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식투자란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다. 아니 엄청난 거리 수백만 파섹(천문학에서 사용하는 거리단위)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내 삶은 투자보다 빚에 더 가깝게 기울어 있다. 개인적으로 주식을 통해 이익을 얻는 행위가 금융자본주의의 창궐(?)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꽃이지만 주식은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세계의 파국을 앞당긴다고 본다. 그렇다고 주식을 통해 이익을 꿈꾸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누구든 시대가 정의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능력과 기술을 십분 발휘하여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게 경쟁해야만 유지되는 자본주의니까.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각자도생의 시대라 욕해도 그래야 살아가니까.

 

책을 받고 한참 고민했다. 뭘 어떻게 써야할지 말이다. 하지만 언제 이야기 했듯 서평과 리뷰는 어떤 책을 읽든 가능해야 한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결론은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 처음 접하는 용어의 홍수였다. 각종 도표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글쓴이는 아주 쉽게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눈으로 읽을 땐 뭔지 감을 잡았다. 하지만 뒤로 가면 앞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반대로 다시 앞쪽을 뒤적이면 뒷부분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물론 이는 모두 내 머리의 한계다. 책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음을 밝힌다. 여하튼 정독은 아니지만 끝까지 읽는 데 대략 서너 시간이 걸렸다. 책을 덮고 나서 머리에 떠오르는 내용을 적어보기로 했다.

 

첫째

문장이 짧고 간결하다.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일광”씨라는 가상의 캐릭터가 책 전반에 등장한다. 주식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게다가 웹툰에서 볼만한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에 밋밋함을 한층 가볍게 해준다. 물론 일광씨는 초보주식투자자의 분신이자 쉽게 용어나 개념을 전달하고자 하는 글쓴이의 아바타다. 각설하고 글은 쉽다. 하지만 내겐 어렵다.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쉽고 재밌게 읽을 듯하다.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 의견이다.

 

둘째

전문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일목요연한 구성이다. 개념설명과 적용 그리고 심화. 편집 또한 전반적인 구성과 겉돌지 않으며 깔끔하다. 특히 차트를 분석한 책 후반부의 편집이 돋보인다. 물론 난 뭐가 뭔지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패턴 분석의 원, 투, 쓰리가 완벽한 느낌이었다. 상세한 설명과 전체적인 경향이 묘하게 잘 겹쳐져 아마 차트분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공부하기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셋째

책에 수록된 정보가 매우 최근의 것들이다. 올 6월에 시행된 신(新) 주식거래제도를 반영했다고 한다. 물론 난 잘 모른다. 게다가 작은 소책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앞으로 유망한 기업들을 소개돼 있다. 궁금해서 뒤적였는데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큰 회사도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생소한 회사도 꽤 있었다. 전문가가 추천하니 주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유용하지 않을까싶다.

 

관심이 없는 분야라곤 하지만 신문이나 경제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보았던 눈에 익은 용어들이 자주 보였다.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튀어 나와도 맥락을 이해하면서 대충 읽는 버릇이 있어 완벽함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글을 쓸 때나 대화를 할 때 정확한 용어와 인물의 이름 혹은 각종 연도 등의 데이터를 함께 언급할 수 있는 내공이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무지의 상태가 좋을 때도 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최초의 책을 접하면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찾는 버릇이 생기니까 말이다. 이 책은 단점도 장점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구성과 자연스런 문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니 주식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라. 얼마나 괜찮은 책이면 절판 후 새로 개정돼 재출판 되었겠는가 말이다.

분위기가 좋아졌다. 성소수자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점점 확대된다.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성에 대한 다양성이 무성해지는 느낌이다. 경멸과 차별의 대상인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 변화를 맞이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아졌다. 그렇다면 성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성을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얻는 성노동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표면위로 올라와 자신들의 존재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더럽다는 사회적 편견이 그들을 심리적으로 억압한다. 사회적 약자일 것이라는 짧은 생각에 그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구출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한다. 아마 그래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이라는 것이.

 

뭐든 팔아치우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끝자락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성매매특별법은 희한하다. 서비스 경제 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점유하는 성노동 산업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는 분위기다. 많은 논란이 존재하지만 성노동은 어느 시대나 존재했던 오래된 거래활동이다. 물론 물리력으로 강제되는 성노동, 개인 의사를 무시한 폭력적인 성노동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활동으로써의 성노동, 자발적인 성노동자에 대한 역사는 오래됐다. 노동의 대가로 가족을 부양하고, 미래를 꿈꾸는 성노동자들이 많다. 즉 산업의 일부, 경제활동의 지극히 당연한 일부로 성노동에 접근해야 할 신자유주의 정치권력이 성매매특별법으로 성산업을 억압하는 건 그저 도시정화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경기부양정책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성노동자들이 설 곳은 없어지고 그들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성노동은 더욱 음성적으로 행해진다. 그러니 성노동자들의 위험은 점점 심각하다.

 

책은 성노동 운동가와 성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다. 성노동 성매매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귀담아 듣고,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 많은 책이다. 얇지만 많이 품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성노동은 합법화 돼야 한다. 특별법이라는 차별적 법 적용이 아닌 기존 형법과 민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밀사’의 주장에 동의한다. 또한 성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강압으로 혹은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성노동 산업에 진입하는 약자를 보호하는 건 복지정책으로 자발적인 성노동자는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 노동자로서의 가치와 위치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정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란 소수자들의 권리가 인정받는 사회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라야만 다가오는 어두운 시대를 밝힐 열쇠를 여러 개 마련할 수 있다. 일관성과 경직성 그리고 한 방향으로 몰리는 사회는 자멸한다. 어렸을 때 꿈꾸던 찬란한 21세기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교묘한 억압구조와 자본에 의한 경쟁으로 점점 짐승의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모두가 길게 선 줄 뒤에 선다. 몇 명 없는 다른 짧은 줄 뒤엔 쉽게 서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나 짧은 줄에 선 사람들이 세상을 이만큼이라도 살만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그들에 대한 지지는 짧은 줄에 서는 것이다. 소수자들의 권리가 인정받는 세상,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다.

변화, 혁신, 속도

 

책을 읽고 난 후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성장이 멈춘 세계경제와 시시각각 다가오는 다양한 위협들(기후재난, 환경파괴, 화석에너지 고갈, 인구폭등)로 불안한 세상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한 책이지만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세계를 건져 올릴 몇 가지 생각을 발견했다. 물론 경제와 비즈니스에 한정된 아이디어는 아니다.

 

변화

우린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한다. IT기술 발전은 경제 전반을 뒤흔들어 놓았다. 거래 패턴과 결제 시스템의 변화를 빠르게 눈치 챈 페이팔(인터넷 소액결제 시스템)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건 변화를 읽는 눈이 그 바탕이었다. 과거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에서 최초 시행한 국제환전과 공금환전 또한 근대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세계사적 변화의 조짐을 남보다 먼저 읽은 메디치의 눈에서 시작된 것이다. 첨단 IT산업의 도래, 근대 산업사회의 태동은 당시 변화를 읽어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기회가 됐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그나마 삐걱거리긴 했지만 근대이후를 책임져온 자본주의라는 경제체계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무진장 널려 있을 것이라 믿었던 원자재와 화석에너지의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농업생산력은 다양한 원인(기후, 사막화, 토지 산성화)으로 점점 줄어든다. 덜 쓰고, 아끼고, 많이 움직여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변화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명 전체의 존망이 걸린 시대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비즈니스에서 변화가 중요한 건 많은 수익이 창출된다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에 맞선 변화의 필요성은 생과 사를 가르는 균형추가 될 것이다. 책에서 돈을 벌기 위한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한(지속 가능한)세계에 적응해야 할 변화가 무엇인지 읽을 수 있다.

 

혁신

면도기는 싸게, 면도날은 비싸게. 질레트의 혁신이었다. 제조 방식의 수직 통합은 애플이 자랑한 혁신이다. 인간관계로 수익을 창출한 페이스 북 또한 혁신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혁신은 언제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위험의 부담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라는 확신이 혁신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IT산업과 제조업의 분업화, 정보와 인간감정을 통한 수익구조 창조는 모두 혁신의 결과다.

우리에게 사고의 혁신이 필요한건 현실과 타협으로 미래의 문제점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쉽지 않다. 하지만 뒤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암울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구성원 개개인의 전면적인 혁신이야 말로 생존을 필수 조건이다. 소비중독에서 벗어나야 하고, 삶의 방향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바꿔야 한다. 무분별한 에너지사용을 바탕으로 한 일상생활과 소비사회라는 패러다임에 가히 혁신이 절실한 시기다.

 

속도

인터넷으로 구매와 결제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한 분야는 물류산업이다. 당일배송이라는 말 자체가 풍기는 속도감이 물류산업의 변화를 대표한다. 휴대용 단말기에 적용되는 기술들은 몇 개월 주기로 개발되고 판매된다. 20세기에도 그랬지만 21세기에도 속도는 중요하다. 속도에 대한 피로감이 여러 문제를 남겼지만 자본주의의 명맥이 유지됐다는 측면에서 기술발전의 속도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젠 발전과 진보라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느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결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행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당연히 단축해야한다. 그 외 발전의 속도라는 건 잊어버려야 한다. 너무 빠른 속도의 변화와 혁신으로 우린 많은 걸 잃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다. 덜 쓰고, 덜 먹고, 덜 소비하는 그래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여나가는 오래된 미래를 고민해야한다.

 

절약, 검소, 느림

 

글을 마치며 떠오른 단어들이다. 비즈니스는 돈을 벌기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공유해야 할 비즈니스는 생존을 위한 소박한 삶이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