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본주의가 오래지 않아 망할 거라 생각했다. IMF 때는 뭣도 모르는 대학생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2008년 서브모기지로 전 세계가 사단이 났을 땐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믿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금융이나 경제에 대한 무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고 과격(?)했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변명을 하자면 그 때 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사리판단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금융위기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을 거라고, 그래서 파국의 징조를 눈과 몸으로 확인했으니 이제 탈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를 고민할 것이라고, 그래서 지속가능한 인류문명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뭐 현실은 자본주의를 이리저리 손볼 곳은 손보고, 고쳐 쓸 곳은 고쳐 쓰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형국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래라는 오지 않은 시공간을 향해 그나마 희망이라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냉큼 포스트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다. 허황된 이상향이라 비난해도 뭐 괜찮다. 이놈의 세상은 그 헛된 믿음이 없으면 순식간 지옥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은 표지가 매우 ‘불사조’스럽다. 붉은 색 한자로 떡하니 적혀있다. 절대 죽지 않는 기업들. 절대 죽을 것 같지 않은 자본주의를 생각했다. 여하튼 책은 뉴노멀시대(기업이 정신 바짝 차리고 이해하는 용어다. 뉴노멀은 저 출산 고령화시대와 스마트기기를 통한 마케팅 정도로 이해하면 되시겠다)에 승승장구하며 살아남은 아니 아직도 성장 중인 52개 일본기업이 소개되어 있다. 1990년대 버블붕괴로 시작된 장기불황의 시험(?)국가 일본. 유례가 없는 긴 시간동안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수많은 회사가 문을 닫을 때 폭발적인 성상을 보인 작고 강한 회사들을 분석해 놓았다. 3부로 구성됐는데 1부는 뉴노멀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경영, 마케팅 이론이다. 2부는 일본 불황 경제를 분석하고 나름 선정된 불사조 기업의 생존전략이 소개된다. 3부는 52개의 불사조 회사들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반 기업정서가 강하고 자본주의에 부정적인 내가 평가하건대 책은 좋다. 재밌기도 하고, 내용도 알차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다. 뭔가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회사에 입사하는 분들에게 괜찮은 지적 양분 제공이 가능한 책이다. 그래프나 인포그래픽도 간간이 보여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무엇보다 구성이 깔끔하다. 불사조 회사만 나열해 설명했다면 답답했을 구조를 유기적으로 잘 구성했다. “기초 이론 – 일본 경제 상황 – 불사조 기업” 식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의 고객과 마케팅 기법 그리고 회사운영 방식과 함께 ‘가치경영’ 시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업관련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탓에 내 판단이 제대로 균형 잡혔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껏 기업과 조직에 몸담은 적이 없고, 무얼 경영하거나 창업한 적이 없기에 현실적인 감각도 없다. 그래도 불사조로 살아남은 일본 회사들을 눈으로 읽으며 두 가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처절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과 똑같으면 안 된다는 것. 기업이든 회사든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자본주의의 효용은 얼마 남지 않았다.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없다면 인류문명의 재앙이 될 것이다. 급격한 양극화와 자원 환경문제는 지금의 자본주의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저 현상을 유지만 해도 다행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상유지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무차별한 개발을 통한 자연 착취로 굴러가는 자본주의의 끝은 시한부다. 기업경영관련 책을 읽고 쓸 서평 내용과 거리가 먼 결론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이 책은 그 시한부 기간 동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영, 마케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서평을 마무리 하겠다.

음식이란 인간에게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생명 유지의 가장 기본이니까. 신자유주의니 자본주의의 끝자락이니 하는 단어들도 음식의 연장선이다. 먹고 살기위한 발버둥에서 이런 경제 체제가 탄생했고 그마나 많은 인류를 먹여 살리는 시스템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그렇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뭐 어쨌든, 먹어야 살 수 있는 인간이라 앞으로 경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질 것이다. 아니 생존을 위해서 꽤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음식의 파급력이 어디 경제뿐 이겠는가? 역사도 그렇지만 지리도 음식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다’는 말 앞에 ‘먹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 걸 보면 사는 게 곧 먹는 것이다. 어쩌면 인류 문명 발전의 가장 큰 동력은 음식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먹을 것이 사라지면 대규모 이동이 뒤따랐다. 현생인류의 이동의 동력이 음식이었던 것이다.

 

책에는 음식과 관련된 지리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올해의 선생님으로 뽑힌 사람이라 그런지 각 장의 시작에 내용을 요약해 놓고 곳곳에 팁을 깔아놓은 섬세함이 돋보인다. 재밌는 퀴즈도 그렇지만 에피소드가 끝나는 부분에는 글 주제에 맞춘 음식의 조리법까지 실어놓았다. 토종 한국 입맛인 내겐 도움이 되지 않을 내용이지만 젊은 친구들이나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꽤 요긴한 정보라 하겠다. 전 세계 대표 음식 레시피가 세세히 적혀 있으니 말이다. 음식으로 지리도 공부하고 직접 요리도 할 수 있는 팔방미인 책이다.

 

당연히 한국도 등장한다. “매운맛을 사랑하는 나라들”편에 등장하는데 재밌는 건 함께 언급된 나라들이다. 바스크 지방, 과테말라, 인도차이나의 나라들, 헝가리가 그러한데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운맛을 즐기는 나라들은 그만큼 고통의 역사를 가졌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운맛과 분쟁지역이라는 묘한 연결고리가 신선했다. 음식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재료들이 풍부하다고나 할까? 이런 종류의 책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별거 아닌 소소해 보이는 주제로 역사와 지리를 넘나드는 지적 토대가 무척 부럽다. 언젠가 중세 프랑스 역사를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주제로 풀어놓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인쇄소 직공이 주인집 고양이를 잡아 죽이는 에피소드를 통해 중세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읽어내는 글은 지금 생각해도 매혹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먼저 흥미를 유발하고 재밌게 이야기를 전개한 후 마지막에 역사과 인문의 큰 줄기를 맛보게 하는 그런 글이 많아지면 분명 책 읽는 사람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란 망상(?)을 잠깐 했다.

 

지금 우린 손쉽게 다른 나라 음식을 접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를 산다. 음식으로 민족과 계급 그리고 종교를 구분했던 시대가 바로 얼마 전이었다.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 실감을 음식에서 만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음식으로 가까워진 작금의 지리적 감정은 이후 다음 시대에 어떤 식으로 이어질까? 준동하는 민족주의와 자국민 우선주의를 생각한다면 그리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맛있고 풍성한 음식 앞에서 모든 인간이 허리띠를 풀 듯 긴장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때 무언가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함께 밥을 먹는 다는 건 식구가 되는 일이니까.

순전히 정보산업과 교수라는 저자의 이력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고백하건대 자기계발을 운운하는 책에 선입관이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면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이나, 자신의 잠재적인 어떤 능력 따위를 찾는 건 단순히 압축되고 정리가 잘된 자습서 형식의 책을 읽어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탐구하는 건 고독하지만 개인적인 영역이다. 홀로 이 우주의 단독자임을 각성하고 외로움을 벗 삼아 나를 알아가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의 시작이다. 나를 찾는 것 혹은 나를 이해하는 건 나만의 방식으로 가능하다. 그 방식의 한 부분이 책이 될 수도 있고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분명한건 책이 완전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선지 많이 팔리는 자기계발 관련 책은 남과 내가 다름에도 남과 나를 같은 틀로 묶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판단한다. 글쓴이가 정보와 시스템을 다루는 학자라는 점이 특이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다른 뭔가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로 책을 읽었다.

 

우선 책은 글쓴이의 풍성한 지식이 담겨있다. 정치, 사회, 문학, 예술 그리고 경제까지. 내공이 탄탄하다. 목적의식 없이 아무 곳이나 책을 펼쳐보면 임어당이 나오고, 쇼핑몰 ‘자포스’가 등장하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등장한다. 지식의 화수분인 저자는 상처받지 않는 법, 홀로되지 않는 법, 우아하게 사는 법 그리고 거리두기와 균형 잡힌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글의 전개와 구성이 탄탄하게 잘 맞물려 있다. 직업병(?)이 아니었다 싶다. 가볍게 읽을 책이다. 또 독서에 조금씩 재미를 느끼는 분들에겐 괜찮은 책이다. 수더분하면서 잔잔한 글이다. 이 책이 잘 팔리려면 좀 더 강한 “이래라 저래라”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수더분’과 ‘잔잔’이 좋지만.

 

20대 후반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된 책이 있다. 책 제목을 쓰긴 뭐해서 내용만 이야기 한다면 책에 대한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유명 사상가와 철학자 그리고 과학자와 소설가들의 간략한 책 소개와 저자들의 삶이 적절히 녹아든 책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에 나온 모든 저자와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아마 그 책에서 소개된 책을 십 수권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기도 했지만 뭔가 지적허영에 빠졌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별거 아닌 경험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폭발적인 독서의 계기라는 게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 있다. 독서 초심자들에게 괜찮은 책이 아닐까란 생각. 이 책 속의 글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길잡이로 삼는다면 책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본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유명인의 책을 읽는 다면 이 책은 독서를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뭐 어떤 식으로 읽든 읽는 사람 자유겠지만 처음 가졌던 내 선입관이 옅어진 건 사실이다.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자기계발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겠다. 시대가 원하는 지식이 인스턴트 식품마냥 간편함과 편리함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고 걱정스럽다. 어떤 책에서 인간은 나약하지만 위대하다. 또 어떤 책은 어리석고 야만적이다. 그 위대함과 야만 사이의 균형점 어딘가에 내가 생각하는 인류의 본질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인간으로 그 고귀함을 인정받으려면 인간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우린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거대한 철학적 질문이 내가 잘 살고 있는가? 잘 살지 못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로 연결되는 순간 우린 고귀하고 위대한 인간으로 한 발짝 전진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내 선입관이 생기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우리에게 던져진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은 어차피 우리가 지적 고통으로 감수하며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자기계발서의 대부분은 잘 살기 위해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답을 알려준다. 답을 찾는 과정보다는 답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알려진 답을 사다리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핵심은 그 사다리가 허약하다는 사실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삶은 답이 없다. 행복? 글쎄다. 어차피 인생이 힘든 고통의 바다라고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꾸준히 고민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삶의 방향을 찾는 건 각자의 몫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