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한 음식은 사람을 녹인다"

어찌 사람의 마음만을 녹일쏘냐... 자고로 음식으로 치유하지 못하는 병은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누가?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히포크라테스,가 말이다.

 

옛부터 하루 하루 끼니를 이어 살아가는 것은 '생명'과 연결된 '투쟁'에 가까운 일이었던 우리네 조상들의 삶.

나는 그 시절을 살아온 세대는 아니지만,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엔 음식의 귀중함은 예의범절 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땅 냄새, 흙 냄새, 물 냄새, 바다 냄새... 바람 소리도, 그윽히 내리쬐는 햇살도 담겨있는 음식, 그리고 밥상.

한 마디 한 마디, 정성들인 손끝으로 나물을 다듬어 차곡 차곡, 잘 모셔 둔 듯이...

그의 글에는 정갈함이 뭍어나고,

묘하게도, 시골에서 자란 것도 아닌 내게서 어린 시절의 그리움들을 매우 진하게 불러 내고 있었다.

 

아마도 삶을, 사람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그 시절'에 대한 삶은, 그 시절 우리가 날마다 거룩히 행해 왔던 삼시세끼,

밥상을 통해 더욱 진하게 기억되고, 뇌리에 깊이 깊이 축적되었을터이니... 말이다.

 

장독을 매만지는 그의 손길,

음식을 대함에 있어서 '혼'이 느껴지는 듯한 표정과 몸짓,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난 들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그의 얼굴인데도, 참 아름답다. 참 깨끗하다.

사는 이야기를 써내려가듯이, 쓰여진 그의 글에는, 맛있는 냄새, 맛있는 소리, 맛있는 웃음도 참 많다.

그의 삶 자체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자연 속에서 뿌리내려진 진지함 이기에 그러리라 여겨진다.

 

슬플 때 먹는.... 비빔밥.

피식, 웃음도 났다.

아줌마 음식의 대표격인 커다란 양푼에 고추장 듬뿍 넣고 서걱서걱 우걱우걱 비벼먹는 그 비빔밥.

그 비빔밥, 인데... 그의 손길을 통해, 참 귀하디 귀하고, 여리디 여린 한 그릇으로 바뀌어 있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거나, 비워지지 않을 것 같은 슬픔도 그의 비빔밥 한 그릇으로는 말끔해 질것만 같은!

이게 바로 그가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요리,가 아닐까...

깨 한톨에도 마음을 담고, 나물 한 가닥에도 마음을 담는데... 그 마음이 어떻게 전해지지 않을까?

 

착한 밥상.

자연 그대로, 깨끗하고 정갈한 재료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 음식으로 차려진 밥상이라는 것만은 아닐것이다.

착한 마음이 드러난 밥상. 그의 밥상은 그랬다.

말하지 않더라도, 당신 마음에 어려움이 있다면, 슬픔이 있다면, 서글픔이 있다면... 이도 저도 아닌 아픔이 있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한 끼의 착한 밥상으로 인해, 한 숟갈 덜어내지길 바라는 마음, 소원하는 마음...

그래서 그의 밥상은 사람을 살리울 뿐더러 살아낼 수 있는 힘까지 한 숟갈, 한 숟갈 더 얹어주고 있었다.

부모의 마음으로 우리 딸이 자라서 어떤 모습의 인물이 되었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여성을 본받아 힘들때 떠올리며 재도약할 수 있는 모범과 지혜가 되도록...소개할 수 있을까?

몇 몇의 조선시대 이후의 역사 인물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어서 조금 진땀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학창 시절 들었던 삼국 및 고려 시대 양상을 떠올리면... 참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녀의 구분이 그 후의 조선처럼 폐쇄적이지 않았던 시대.

한 나라를 이끌 정도로 출중하고 명석한 여왕이 등장하기도 했던 그 시대.

또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조선 후기의 시대 양상들은...

시대적 이념 이라는 것은 참으로 두텁고도 큰 뿌리를 내려서 역사로 흐르는구나 하는 사뭇 두려움도 느끼게 됩니다.

 

모 방송사에서 방영 중이던 천추태후의 1회를 시청한 기억이 있기에,

그 용감하고도 기개가 출중하던 천추태후의 자주적인 모습은 무척 인상이 깊었고,

챙피하게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 인물, 또한 여성이라는 점에 대해 매우 깊은 호기심을 느끼는 찰나였답니다.

 

그렇기에 한국사전3 편의 주인공이 천추태후인 점은 실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 여러 감정의 교차했습니다.

또한~ 부모 다운 직감의 발현은... 아이들에게 시청각으로의 교육효과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빠지지 않았고요.

여성, 이라는 점은... 감추어진 여성으로 활동한 것이 아닌,

당당히 드러나는 자랑스러움으로 한 시대를 이끌었던 모습의 여성,이라는 점은...

우리 딸만이 아닌, 자라나는 이 땅의 모든 딸, 아들이 함께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는 여성상이라고 생각되었지요.

고려 초기의 시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떤 책 하나를 읽더라도 '뭔가가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
저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욕심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렇게 다른 설명 필요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역사적인 사실들과
배움들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요.

많은 이야기는 곧 역사, 라는 개념이 아이들에겐 자연스럽길 바랍니다.

우리 부모 세대가 배워오던 그저 ’오래된 사실’ 이라는 생각의 역사가 아닌,

그 속에서 배우는 삶의 가치와 지혜, 그리고 우리 선현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단순히 학습적인 즐거운 배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자라나는 아이들의 가슴 속에는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고, 내가 사는 이 나라는 어떻게 이어져 오고 지켜져 왔으며,

내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 내 조상들이 지켰던 그 마음을 본받아 실천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어떤것일까? 하는...

궁극적인 큰 자부심의 틀도 마련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으로 정갈하기 짝이 없다, 는 묘한 심리가 울컥 솟아 오르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숱하게 듣고 쓰는 말 ’가깝고도 먼 나라...일본’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몇몇의 일본 친구들과 서로의 나라를 오고 가며 여행을 같이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나의 뇌리 속에 주입되어 있는 생각들은 참으로 위험하기도 하다.

비록 유려한 의사 소통의 방해(?)가 다행이었을까? 그 친구들과는 이러한 정치, 역사적인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으니 말이다.

혹은... 서로 내심 조심스럽게 피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참으로 정갈하기 짝이 없어서... 너무 너무 샘이 나고, 너무 너무 부럽고, 너무 너무 살아보고 싶은 곳곳의 동리.

무심히 덧입혀진듯 푸르고 붉은 건물들이 등장하는 책의 표지는...

한쪽에 보이는 한자가 아니었더라면...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를 연상하기 딱 알맞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내가 알던 일본’이 아닌 ’판이하게 이국적인 일본’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대도시 이야기는 빠져있음도 당연하게 여겨졌고, 오히려 고맙기도 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 ’일본에 이렇게 다른 이야기도 있었나?’ 하는 호기심 풍선을 잔뜩

부풀어지게 만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건물들과 사진의 설명들은 쉽게 ’사진 화보’ 쯤으로 생각하고 만난 이 책을

좀 더 의미있고, 진중한 시선으로 봐야겠다는 마음,

편하게 둥그르르~ 누워서 사진 구경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자세를 고쳐 잡고, 좀 더 정성으로 한 글자, 한 글자에 시선을 닿게 하고 싶은... 그런 묘한 심리를 자극해오는 책이었다.

 

한 컷, 한 컷의 사진들은 미리 말했듯이 ’정갈하기 짝이 없다’ 그들의 도시가 그렇다.

설령 대도시를 방문한 여행이었어도, 숙소가 시내 중심지와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그 이동하는 찰나에도 짧게 만나는 그들의 도시는... 정갈하고, 구석 구석 손때가 닿은, 정성이 닿은 모습이었다.

 

야트막한 담장, 기와집(?)과 현대식 낮은 양옥이 어우러진 좁은 골목,

좁디 좁은 2차선 도로에도 우리나라의 담장 밑은 당연히 주차장일텐데,

일본의 골목은 그렇지가 않았다, 차들은 혼잡함 없이 골목길을 벗어나고 있었으며,

우리는 집을 벗어나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대도시를 조금 벗어난 작은 동네도 이런 정갈함이 내 두눈을 사로잡고, 감탄하게 했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본 구석 구석의 산업도시들... 그리고 그들이 그 임무를 다한 뒤, 남은 현재의 모습...

풍경 좋은 곳만 찍었을까? 깨끗한 시간만 골라서 찍었을까? 그런 ’나 다운’ 의문이 들 정도로...

또한번 ’정갈하기 짝이 없었다’

 

굳이... 비교하고 싶진 않았다. 다름을 인정하고 싶고, 장점을 수용하고 배우고 싶었다. 

그 큰 틀이, 그 정갈하고도 지혜로운 그네들의 큰 틀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노력만으로도 될 수 있는 것일까?

내 동네, 내 고향, 내 아이들이 살아갈 땅,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좀 더 깨우쳐있는 사람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우리는 원래 그랬어.’ 라는 무서운 인식이 깃드는 것이 아닌,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다른 나라의 장점을 가슴 열어 수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재로 키워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가슴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나부터도 일본을 느끼는 마음과, 생각하는 이성을 그렇게 이끌어 가야겠다.

 

색다른 마음 여행을 선사해준 [빨간 벽돌 창고와 노란 전차]...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언젠가 한번은 꼭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단연 추천하고 싶다.

수박 무늬만 만나는 것이 아닌, 그 달콤하고 잘 익은 속 알맹이까지도 맛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