 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팻.Fat』을 꼭 읽어보시라. 뭔가 사고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낄 것이다.

팻, 지방, 살, 기름

 평소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세상에는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주변의 나무들과 풀, 곤충들과 동물들도 그렇지만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지가 멀쩡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이유로 우린 같은 인간 종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길 은연중 거부하는 사람을 만들고 있다. 아니 잊고 살아간다. 장애인이나 자폐아 그리고 많은 가난한 사람들까지. 미디어는 항상 최고의 인간들만 소개한다. 혹은 물질로 과포장된 사람들을 찬양한다. 그러는 사이 우린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잊고 살아간다. 이렇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는 건 더 이상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자연환경과 인간이 사라진 인간문명이리라.

 

 런던아이에서 사라진 살림을 찾는 과정을 그린 “런던아이 미스터리”는 테드라는 자폐아가 등장한다. 내용에 관한 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읽어보면 책의 진가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테드의 의식구조와 테드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다. 사건해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테드의 말에 처음부터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테드는 보통의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야스퍼스 증후군으로 알려진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어 타인과 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과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에 자유로운 정상인이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한다면 우린 어쩌면 모두가 테드보다 못한 인간일지도 모를 일이다.

 

 소통이 사라진 현실에서 우린 인터넷과 발달된 통신기계를 통해 거대한 매트릭스의 그물 속에서 소통 아닌 소통을 소통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사람 냄새가 사라진 이진법 기호 속에서 우린 울고 웃는다. 날씨와 일기에 집착하고 모든 사건과 정황을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테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모두들 테드의 입을 막으려고만 할뿐. 해결을 실마리를 애써 부인하며 외면한다. 진실과 핵심이 가려진 가짜 소통의 허울에 빠진 정상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식에 둘러싸여 있고 얼마나 많은 거짓에 갈팡질팡하는가? 진실은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테드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아이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린 어쩌면 매일매일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으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심을 둔다면 인간관계에서 테드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고, 인간 사회에서 테드와 같은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늦기 전에 눈에 띄지 않지만 함께 살아가야하고 함께 존재해야하는 것들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런던아이에서 사라진 살림처럼 인간이 만든 문명 속에서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쓰다 보니 이상해졌지만 이 책은 재밌는 추리소설이다. 신선하고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준다. 이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