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생각해봤다. 그동안 읽었던 이야기 책 중에서 가장 재밌던 책이 무엇이었지. 쌓여 있는 책들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여기, 여기 재밌는 책이라면 여기 있소!’라는 책이 있었다. 이시백님의 연작소설『누가 말을 죽였을까』. 농촌의 삶을 때론 눈물겹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의 글 솜씨가 무척 뛰어난 작품이다.

 

“그려. 아츰부텀 양산 밑으 기들어가 뻘게츠럼 술이나 빠는 건 아깝지 않구, 평생 구멍난 속옷만 입든 마누래가 모처럼 큰맴 먹고 빤스 멫 장 사는 건 아까워서 보초를 슨댜?”

 

“워디 빤스가 웂어서? 다 늙은 할망구가 되어가지구 꽃무늬 그려진 빤쓰 사 입겄다구 새벽버텀 동네 복판에 나와 선 건 보초가 아니구?”-본문 21쪽/『누가 말을 죽였을까』

 

 구성진 사투리며 오밀조밀한 구성이며 시대 풍자의 묘미까지 더해진 걸작이다. “삶이 보이는 창”이란 출판사에서 출판됐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 번 꼭 읽어보시라.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말이다. 여하튼 이번에 읽은『북극 허풍담』과 왜 이시백님의 책이 겹쳐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건 두 책이 모두 재밌다는 사실. 아마 그래서 두 작품이 머릿속에서 연결됐을 것이다.

 

 그들이 집으로 들어섰을 때는 변소의 양동이가 끓어서 화덕 위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양동이 속에서는 탁탁 튀는 소리가 났고, 내용물은 양동이 밖으로 천천히 넘쳐흘러 하얗게 달궈진 열판에서 거품을 내며 증발하고 있었다. 집을 가득 채운 악취를 굳이 묘사할 필요는 없겠다. -본문 178쪽.

 

 북극의 화장실이 관한 에피소드다. 시워츠와 레우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연일 폭염에 시달리다 보니 상상만 해도 북극은 천국 같다는 느낌이 든다. 화장실이 없으면 어떤가. 지금 이 망할 더위를 생각하면 북극 개 한 마리를 끌고 나가 시원하다 못해 엉덩이가 얼어붙을 추위라도 좋으니 시원(?)하게 정말 시원하게 큰일을 한 번 보고 싶다.

 

 꽤 오래전부터이다. 개인적으로 똥에 관한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된다는 사실. 대학 3학년 때 수강했던 교양과목에서 책을 읽고 발표하는 과제물이 있었다. 내가 속해 있던 모둠에서 읽은 책이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였다. 어쩌다 발표를 내가 하게 됐는데 발표 막바지에 교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이야기 하고 발표를 끝내라 하셨다.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한 부분이 스탈린의 아들에 관한 에피소드.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 속에서 묘사된 스탈린의 아들은 똥 때문에 자살한다. 아 참기 힘든 존재의 가벼움이여. 여하튼 교수님은 왜 하필 똥 이야기가 꽂혔냐고 되묻기에 잘 모르겠지만 똥 얘기는 기억에 오래 남는 다고 말씀드렸다.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걸작『똥 오줌의 역사』도 추천할만하다.

 

 북극의 생활은 자연인의 생활을 방불케 한다. 뭐 책에 그렇게 묘사돼 있다. 지독한 추위와 해를 볼 수 없는 백야현상,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혹독한 자연 환경과 맞서 살아가는 우리의 주인공들. 그들이 펼치는 상상초월의 무용담. 폭염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방법. 감히 말하건대 그건 바로『북극 허풍담』을 읽는 것이다. 문명과 야만의 충돌, 인간의 이타심과 이기심의 대립, 화해와 공존의 메타포가 넘실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단 한 명의 여자와 여러 명의 사냥꾼이 펼치는 숨 막히는 이야기. 수탉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사람. 화장실을 두고 벌이는 변소 싸움. 이 뜨거운 여름이 가기 전에 읽어보시라. 시원하다 못해 꽁꽁 얼어 붙는 북극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통쾌한 기운을 선물해 줄 테니 말이다.

책세이 이벤트

『유럽 문화사』

전5권

(뿌리와이파리)

 

 

서평인원

(2명)

 

 

『유럽 문화사 1- 서막 1800~1830』 

『유럽 문화사 2- 부르주아 문화 1830~1860』

『유럽 문화사 3- 혁명 1860~1920』

『유럽 문화사 4- 국가 1920~1960』

『유럽 문화사 5- 대중매체 1960~2000』

 

도널드 서순 (지은이) | 정영목 | 오숙은 | 한경희 | 이은진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

2012-07-31 | 원제 The Culture of the Europeans

 

 

 

 

 

“도널드 서순의 방대하고 독특하고 백과사전적인 『유럽 문화사』는
현실을 꿰뚫어보는 세계주의적인 학자의 기념비적 저작이다.” _에릭 홉스봄

 

 

200년 동안 유럽인이 소비해온 문화형식을 총망라하는 2,790쪽의 대작!

 

원서 1,645쪽, 한국어판 2,790쪽에 달하는 이 야심찬 책은

1800년에서 2000년까지 유럽인들이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해온 거의 모든 문화형식을 총망라한다.

월터 스콧의 역사소설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까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바버라 카틀랜드의 연애소설까지,

호가스의 판화에서 연재만화 <슈퍼맨>까지, 하이든의 교향곡에서 비틀스의 로큰롤까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까지, 픽세레쿠르의 멜로드라마에서 연속극 <댈러스>까지,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에서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까지,

지난 200년간 유럽 전역의 사람들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읽고 보고 들어온 문화산물들을 다룬다.

 

유럽 대륙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지역, 시기, 주제를 다루기 위해 도널드 서순은

 문화산물의 가치와 의의를 평가하거나 전통적인 고급문화/저급문화 구분을 강조하는 대신, ‘문화시장의 팽창’이라는 관점을 채택한다.

즉 서순은 의도적으로 문화산물이 상품으로서 시장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되고 판매되고 소비되는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부유층과 엘리트층이 사치스럽게 즐긴 ‘고급’문화뿐 아니라,

까막눈 하층민의 고된 삶을 위로해준 ‘저급’문화와 20세기 문화의 주역인 ‘대중’의 문화까지 폭넓게 조망한다.

 

제1부 ‘서막’(1800~1830)에서는 유럽의 문화산업이 산업화 이전 단계에서 벗어나면서

책, 신문과 정기간행물, 이미지, 악기와 악보, 오페라, 연극 등 주요 문화형식들이 귀족의 전유물에 머물지 않고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자리잡는 과정과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한 배경요인들을 폭넓게 살펴본다.

 

 

 

1800년의 귀족보다 2000년의 점원이 문화적으로 풍요롭다
―문화시장의 팽창과 문화산물의 흥망성쇠

 

1800년에는 유럽인 대부분이 읽거나 쓸 수 없었고, 책을 사거나 빌릴 돈이 없었고, 그래서 거의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야 동네 교회나 축제에서 무료로 듣는 것이 전부였다.

연주회와 실황 공연의 관람은 귀족과 중간계급 소수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2000년에는 유럽인 대부분이 다종다양한 책과 신문과 잡지를 읽고,

 휴대용 재생장치로 어디서나 음악을 듣고, 영화관과 극장과 공연장을 찾고,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즐기고, 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이용했다.

 

이렇듯 지난 200년 사이에 유럽은 즐길 만한 문화가 거의 없는 문화적 궁핍 상태에서 넘쳐나는 문화를 선별해

소비해야 하는 문화적 풍요 상태로 탈바꿈했다. 1800년의 귀족보다 오늘날의 상점 점원이 문화적으로 더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문화시장이 급변했다. 요컨대 유럽인들이 시장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산물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이다.

그 온갖 종류의 문화산물이 등장하고, 모방되고, 번안되고, 혁신되고, 인기와 상징적 가치를 얻고,

새로운 기술과 형식에 밀려 쇠퇴한 역사가 이 책의 핵심 줄기를 이룬다.

 

 

 

고급/저급문화는 누가,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변해왔는가
―외젠 쉬와 세귀르 백작부인, 패니 트롤럽의 경우

 

도널드 서순에 따르면,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는 끊임없이 달라진다.

 불변하는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규정하려는 시도는 헛일이다. 소설은 한때 격이 떨어지고 독자를 타락시키는 저급장르로 여겨졌지만,

문학의 정전을 형성한 세르반테스, 빅토르 위고, 도스토옙스키 같은 작가들 덕택에 싸구려 문학에서 구제받았고,

 오늘날 몇몇 소설에는 ‘고전’이라는 근엄한 이름까지 붙어 있다.

서순은 유럽 문화가 산업화 이전 단계를 벗어난 1800년 이후에는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구분 자체가 대중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하나의 마케팅 행위라고 본다.

문화적 가치의 위계를 규정하는 투쟁에서 고급문화는 다른 사회집단과의 차별화와 상징적 가치를 약속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문화산물의 가치와 의의를 평가하거나 전통적인 고급/저급 구분을 강조하는 대신,

그런 구분을 누가, 어떤 근거로 해왔고, 그 구분이 어떻게 흔들리고 변해왔는지를 추적한다.

 

문화산물의 수준과 내용을 따지는 보통의 문화사 책은 저급문화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언급하더라도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문화시장의 팽창에 초점을 맞추는 서순은 저급문화라도 시장에서 상품으로서 많이 사고 팔린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외젠 쉬, 세귀르 백작부인, 프랜시스 트롤럽처럼 과거에 비해 인기가 현저히 떨어졌거나

이제 찾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 작가라도 당대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서술한다.

요컨대 행상문학에서 싸구려 책, 공포소설, 범죄소설, 연애소설, 성애소설, 멜로드라마, 이탈리아의 즉흥극인 코메디아델라르테,

카바레, 민중극, 삽화와 풍자화, 만화, 대중언론, 대중음악, 포르노그래피, 텔레비전 드라마와 오락물, 리얼리티 TV에 이르기까지,

 19세기의 하층민과 20세기의 대중이 즐긴 문화를 고급문화 못지않게 골고루 다룬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상품으로서의 문화!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생산-유통-판매-소비되었는가

 

 

도널드 서순은 많은 문화가 현금거래관계 밖에서 교환된다는 것, 돈이 다는 아니라는 것,

문화가 쾌락과 위신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사업으로서의 문화, 직업으로서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서술되는 문화 이야기는 시장을 위한 생산의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인류는 태곳적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를 소비해왔지만,

 지난 200년 동안은 문화를 소비할 때 다른 무엇보다도 시장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상품으로서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은 문화산물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생산, 유통, 판매, 소비되었는지에 주목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소설과 관련해서는 작품의 내용이나 질을 따지기보다 작가, 출판업자, 편집자, 인쇄업자, 서적상, 도서관, 도서대여점, 독자,

비평가로 이루어진 상업적 그물망, 소설 한 종의 인쇄부수와 판매부수, 작가의 벌이와 위신, 연재소설 형식이 집필에 부과한 제약,

독서공중의 팽창, 해적판과 저작권, 인쇄기술이 소설의 생산에 미친 영향 따위를 주로 다룬다.

 

음악과 관련해서는 작곡가와 연주자, 가수의 벌이와 위신, 오페라하우스와 연주회장의 운영, 청중의 관람 태도,

악보의 출판, 악기의 생산과 확산, 음악산업에 혁명을 불러온 소리의 녹음 따위에 주목한다.

또 영화와 관련해서는 영화의 전 세계적 확산, 각 영화의 흥행수익, 미국과 유럽 배급체계의 차이, 영화 관객들의 사회적 구성,

나라별 카르텔과 쿼터제, 전쟁이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 미국 영화의 유럽 시장 침공, 유럽 인재들의 할리우드 유입,

나라별 영화의 특징, 권위주의 국가들의 영화 통제, 메이저 영화사들의 설립과 합병 따위에 초점을 맞춘다.

 

미술과 관련해서, 『모나리자』를 쓴 미술 전문가인 저자가 ‘상대적으로 한정된,

유일무이한 물건을 파는 투기적인 시장’인 미술을 제외하고 복제 가능한 미술품만을 다룬 까닭 또한 여기에 있다.

서순은 이 밖에 다른 문화형식들을 서술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문화를 상품으로 보는 관점을 유지한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경쟁이 치열하고 무엇이 ‘먹혀들지’ 종잡을 수 없는 문화시장에서 팔리기 위해 반복과 모방과 번안과 모험,

 즉 ‘보수와 혁신의 끊임없는 투쟁’을 해온 문화상품들의 진화 과정을 넓고도 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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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격조건 및 참고 사항

 

1. 서평 인원은 2명입니다.

 

2. 선착순이 아닙니다. 열심히 게시판 활동을 하신 분께 우선순위를 드립니다.

 

3. 최소 3편 이상의 서평이 <100인의책마을> 카페에 등록 되어있어야 합니다.

 

4. 이벤트 서평은 카페 외에 온라인 서점에 등록해주시기 바랍니다. (예: 알라딘, 예스24)

 

5. 서평 기간의 정확한 날짜는 서평단 발표시에 알려드립니다.

 

6. 개인 블로그에 스크랩하신 후 댓글 달아주세요.

 

7. 신입회원도 가능하나 <100인의 책마을>에 서평 3개 이상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산문집에 대한 편견이 좀 있다고 해야 할까? 워낙 인문사회 관련 책을 편식하다 보니 소설도 그렇지만 산문집이나 시를 엮은 시집에 대해 괜한 울렁증이 있는 건 사실이다. 꽤 유명한 소설가임에도 아직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엊그제 집에 잠깐 들렀던 학원 시절 제자 녀석이 김연수의 산문집이란 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눈치였다.『원더보이』란 소설이 정말 좋았다고. 작가에게 조금 죄송하다. 게으르지만 김연수의 소설을 꼭 읽어보겠다. 왜냐면 산문집『지지 않는다는 말』이 제목부터 내용까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중언부언 내용이 어떻다고 주절거리는 것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절절한 울림을 내게 전해준 구절들을 몇 가지 인용해 보겠다. 인용문 바로 아래엔 나름의 내 사족을 덧붙이겠다. 괜한 짓으로 작가의 글을 더럽히는 것은 아닌지 잠깐 고민했지만 책을 읽고 나름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책 읽기의 숭고한(?) 뜻을 생각하며 그냥 너그럽게 봐 주시라. 중요한 것은 300여 쪽에 이르는 책 속에는 더 깊이 있는 성찰의 글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래서 먼 미래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한 번 더 사는 것처럼 초등학교 시절을 살았다면? 아마도 어른들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공부하라고 말할 때의 그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던 그 일’을 할 것이다. -본문 167쪽.

 

 하지 말라고 하던 일, 나중에 하면 된다는 던 일을 우리는 얼마나 경험해 봤는가? 충분히 해 봤다면 그만이고 아직 별로 해 본적이 없는 대다수여!!! 미루던 일을 지금 시작하시라. 당신의 삶에 경이로움이 느껴질 테니.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 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 얼마든지 할 생각하지 말고. -본문 168쪽.

 

 시간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법. 나중은 없다. 지금 뿐이다. 오지 않은 미래나 지나간 과거는 의미 없다. 의미는 바로 지금 존재 의의가 있다.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 바로 지금 시작하시라.

 

 내가 보거나 읽은 대가들의 작품은 예외 없이 나를 나 자신의 삶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처럼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동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본문 77쪽.

 

 30대 초반, 그림이 좋아 대가들의 작품들을 이리 저리 나름의 눈으로 감상하는 즐거움에 빠진 적이 있다. 그 시절 남들이 놓치는 중요한 그 무언가가 작품에 녹아 있다는 오만을 떨었다. 그러니 대가들이 작품에 표현한 본질을 찾지 못할 수밖에……. 작가의 말처럼 모든 작품의 본질에는 관객과 독자의 삶이 녹아 있다는 깊은 깨달음.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본문 297쪽.

 

 인생에 아무리 많은 의미를 부여 한다 해도 삶이 의미 있는 건 바로 심장이 뛰고 그래서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삶은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작가처럼 달리기를 취미로 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 심장은 벌렁거리며 쉼 없이 산소와 양분을 온몸으로 내보내고 있다. 내 의식과 상관없이 살아 있음에 매 순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심장에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있다면 삶을 마음껏 누리시라.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작가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느끼는 건 나또한 작가의 나이 또래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그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자신과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는 것,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최선이라는 깨달음에 무한 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경쟁에 이겨야 한다는 지독한 논리에서 벗어나는 데 꽤 많은 고통과 시간을 대가로 치러야 했던 내가 책을 통해 그동안 어렴풋이 정리하고 싶었던 내 삶의 정의(?)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 작가도 그렇지만 마흔이 갓 넘어가는 인생들은 바로 지금 시기에 삶을 되짚어 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본문 140쪽에서 143쪽을 읽어보시라. 왜 인생을 되짚어 보아야 하는 지 깨닫게 될 것이다. 기가 막힌 글이 바로 거기에 숨겨져 있다. 영화 “식스센스”를 보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보게 되듯이 아마 그 부분을 다시 읽게 될 테니 말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당신들의 남은 절반의 인생을 경이와 기적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