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참으로 '뜨거워' 졌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를 보며
'이거 이거 괜한 감동이 아니겠구나!' 예상은 했었지만요.

책은 참 단아하게 얇습니다.
그림도 시원 시원 크고요.
그렇다고 글자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권장 연령 초등 1학년 이상, 이라고 되어 있는 것처럼...
읽기를 시작하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볼만큼 수월함이 보입니다.

그런데...
감동이 상당히 묵직한 무게로 다가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구굴레투 마을에 사는,
5남매의 맏이인 큰 누이 시즈위.

부모님은 일을 하러 떠나신지 오래였고, 집안에는 더이상 먹을 거리가 없네요.
처연한 눈빛으로 큰 누이만을 바라보는 네 명의 어린 동생들과 강아지까지!
큰 누이, 시즈위의 마음이 어땠을까...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저역시 제일 맏이로 자라면서,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들의 밥을 챙기느라 성인이 되었을때도 분주하였고,
부모님이 가슴으로 낳으신 늦둥이 동생들을 돌보던 나날들에서도
밥때가 되면 배고파하며 큰 누이인 저만을 바라보던 동생들의 얼굴들에서 느꼈던 마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시즈위네 처럼 먹을거리가 없지는 않았지요.

시즈위는... 자기만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절망의 현실은 자기 가슴에만 담아두고
맹물만을 담은 냄비로 '희망'을 요리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식사 준비로 분주해지고, 그 '희망'의 요리로 너무도 행복해지지요.

시즈위의 맛있는 요리를 고대하는 아이들은,
요리의 시간이 아무리 길어져도 그 어떤 불평도 없지요.
가슴 가득 그저 '희망'만을 품고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네 명의 동생들은 하나 둘 잠이 듭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산타를 기다리다 잠에 들고마는 아이들처럼요...

동생들을 모두 자리에 눕히고...
시즈위는 기도를 하지요, 내일은 텅빈 냄비가 아닌, 진짜 음식으로 동생들을 먹게 해달라고.
그리고 불평불만이 아닌, 가진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습니다.

다음 날,
이웃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동생들에게 '희망의 식사'를 그대로 차려줄 수 있었을때,
식사예절이고 뭐고 난리법석으로 덤벼들었을 4남매의 기쁜 모습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지는듯 했습니다.

시즈위가, 소금과 후추만을 뿌리며 요리했던 맹물을 한방울도 남김없이 조심스럽게 옮겨담는 모습에서
마음이 참으로 울컥했습니다.
그것은 시즈위 가족의 '희망' 이었으니까요.
단 한방울도 떨굼 없이 지켜내고자 하는 시즈위의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풍요가 넘치다 못해 불필요하기 까지 느껴지는 요즘.
가장 기본적인 먹고 마시는 일 조차 걱정해야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 아닌 다른이에게 배려와 희망과 다독임 보다,
나와 다름, 나보다 못함, 잘함,에 대하여 우리는 배려하거나 위로와 희망을 얼마나 전하고 있었는지...
나의 가족, 나의 자녀... 그 외에 어떤 베품을 나누고 있었는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내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 라는 어느 책의 제목이 더욱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아이들은,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처럼,
위로와 희망의 전령사로 자랄 수 있도록,
그 자양분과 따뜻한 햇살의 실천은 우리네 부모가 먼저 선수쳐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치 생동감 있는 한편의 영화를 보듯, 표정 그대로가 생생히 살아 있는 그림은 내용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끌어 올려 주고 있습니다.

책의 끄트머리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좋은 글귀와 동화의 배경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 있어서 내용의 배경에 대해 훨씬 수월한 이해를 돕고 있었습니다.

배려심 없고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 많이 듣는 요즘의 새싹들에게,
그 가슴 속에 희망의 씨앗을 살포시 뿌려주게 되는 아름다운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