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 난 동네 친구들과 겨울 방학이면 으레 강가에서 놀았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었고,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던 산골 오지에선 강과 산이 바로 놀이터였다. 한 겨울 꽝꽝 얼어붙은 얼음판에서 돌축구를 하던,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던, 놀이의 마지막은 항상 불을 피우는 것이었다. 여름 장마철에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이 겨울이면 바짝 말라서 불을 피우면 연기도 없이 잘 탔다.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고, 꽁꽁 얼어붙은 손발을 녹이기에도 좋았다. 따지고 보면 불장난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하다 싶은데 그렇게 노는 우리를 어른들이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간혹 아주 추운 날 어린 시절 불을 피우며 놀던 생각에 젖을 때면 바짝 마른 그 나무(우리 동네에선 그런 나무를 알나무 혹은 알낭구라고 불렀다. 낭구는 나무의 사투리가 맞는데 왜 알이란 접두사가 붙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를 주우려고 강변을 헤매던 기억이 떠오른다.

 

 

 

 1980년대, 그러니까 내가 초, 중학교를 다닐 무렵엔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하던 집이 제법 많았다. 학교에선 톱밥난로로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께서 광산에 다니셨는지라 우리 집은 일찌감치 연탄을 땠지만 가까운 고모네 집은 꽤 오래 장작으로 난방과 취사를 해결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잘 마른 장작 타는 냄새와 갓 지은 밥 냄새를 좋아하는데 아마도 내 기억에 나무는 뭔가 편안하고, 풍성하고, 따뜻하다고 각인돼 있는 탓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 나무에 대한 추억이 90년대로 넘어 가면서 급격히 줄어든 것을 보면 이후 난방과 취사는 석탄과 석유, 가스로 완전히 넘어 간 것 같다. 이렇게 유무형의 모든 것들의 가치가 급변하는 세상에 맞게 바뀌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나무는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왔을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나무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평가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고 때론 급격하기까지 했다. 요아임 라트카우의『나무시대』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나무의 문화사와 역사에 대해 서술한다.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무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라 좋았다. 유럽중심의 나무 문화사라는 한계가 분명 존재하지만 연대기 순으로 나무에 대한 풍성한 이야깃거리는 이 책이 지닌 강점이다. 게다가 재밌는 부분이 많다. 이를테면 중세에 숲을 보호하는 군주와 숲을 파괴하는 군주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기본적으로 중세에는 해당 숲의 권리를 가진 군주의 성격에 따라 숲의 가치가 달라졌다고 한다. 사냥을 좋아해 지속적으로 사냥감을 공급받기위해 숲을 보호하는 군주, 금속자원을 개발해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숲의 나무를 벌목하는 군주(당연히 금속을 제련하기 위해 땔감으로 많은 양의 목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숲으로 대표되는 산림에 대한 현대의 관점도 숲에 대한 상반된 관점을 지닌 두 군주들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적 가치로 산림을 보는 부류와 숲과 산림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돼야 한다는 부류로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식의 흑백논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보존과 개발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나무와 숲을 바라보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다.

 

 

 

 나무의 역사는 돌발적이다. 시대에 따른 패러다임에 의해 나무의 운명이 좌우되어 왔다. 나무는 시대의 정치지형과 경제적 이익 관계와 밀접하다. 그래서 기술발전, 목재산업 그리고 과학과 임업은 단순하게 엮여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임업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며 복잡하다. 과거 나무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중세와 근대를 거쳐 나무는 돈벌이의 수단이었고, 산업혁명 이후 금속과 석유에게 스스로의 자리를 물려주며 역사에서 사라지는 듯했지만 환경재앙의 위협에 시달리는 현재 나무는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 결국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숲을 보전해야 하는 것인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즉 지켜야하는지, 개발해야하는지의 갈림길에 섰다. 저자가 말하듯 자연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은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어떤 모순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자연이니까. 중요한 것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나무와 인간의 다채로운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흐름을 잘 관찰하면 현재 나무와 숲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현명해질 것이다. 어떠한 선택이든 나무는 인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할 것임에 틀림없다. 어렸을 때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었던 나무와 숲의 가치가 인간의 삶과 영원히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겨울날 알나무로 피웠던 모닥불의 온기, 톱밥난로의 정겨움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안녕하세요.

북돋움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한 <주식회사 이데올로기>를

100인의 책마을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서

알지님의 허락을 받고 책세이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자세한 책 소개는 파일로 첨부했습니다.

경제 민주화를 열망하는 분들의 신청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평 인원 : 10명

신청 마감 : 2월 28일 오전 11시

신청 방법 : 댓글 신청

  

당첨자 발표 : 2월 28일 오후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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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마조리 켈리 ｜ 옮긴이 제현주 ｜ 발행일 2013년 3월 1일

분량 344쪽 ｜판형 신국판 ｜ 값 15,000원 ｜ ISBN 978-89-92573-38-2 03320

 

 

 

 

 

 

 

:: 책 소개 

 

일하지 않는 주주 몫은 ‘이익’인데, 왜 직원 몫은 ‘비용’인가?

‘현대판 귀족주의’를 지탱하는 ‘주식회사의 이념’을 고발한다

 

『주식회사 이데올로기』는 주식회사를 둘러싼 ‘현대판 귀족주의’를 고발하고, 나아가 진정한 경제 민주주의가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이 책은 주식회사 설계의 근간에 있는 ‘주식회사는 주주의 재산’이라는 ‘이념’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인 이 이념이야말로 오늘날의 경제 질서를 극소수의 경제 귀족이 쥐락펴락할 수 있게 하는 ‘마술’이다.

 

저자는 “주식회사는 주주가 ‘소유’한 생명 없는 ‘재산’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공동체”라며 “경제 민주주의는 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장 기업은 반(半)공적 기구로서 사적 재산이나 사적 계약 이상의 존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귀족주의적 주주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내세운다. 주주와 종업원, 지역 사회가 동등한 기업의 주인으로 인정받으며 기업 경영의 권한과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1부 경제 귀족주의>에서는 유럽 중세시대와 근대 계몽사상, 미국 건국 정신까지 넘나들며 ‘주주가 소유하는 주식회사’라는 거대 괴물이 탄생한 역사와 그 낡은 관념의 문제점을 들춰낸다. <2부 경제 민주주의>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과 경제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상상력 가득 찬 대안을 내놓는다.

 

:: 차례

추천 서문_김병권

한국어판 특별 서문

들어가며

 

1부. 경제 귀족주의

1장. 성구(聖句) - 세계관의 원칙

2장. 세상의 군주 - 특권의 원칙

3장. 봉건 영지로서의 주식회사 - 재산의 원칙

4장. 재산가 계급만이 투표한다 - 통치의 원칙

5장. 네가 아니라 나에게 자유를 - 자유의 원칙

6장. 부가 통치한다 - 주권의 원칙

 

2부. 경제 민주주의

7장. 깨어나기 - 계몽의 원칙

8장. 재산권의 부상 - 평등의 원칙

9장. 공동 복지의 보호 - 공공선의 원칙

10장. 기업 통치의 새로운 시민 - 민주주의의 원칙

11장. 주식회사는 사람이 아니다 - 정의의 원칙

12장. 작은 반란 - 혁명적 진화의 원칙

 

결론 - 엔론 사태의 유산, 변화의 서막

경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6가지 일

 

초판 서문

추천 서문_윌리엄 그라이더

옮긴이 후기

주석

찾아보기

 

 

 

:: 추천의 말 

 

 

 

 

“대한민국이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나라이듯이 주식회사 역시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것이 되어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직도 삼성의 주인이 이건희라고 믿는 수많은 한국인에게 『주식회사 이데올로기』는 ‘주식회사의 주인이 주주’라는 게 허황된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 김상봉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의 저자

 

 

 

“경제민주화가 뜨거운 쟁점인 요즘,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기업은 사람들이 창조하고 통제하는 인위적 공동체’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우리에게 재확인시켜 줌으로써 경제 민주화를 위한 매우 강력한 확신을 심어주는 책이다.”

-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공동 정책위위원장

 

 

 

 

학생들을 대상으로 ‘10억을 준다면 1년 동안 감방에 갈 수 있겠는가’란 설문 조사를 했단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내용인데, 약 44%의 고등학생이 그렇다고 대답한 모양이다. 하긴 학원 강사 시절 여고생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아이들도 적지 않았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아무리 상식을 초월하는 현실에 단련이 됐다고는 하지만 이런 소식을 접하면 씁쓸함을 넘어 휑하니 황무지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아니 쓰레기 더미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다가오는 4월이 잔인한 건 아무 희망도, 생기도 없이 오직 경쟁과 1등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때문일 게다.

 

 90년대 초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도 시험위주의 입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살던 동네가 워낙 산골오지라 그런지 살인적(?)인 경쟁 따윈 없었다. 대학 진학반이 두 반밖에 없던 터라 서로 모르는 친구들이 없었다. 친구들 대부분 넉넉하지 못했기에 잘 살고 못 살고도 없었다. 당연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열등감이나 따돌림은 별로 없었다. 기억에 남는 산골 학교만의 특별한 날도 있었다. 5월 달과 10월 달 각각 평일 하루씩 학교에 가지 않고 농사를 짓는 친구 집에서 일손을 돕는 날이 바로 그 날이다. 친구들과 밭도 갈아보고, 고추도 심고, 고추도 따보고 했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는 걸 보면 몸으로 흙과 마주했던 그 경험들이 꽤 괜찮았나 싶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교실에서 죽자고 공부하는 것 보다 한 번쯤 밭을 일궈보는 것이 더 중요해져가는 것 같아서 아마 예전의 기억이 더 선명해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고, 직접 재배한 작물을 급식에 이용하거나 양로원이나 어린이 집에 기부하는 건 어떨까? 먹을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이 주는 기적이 어떤 것인지 깨닫는 가장 좋은 방법 일 텐데 말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고 서로 서로 도우며 공부하는 건 어떨까? 서로 도와야만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상호부조의 정신을 배운다면 정치권에서 그토록 외치는 사회통합은 쉽게 이루어 질 텐데 말이다. 선생님 한 분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의 학생을 몇 년 동안 계속 담임을 맡으면 어떨까? 게다가 교사 한 명당 평균 학생수가 20명 안팎이며 특히 중학교는 15명 정도의 학생이 한 학급을 이룬다면 선생님의 부담도 줄고,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할 텐데 말이다. 식농교육을 통한 농업교육, ‘에물라시온’이라 불리는 그룹학습, 중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15명. 이 모든 것들이 쿠바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이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그리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쿠바의 교육 시스템은 가난한 나라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붐을 일으켰던 핀란드 교육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핀란드는 누구나 다 아는 잘 사는 나라이고 쿠바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쿠바의 교육정책은 더욱 빛을 발한다. 선배들의 낡은 책으로 공부하고, 허름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서너 명이 한 대의 컴퓨터로 배운다 하더라도 쿠바의 높은 학력은 우수한 선생님과 고도로 발달한 교육 시스템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다. 무엇보다 교양 있는 인간이 자유롭다는 교육철학, 경쟁의 목표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쿠바교육은 사람을 향해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다가 정규과목에 식농수업을 포함시켜 농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교육을 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대학교, 나아가 일반 시민 교육에까지 확장시킨 부분에선 그저 부럽기만 한 했다. 무엇보다 교육에 자본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사실에 배가 아팠다.

 

 “보다 높은 교육을 받은 인민, 교양이 있는 인민이 있는 국가라면 전쟁을 원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평화를 위해서는 무지가 아니라, 역시 가장 필요한 건 교육이죠.” 본문 318쪽.

 

『교육천국, 쿠바를 가다』의 핵심은 교양 있는 인간을 위한 교육의 목표는 바로 평화라는 사실이다. 많이 가져야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교육 격차가 커지면 가장 심각해지는 건 경제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에 좌우되는 교육의 가장 큰 폐해는 상대적 박탈감과 못 가진 자의 열등감이다. 더불어 가치 있는 교양이 사라진 상태에서 입시와 진학을 위한 교육만 고집한다면 늘어나는 건 사회불안과 폭력일 뿐이다. 10억 때문에 감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만들어 갈 미래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교양 있는 인간을 키워내는, 그래서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연대 혹은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감방을 선택하는 학생을 키워내는 교육, 그 해법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