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얼마 앞두고 있는 12살 카렌.
언제부터였는지 조차 기억 나지 않을만큼 오랜시간 둘도 없는 단짝인 카렌과 크리스틴.
다음학기엔 함께 새로운 학교로 진학하게 될거라고 당연히 믿었지만,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크리스틴은 엄마의 이직과 함께 먼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그야말로 '뱃 속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리는' 비보.
크리스틴은 떠날 준비로 이삿짐을 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카렌은 뭐라 말할수 없는 기분...
슬픔이 너무 커진 나머지 화가 나고 모든 일이 짜증스러워 지는 카렌.
급기야 그 마음은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크리스틴과도 삐그덕 거리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점점 크리스틴이 떠나는 날짜는 다가오고, 여름방학도 다가오는데
뾰로퉁하게 서로에게 마음이 상해있는 열 두살 두 어린 아가씨.
그러던 어느날, 캐나다에서 새로운 전학생 '존'이 등장하고,
크리스틴의 이사로 마음이 상해있는 카렌에게 또다른 '묘한' 감정이 싹트는데...
*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된 내가 처음 '멋을 보고', '이성을 의식하던' 나이 역시
초등학교 5학년쯤인 12살 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잘 매고 다녔던 가방도 중학생 언니들처럼 멋진 배낭이었으면 하고 바랬고,
머리 모양이며, 남자 짝꿍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민감해져 있었던 어린 사춘기.
카렌 역시, 그때의 12살 나처럼 내가 고른 옷을 입고 싶고, 귀걸이도 하고 싶고,
천방지축 장난치는 남자아이들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단짝 친구 크리스틴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소재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새로운 이성 친구 존의 등장과 함께 12살 어린 소녀 카렌의 심리를 잘 드러내주고 있었다.
많은 시간동안 익숙했던 단짝과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카렌은 차츰 느껴지는 이성에 대한 감정 또한 익숙했던 단짝처럼
조금씩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 내고 있다.
이제 유년기를 벗어나고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는 나이.
그 관문. 그 처음.
그만큼 아이의 오감은 예민해져 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그 나이때는 큰 영향을 주기도 하는 시기.
마치 단단한 알 껍질을 깨트리고 서서히 발걸음을 내딛는,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그래 왔듯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작고 연약한 어린 새 이기에, 우리네 어른들의 관심과 배려는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다 컸다고, 상관하지 말라는 말을 수없이 외쳐대겠지만,
그네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신경을 너무 거스르지 않는 한도에서 적절한 조언과 멘토로서의 역할은
정말로 '프로'다운 부모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자칫, 다 알듯이 아이와 어른이 싸우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살 카렌을 통해서...
감수성 예민하고, 이제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거듭나려는 소녀의 심리를 살짝 볼 수 있는 좋은 시간 이었기에,
있는듯 없는듯한 배려와 관심으로 그네들에게 다가서야 겠다는 마음을 지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