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만나는 이방인이다.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글은 여전히 도발적이었다. 도발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심연에서 몸부림치는데, 그래야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도발적인 글은 차가운 얼음판을 도끼로 찍어내 거대한 균열을 일으킨다. 과거에 처음 이방인을 읽었을 때 뫼르소를 통과해 얻은 그때 그 균열을 맛보고 싶었다. 그런데 균열보다는 담담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도발적인 첫 문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문장들과 내용들은 어쩔 수 없이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리는 이방인에 대한 무덤덤함으로 정리됐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강한 깨달음이나 격한 열정을 가라앉히는 묘한 능력을 지닌 듯하다. 뫼르소를 내게 투영해 내 삶을 이해하려 했던 이십대의 나는 이미 사라졌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40대의 꼰대가 아닐까.

 

뫼르소는 이해받기 원하는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도 아니다. 그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가식과 겉치레가 없다.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실수인지 아니면 정말 그러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의 살인은 태양 때문이었고, 변하지 않는 진실은 그의 행위는 순간적인 것이었다는 사실. 물론 인과관계를 살펴본다면 완벽한 우연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뫼르소의 살인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사회가 통계적 평균으로 설정한 일반인 혹은 보통 사람 범주에서 뫼르소가 제외됐다는 점이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 슬퍼하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난 날 여자 친구와 노닥거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신을 믿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과연 뫼르소는 비정상적인 인간인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인간인지 말이다. 뫼르소의 살인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우발적인 살인이 뫼르소를 기요틴으로 끌고 갈만한 크나큰 범죄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신을 믿고,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을 펑펑 쏟고, 장례식이 끝난 이후 몇 달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뫼르소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뫼르소의 죽음은 오로지 사회 통념에서 벗어난 인간상 즉 이방인이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사회가 자신을 이방인으로 몰고 갔다는 확신이 든 뫼르소의 마지막 소원은 자신의 목이 잘리는 날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 오는 것이었다. 자신에 대한 야유와 욕설 또한 당연히 뫼르소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이방인이라는 낙인에 대한 뫼르소의 가장 강력한 복수는 결국 사회 다수를 구성하는 일반인들의 무지 몽매함의 비난이다. 자신들만의 도덕과 윤리로 만든 철옹성 안에서 내부의 이방인을 밖으로 밀어내고, 외부의 이방인은 철저히 막아내는 통계적 평균치의 집단. 생물학적으로 돌연변이가 사라지고, 생명 다양성이 줄어들면 그 생태계는 멸망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린 수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다. 환경에 적응하는 돌연변이는 결코 현재 생태계의 일반적인 생명체에선 발생할 수 없다. 뫼르소가 돌연변이라면 뫼르소를 죽인 사회는 일반화와 보편성에 찌든 죽어가는 통계적 평균집단이다.

 

나름 남과 다른 삶을 살아왔던 나는 40대에 접어들면서 평균집단에 포함되고 싶다는 유혹을 여러 번 느꼈다. 살면서 남들과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를 보며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중년의 몸과 마음은 종종 타협과 절충의 어느 지점을 원했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매력이 옅어지고 평범한 보통사람의 안정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마 그래서 다시 읽었을지 모를 일이다. 사회에서 인간이 사람으로 불리는 이유는 타인의 인정과 환대의 교류가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방인은 그래서 사람이 아닌 인간으로 불리는 것이 마땅하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인간으로 불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현실의 안타까움이다. 점점 늘어나는 난민과 선진국에서 멀어져 배제의 논리로 살아가는 저개발국 사람들. 이민의 증가로 발생하는 인종차별. 성 소수자와 장애인들. 열거하면 끝이 없다. 이방인들을 포용하자 어쩌자하는 빈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 인간들을 사람으로 인정만 해주면 된다. 같은 인간 종으로 최소한의 예의가 바로 차별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어쩌면 그 이방인들에 의해 인류 문명의 희망이 움틀지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통계자료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통계자료라고 믿는 건 그나마 숫자로 제시된 자료에 한해서다. 숫자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변환시키면 꽤 면밀하게 살펴보는 편이다. 정보제공자의 장난(?)이 끼어들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시각을 자극하는 정보는 데이터의 왜곡을 불러오기 쉽다. 좌표평면에 그래프 형태로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 세로축 데이터 값의 간격을 좁힌다면 근소한 차이의 정보가 엄청난 차이로 둔갑한다는 사실을 여러 번 확인했다. 또 일차원적인 데이터를 그래픽의 면적으로 변환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실제 데이터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 넓이는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단순 일차 데이터를 넓이로 바꿔 표현한다면 정보의 상당한 왜곡이 발생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그래픽이 필요하다는 사실. 여기에 디자이너의 창조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그래픽과 데이터의 왜곡을 최소화한 그래픽이 합친다면 좋은 인포그래픽이라 부를 수 있다.

 

전작 『정보는 아름답다』에 이어 이번 작품 또한 걸작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책에서는 그래픽으로 표현하기 애매한 관념적인 내용들이 많이 추가됐다. 명상에 관한 것이라든지, 영화의 흥행법칙, 나라별 에티켓 등 단순화 시킬 수 없는 지식들을 훌륭한 인포그래픽으로 탄생시킨 저자의 능력이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미디어를 포함한 대부분 시각매체에서 인포그래픽 사용이 늘고 있다. 단순한 그래픽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인포그래픽의 매력은 독특한 창의성이다. 단순한 도형과 선 몇 개 그리고 몇 가지 색이 크기와 배치에 따라 완전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제공되는 데이터와 정보에 가장 최적화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내는 일은 제작자의 능력에 좌우된다고 본다. 그런면에서 데이비드 맥탠들리스는 탁월한 능력자임이 분명하다. 인포그래픽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책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글로 쓰는 것 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100배 더 나은 책이라 책에서 찍은 사진 몇 장에 대한 설명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겠다.

위 사진은 책에 수록된 여객기 사고에 대한 인포그래픽이다. 사각형의 크기는 사망자 수에 비례하고 색상은 사고 원인을 나타낸다. 책에서 확인하면 대각선 방향으로 왼쪽으로 가는 세로축이 년도이다. 가장 왼쪽이 2013년 데이터.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감흥이 인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담은 인포그래픽이란 사실을 기억하시라.

 

샌드위치에 관한 인포그래픽. 주 재료를 중앙에 놓고 부 재료와 소스등에 따란 샌드위치를 분류해 놓았다. 물론 같은 패턴의 샌드위치 인포그래픽이 몇 장 더 책에 수록돼 있다.

 

불교의 기본 사상에 대한 인포그래픽이다. 종교가 지닌 관념적인 지식을 시각화시켰다. 위 사진은 일부분인데 윗쪽에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해탈의 경지까지 그래픽으로 표현돼 있다.

 

책읽기에 대해 좀 장황화게 쓰자면 아래와 같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캄캄하다. 뭐 언제는 환했던가?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어둠은 더 짙어진다. 그대로 사람만이 희망이라면 희망이겠다 싶어 어떻게 해야 인간이 사람다워 질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역시 고민의 힘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고민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고민의 깊이는 인간됨에 비례한다. 천지에 생각 없는 사람들로 가득해 세상은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잃었고, 어제 같은 오늘의 반복 속에서 안락함에 물들어 좀비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그래서 희망이 이야기하려면 그 바탕에 사람다운 사람이란 조건이 붙어야한다. 고민의 힘을 아는 사람은 독서를 통해 만들어진다. 소비중독 좀비를 양성의 탁월한 능력을 뽐내는 미디어로 혼이 비정상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현실이 지옥임을 깨닫고, 비참을 눈치 채고 힘들지만 인간의 길을 걸어가야 할 사람이라면 독서는 필요조건이다. 뭐 그 외에 세속적인 이유들로 독서가 강요되긴 하지만 순수하게 독서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쉽다. 참 사람이 되는 길.

 

리더스가이드에서 간만에 아주 좋은 책이 나왔다. 오랜 기간 학원밥을 먹는 처지라 아이들을 위한 좋은 책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이번 책은 초등저학년과 유아를 대상으로 한 독후활동 길잡이다. 먼저 내용이 아주 충실하다. 불필요한 부분이 없다. 꽉 찬 속을 자랑한다. 더욱 대단한 것이 있다. 이 책 한 권과 그림책 몇 권만 있으면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고밀도, 고효율 독후활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창의력이 조금 남다른 부모님이 계신다면 무한한 응용도 가능한 책이라 하겠다. 내용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 보다 이 책은 직접 봐야한다. 그래서 평소 안하던 짓인데 사진을 몇 장 찍어 올리도록 하겠다.

 

 

사진을 워낙 못찍는다. 이해들 하시라. 책 구성이 그대로 드러난 네 장의 사진이다. 우선 독후활동에 필요한 그림책을 선정하고 책의 내용을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물론 사진이 함께 첨부되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게다가 개별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팁도 포함돼 있다. 책 한 권으로 무한한 독후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책과 친해진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자라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면 이 세상의 고민이 잘게 나눠지리라. 그 고민들의 해법이 다시 하나로 뭉치면 그나마 희망적인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