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가 된 봄 /류동일 작사 작곡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봄은 술래 되고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

 

나무에는 기린이

땅속에는 두더지가

 

물속에는 개구리가

굴속에는 뭐가 있나

 

커다란 호랑이가

굴속에서 다가오는데

 

걸음아 나 살려라

겨울이 도망갑니다

 

 계절들이 가위 바위 보를 했단다. 봄이 술래가 되는 바람에 추운 겨울이 기고만장한다. 봄은 추운 겨울을 피해 숨어있는 동물들을 찾아 나서고 결국 굴속 호랑이의 출현으로 겨울은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간다. 도망간 겨울 대신 당연히 봄이 찾아 왔으리라. 뭐 내 나름의 해석이다. 몇 년 전 아들 녀석에게 들려주려고 구입했던 창작동요 음반에서 처음 듣고 반했던 노래다. 멜로디도 좋고, 가사도 좋고 무엇보다 주변의 모든 생물과 자연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동심이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태초 생명의 늪에서 우연히 발생한 지극히 단순한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분화되어 나온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도 결국 이 세상 모든 다른 생물들과 근본적으로 한 가족이라는 사실처럼 우리를 철저하게 겸허하게 만드는 개념이 또 있을까?

---본문 18쪽.「다윈지능」/ 최재천 / 사이언스북스

 

 다윈의 그 간결한 이론을 뛰어 넘어 생물종이라는 경계를 허물면 인간은 지구 자연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 지구와 풍요로운 자연, 수많은 동물과 식물, 하다못해 돌멩이까지도 인간이다. 아니 인간이 돌이며, 식물이며, 자연이다.『산처럼 생각하라』에서 이야기하는 심층생태학의 본질이 바로 그런 것이다. 계절이 살아 숨 쉬며 가위 바위 보를 하기도 하고, 봄이 술래가 되기도 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겨울이 도망을 가기도 하는 그런 동심이 바로 심층 생태학이다.

 

 생명의 근원과 지구 생태계가 뿜어대는 에너지를 몸으로 정신으로 감싸 안을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책은 마치 수행자들의 명상 내용을 적어 놓은 듯하다.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바로 자연이고, 우리가 내쉬는 날숨 하나하나가 자연이라 결국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행동과 사고가 대자연의 일부이며 이 모든것이 어머니 지구를 구성한다. 책을 읽으며 나와 자연이 하나라는 기쁨을 만끽했고 자연속에서 살아있음의 충만감을 나의 내부에서 일깨웠다. 죽음마저도 자연스러움의 일부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생과 사의 순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은 훌륭했다. 만물이 이어져 있고, 자연과 인간의 모든 영혼이 교류하고, 인간의 희로애락과 삶과 죽음까지도 순환하는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 일부분이라는 깨달음은 각박한 인생살이에 좁아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수행과 명상을 통해 자연과 완전한 일체감을 형성하는 건 일반인으로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나무의 속삭임을 듣고, 새들의 지저귐을 인간을 언어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늙어버렸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라. 우리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떠올려보자. 동심은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을 쉽게 경험토록 해준다. 동심은 나를 쉽게 자연으로, 산으로,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로 변모시킨다. 인생이 추운 겨울인 이유는 봄이 술래가 됐기 때문이다. 호랑이의 등장으로 봄이 찾아 오듯 사라진 자연의 본모습이 인간과 공존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 인간 세상에도 진정한 봄이 오리라. 삶의 스트레스는 결국 산(자연)처럼 생각하는 동심에서 녹아내리고,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문제들도 산처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 해결의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결국 자연이기 때문이다. 술래가 된 봄 찾으러 바삐 가야겠다. 

 바야흐로 현대는 정보의 홍수로 넘쳐나는 정보 과잉 시대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너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정보의 신천지에서 현대인은 바보가 돼가고 있다. 스스로의 프레임에 갇혀 편향된 사고방식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뇌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수용한들 어쩌겠는가. 원하는 정보만 취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나 지식은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을. 그 자기중심적 인식의 틀을 깨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일게다. 이성과 논리가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는 미디어, 한 번에 끊어 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화끈한 우리네 정서,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얕은 성찰의 깊이가 바로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전부인,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사회가 지속되리라는 잘못된 믿음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 불안한 미래, 참혹한 현실에 애써 눈감고 현실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우리들.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칠면조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준다. 먹이를 줄 때마다 ‘친구’인 인간이라는 종이 순전히 ‘나를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인생의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진다. 그런데 추수감사절을 앞 둔 어느 수요일 오후, 예기치 않은 일이 이 칠면조에게 닥친다. 칠면조는 믿음의 수정을 강요받는다. -본문 98쪽.

『블랙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단 한 번도 조난을 당해본적이 없었던, 단 한 번의 해난 사고를 목격하지 못했던 타이타닉 호의 스미스 선장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해상 사고의 주인공이 됐다.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블랙 스완은 그 자체가 공포일 수 있다. 긍정적인 블랙 스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블랙 스완은 여전히 두려움이 먼저다. 그렇다고 넋 놓고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인류에게 곧 닥쳐올 블랙 스완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석유 고갈로 인한 자본주의의 붕괴, 환경 재앙으로 인한 문명의 붕괴, 인간들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한 대 전쟁.

 

 멍청하게 앉아서 당할 수 없다면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뭘 하기 전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정보를 검색하든, 책을 찾아보든 해야 한다. 물론 잘 정리된 책을 읽은 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언론에서 절대 쉽게 알려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바로 『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게 강하지 않은 문체로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기술해가는 저자의 담백한 글이 인상적이다.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는 독자들을 선동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선동하지 않으면서 주류 언론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내용들을 참 보기 좋고 읽기 좋게 엮어 놓았다. 저자의 바람대로 현실을 보는 시야를 충분히 넓힐 수 있는 책이다. 오만함과 편견에 가득 찬 우리 머릿속의 좁은 시야를 터주는 책이다. 세계화, 분쟁, 민족, 종교, 자원, 질병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알뜰하게 정리된 사진과 도표 등 시각적인 정보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두운 진실에 대한 일목요연함이다. 불편한 진실에 대한 큰 흐름을 잃지 않은 전체적 맥락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몇 달 동안이었다. 인류 문명의 파국에 대한 책을 섭렵한 것이. 레베카 코스타의「지금 경계선에서」, 다이앤 듀마노스키의「긴 여름의 끝」, 앤드류 니키포룩의「대혼란」,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의「장기비상시대」. 전술한 모든 책의 내용이 이 책 한 권에 녹아들어 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의 안락함에 젖어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맞이할 파국을 생각하면 결코 지나치지 않다. 어쩌면 같은 류의 책들이 좀 더 많이 읽혀야 우리 문명의 앞날이 조금이나마 밝아 지지 않을는지 모를 일이다.

불편한진실, 자원, 분쟁

 

나는 꽃이 아니다

신금자 (지은이) | 멘토프레스 | 2012-02-01 

 

20세기 초, 문학을 포함한 영화와 예술사에서는 여성에 관한 진보적인 담론이 확립되었지만,

전통적인 역사서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유아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시몬느 드 보부아르를 비롯한 현대 여성철학자들은 과거 전통주의 역사로부터 탈피하여 페미니즘적인 시각이 투영된 신역사주의를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역사를 뒤흔든 27명 여인들의 항변을 담은 《나는 꽃이 아니다》는

남성 시각에서 규정된 팜므파탈 혹은 악녀로서의 삶이 아니라 철저히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신역사주의 책이다.

《나는 꽃이 아니다》의 저자 신금자 씨는 “이 책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여인들의 삶에 왜, 라는 의문부호를 던진 책”이라 언급했다.

네 명의 황제를 거느리며 48년간 철권통치를 행하던 서태후를 단순 악녀로 규정할 수 있을까.

혹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고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가정에 소홀했던 소크라테스를 남편으로 둔 크산티페를 단순히 악처로 치부해 버릴 것인가 아니면

잔 다르크는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도 왜 화형대에 올라야 했는가 등 끊임없는 반문법을 통하여

남성 위주의 당시 정황을 뒤엎어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남자의 그늘아래 한결같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었던 여인들의 삶에 대해

역사적으로 투영된 사실에 충실하면서 독자는 세계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그녀들의 당당한 외침을 듣게 된다.

 

예컨대 클레오파트라, 예카테리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이사벨 1세,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은 위대한 여성 지도자들의 삶을 통해

그녀들의 리더십을 발견하고, 왕비의 위치에서 가혹한 운명에 맞서거나

혹은 화려한 드레스에 비극을 잉태했던 카트린 드 메디치, 에바 페론, 조세핀, 그레이스 켈리 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악의 꽃’으로 비유할 바토리 백작부인, 마타 하리, 마그다 괴벨스, 이르마 그레제 등의 삶을 추적하며

비극적인 역사 앞에서 그들을 다시 심판대에 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특한 사랑을 갈구하며 주도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던

시몬느 드 보부아르, 조르주 상드. 루 살로메, 카미유 클로델, 마리아 칼라스, 오노 요코 등의

자유로운 여성상에서 독자는 일종의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주관적인 여성시각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인의 이름이 세상에 새겨지기까지에는 상대했던 남성들이나 당대 위인들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카이사르, 표트르 1세, 나폴레옹, 후안 페론, 당태종, 콜럼버스, 모차르트, 로댕, 사르트르 등의 인물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는 꽃이 아니다》의 또다른 흥미로운 요소는 새로운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정보습득이다.

 기존 역사책의 일방적인 사실전달이 아닌, 21개의 QR코드 속에 담긴 시청각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는 색다른 감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된 마리아 칼라스의 ‘파리공연 QR코드’를 찍으면

칼라스가 오나시스를 만났던 그 공연 현장을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간접체험할 수 있다.

또한 할리우드 배우이자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의 ‘세기의 결혼식’ 장면울 실제 동영상을 통해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단순히 여성으로서의 삶에 관한 기록이길 거부하는 《나는 꽃이 아니다》는

한 시대, 진정한 한 남자의 꽃이길 원했거나, 꽃이길 거부하며 시대를 앞섰거나,

치열한 현실에 맞서 남자들과 어깨를 겨누었던 여인들의 치명적 삶의 노래이다.

한마디로 남성지배사회 속에서 그 시대의 인습과 통념에 거침없이 맞섰던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을 담은 책이다.

그 외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며 과거의 여성들과 현대 여성들이 만나는 접점,

그 지점에서 QR코드라는 지표를 활용하여 역사속 인물들과 독자가 친밀히 소통하게 해준다.

이로써 기존 역사책의 틀을 깬, 진일보한 여성시각의 책이 세롭게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