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새로운 용기를 불어 넣어 주신 송이 할머니께 고마운 인사 드립니다.
영어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고, 필요성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해온 엄마 였는데,
'내 아이 가르치기'는 정말로 (개인적인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지근하게만 반응했나봅니다.
어느덧 아이는 자라서, 유치원에 다니게 되고... 그렇게 아이가 다 컸다고 생각했네요.
더이상 엄마가 해주는것 보다, 기관에서 또래들과 선생님들에게 배우는게 많겠지, 라고 말이죠.
내심... 반성이 많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몫' 내 아이에게 가장 잘 해 줄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그 '엄마의 자리, 엄마의 몫'을 나는 너무 쉽게 포기하고 다른 곳에 내어주고 있었구나...
많이도 뼈저린 반성의 시간 이었습니다.

놀이로 하는 학습.
늘 말로만, 생각으로만 추구하는 정말 '이상'에서 머물고 '행동'이 없는 학습이었네요.
^^ 그래도 저의 낙천적인 성격은... 쉽게 좌절하거나 비관적이 되진 않습니다.
'아! 우리 아이는 어쩐담!'
'아! 우리 아이는 이제 다 커버렸는데 될 수 있을까?'
'이건 다 내 잘못이야'
등의 자책들은...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하등의 도움이 되질 않으니까요.
반성은 짧을 수록 여러모로 좋습니다. 짧고 굵게 말이죠. ^^

그 방법은 '인정'에 있겠지요.
나는 이런 이런 상황이라서 못해줬는걸 어떻게 해,
아이가 싫어하는데 어떻게 해, 내가 영어를 못하고 관심도 없는데 어떻게 해...등의 '탓'이 아닌...

'그래, 내 아이가 영어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는데에 나는 노력을 많이 하지 못했어.' 라는 솔직한 인정 말이죠.

송이할머니의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지요.
교육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아이의 발전이 나선형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의 영어교육방법은 '쉽습니다'.

우리는 할머니의 시작보다 알고 있는 단어도 많을 것이고,
인터넷이며 기타 다른 매체들의 정보 습득율도 월등히 높을 것입니다.
'아... 할머니도 하는데 나는 뭘 했던가!!!' 라는 자책은 금물이고요.
함께 해봅시다. '다시' 말이지요.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삶의 지침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싶으시죠?
그렇다면 우리 엄마들이, 아빠들이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것.
육아의 가장 기본 원리, 진리라는것 알고 계실거에요.
저는 화이팅, 으로 시작합니다... 아이가 이미 자랄대로 다 자라버렸지만...
아직 엄마와 함께 하려는 시간은 많고, 아직 우리 아이의 하얀 도화지는 여백이 충분하니까요

책이 참 곱다, 라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말 맛있겠다, 라는 군침이 돌았지요.

 

’요리’

듣기만 해도 입가에 자신 만만한 미소가 번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아마 저처럼, ’으응??’ 하면서 모른척 하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요리 역시 훈련이고 연습이고 노력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 ’정성’ 이겠고요.

 

이 책은 요리책이라는 ’입이 즐거운 상상’ 보다는 눈이 먼저 즐거워 지는 책입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리의 소개라기 보다는...

흔한 일상에서, 다양하게 접하게 되는 다양한 모습의 만남들을 통해 그 정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재미있고도 예쁜 ’선물’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거든요.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선물’은 누구에게나 환영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지은이 손성희 선생님은... 한식과 양식의 조화를 꿈꾸는 요리사, 라고 하십니다.

그 부분은 소개된 요리의 레시피를 살펴보면서 깨닫게 되고,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되더군요.

오곡떡파이, 단호박 라이스 케잌, 누룽지 콩가루 스낵, 다식, 홍시 요구르트... 등등의

웰빙 저리가라~ 할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우리 전통의 맛과 재료의 영양적인 면을 
놓치지 않는 부분을 보며 잔잔한 감동까지 느껴졌어요.

요즘처럼 어떤 것도 쉽사리 신뢰할 수 없는 시중 먹거리를 바라보며, 

내 아이들에게 먹을 거리를 찾으면서도 그 해결책이 참 막연할때가 많았는데...

서양식 베이킹 방법들을 응용하면서도, 우리네 입맛에 맞는 재료들의 선택과,

파트별로 나뉘어 있는 여러 상황에 맞는 선물 요리 소개들...

 

얼른 얼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득 가득 선물을 떠안기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게 되더군요.

아직까지 그럴만한 재주도 없지만...

재료 준비, 만드는 방법... 일단 간결하고 어렵지 않은 설명에 힘입고,

그 예쁘고 멋지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무렇지도 않으면서도 어여쁜 색시처럼 우아한 포장법들...

이 많은 선물 요리와 포장법들 중에서... 한 두가지는 해볼 수 있겠지요?

다 하려고 욕심은 안내려고요. ’한 두가지’ 하다보면, 저만의 선물요리도 탄생할거고...

그럼 자신감도 더욱 붙겠지요?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벌써 저는 선물을 받은 기분처럼 말이지요.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 편이다.

신간 책의 소개를 살펴 볼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숱한 미사 어구를 동반한 수많은 추천사.

둔중한 둔탁감을 던져주는 듯한 두께의 이 책을 만났을 때 역시 마찬 가지 였다.

 

"초기 스티븐 킹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느라 사나흘 꼬박 밤을 새우고도 당신은 아른거리는 지옥을 떨쳐내느라 몇 주가 고생스러울 것이다"

...눈을 사로잡고, 의미심장하게 파고드는 그 추천사를 볼 때도 미심쩍긴 마찬가지였고, 으례히 그러려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 쥐고, 큰 숨을 한번 내쉬게 하는 어떤 묘함이 있었다.

 

두께를 보니... 분명 '이야기'가 들어 있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또한, 신의 땅이라 일컬음을 받는 티벳의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그곳에서의 '지옥' 이라니?

 

카일라스 성산으로 향하는, 신성한 그 무엇인가를 인생 속에서 마주치기를 바라는 여행자들은

때아닌 히말라야 폭풍을 만나 동굴 속에 고립되어 버리고, 운명인듯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시체 한 구.

자신의 몸뚱이의 가죽이란 가죽은 모조리 일기장으로 사용한듯 빼곡한 '이야기'를 써넣은 시체...!

그 시체가 남긴 '사탄은 존재한다'는 문장은 어쩌면 공포의 시작이고 결말이었는지도!

 

어서 빨리 뭔가를 드러내라는 책에 대한 무언의 기대를 잔뜩 실은 독자들의 마음을 살살 달래기라도 하듯이,

이 책은 거대하고도 빼곡한 스케일의 스토리를 히말라야 설산의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눈 코 뜰새 없이...끝까지 밀어 붙이고 있다.

 

수년간의 히말라야 등반가로, 티벳에서 투어 가이드로 일하면서 지냈던 지은이의 인생 여정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열정으로 점철되었을 그의 일을 통해서 얼마나 숱하고도, 상식 밖의 일들을 겪었으며,

또한 그 과정에서 과학, 신학 이라는 분야에 대한 지은이의 탐구 자세와 바라보는 시선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마치 폭풍의 눈, 속에 들어 앉은 듯한 적막과 고요도 함께 선사하고 있는데,

히말라야에만 멈추어 있지 않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지역들과 새로운 상황과 인물의 등장과 전개, 

각각 독립된 에피소드들이 가진 그 기막힌 이야기들이 과연..!

어느 한 곳에서/ 어떻게 만나서/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극적인 기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본능적으로 얻게 되는 그 기대와 떨림은 경악과 소름끼치는 마무리로 각 단락이 끝날때마다...

그러면서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그 '악'에 대한 묘사를 되짚어가며 곱씹을때마다...

정처없이, 쉴새 없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고 있다.

마치 내가 달려들어서, 그 악을, 사탄을... 목격하고야 말겠다는 듯이 말이다.

 

지은이의 상상력, 지식의 방대함...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상식과의 조화, 그리고 결코 의문이라는 반기가 들려지지 않는 연결고리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나로 하여금 지은이의 가치관과 시선에 동조하고 있게 만드는 것처럼 몰입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 시대, 이 시간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설과 영화.

그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인간의 상상력과 인간이 겪은 실상의 경험들...

그것들이 증폭되어 만들어낸 우리 스스로의 공포와 결말들. 그리고 때로는 외면할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들.

신이 선사하셨다는 자유의지를 우리는 어디에 쏟아 붓고 있을까?

그것의 진정한 주인된 자리를 우리는 누구에게 고스란히 내어 놓고 있을까?

 

그 선명한 빛깔의 절대 악.

당신도 나도 보았음직한 그 빛깔.

비온 뒤의 희미한 스펙트럼처럼 어쩌면, 어느 순간 순간 마다 나를 통해 지나갔을 법한, 그 선명한 빛깔의...악.

떨쳐내기 쉽지 않은 강렬한 빛깔이 계속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듯 하다.

그만큼 이 책은... 두려우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지극히... 예외였다.

이 책의 추천사들은 내가 만난 책들로는 예외적으로 '맞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특히나, 사나흘 꼬박 밤을 새우고도 아른거리는 지옥을 떨쳐내느라 몇 주가 고생스러울 것이라는 추천사는...

나로 하여금 겁을 집어 먹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도 바로 지나온 스토리가 잊혀지지 않아 마치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 처럼 힘겨웠는데,

몇 주가 고생스러울 것이라니...??!! 나는 고작 몇 일을 지냈을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