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 능력...이라 하면 치유, 예언의 은사등 우리, 사람의 눈이 보기에 무엇인가 신비스럽고
초자연적인 능력을 상상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능력'이라는 단어에서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어쩌면 '신의 영역' 이라고 정의해놓은
그런 기이한 현상, 그 어떤 것에 대한 성경적인 가르침을 기대하고 있었다.

토기장이.
물레에 진흙을 한 줌 얹고 물레를 돌려가며 그 흙이 그릇으로 거듭 태어나지기를, 그리하여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보석을 담는 그릇이 되기를 갈망하는 자.

본문은 토기장이를 곧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으로, 진흙은 그 삶을, 내 삶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는
크리스의 인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 우리 인생들이 착각하며 살아왔던 그 사실을 알려준다.

변화의 힘은 토기장이에 의해서가 아닌 바로 진흙에 있다고 말이다.
'삶은 당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 이라는 말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내 삶이 내가 원하는 것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간절함'을 나의 영원하시고 든든한 후원자이신 '하나님'께서 '도와' 주신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위의 말은 이런 나의 '자만 아닌 자만'에 찬물을 끼얹는 충격이었다.

나의 의지를 하나님께 드리고 완전히 항복할 때만,
내 몸인 '진흙'을 토기장이의 손에 완전히 녹아진 상태로 기꺼이 내맡기었을때만이
토기장이는 그 솜씨를 발휘하여 그 '진흙'에 걸맞는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내 몸이, 내 믿음이 굳어져 있다면 토기장이의 손에서 금은보화를 담는 그릇이 될 수가 없고
그저 토기장이의 밭에 내던져질 뿐이라는 것이다.

삶을 살면서 여러가지 사건, 사고들을 만날때 우리는 마치 물레위의 '진흙'처럼 이런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곤 한다.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그냥 지금 모습이 좋아요'
'앗! 저를 꼭 그렇게 때리셔야 하나요?'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고통받고, 좌절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닌,
그분, 토기장이의 솜씨대로 빚어지고 변화되기를 원하시기에 우리 삶에 여러 환경들을 허락하셨던 것이다.

하나님께는... 세상에 취한, 술냄새, 돈냄새 보다 '교만의 냄새'가 더 역하다고 하신다.
나는 교만하였음을 깨닫는다.
내 자신에게 교만하였음을 깨닫는다.
크리스챤이라고 살아왔지만 내 주인이신 그 분이 나를 어떻게 쓰실지, 나를 그분의 뜻대로 쓰시게 하기 위해서 내가취해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드러운 진흙 되기' 조차 알고 있지 않았다.

삶이 나를 힘들게 할때마다 나는 '이 상황을 바로잡아 주세요,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세요' 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기도를 드렸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보다 '내 뜻'대로 해주시라고, 내 생각이 더 낫다고 하나님의 뜻을 잠시 잊어주시길 설득하는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 삶에서 보여지는 능력은 이미 내 속에 간직되어있으며,
나는 굳어진 진흙이 아닌, 말랑말랑 부드러운 진흙이 되어, 그분께 온전히 '내 뜻대로 마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라고 내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깨닫는다.
예수님께서 그 고통의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때 하셨던 그 말씀이, 어째서 그 말씀이셨는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죽기보다 싫은 것이 있다면, 나의 그것은 ’추위’이다.
그럴만큼 ’추위’라면 치를 떠는 내가 여기저기 설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단 숨에 읽어내린 이유는...
...글쓴이의 남다른 ’취향’ 때문이었다.

아직 유명세를 치르지 않은, 진귀한 보석 같은, 더불어 여행객도 많지 않은 ’특별한 여행지’를 찾는다니...
흐음, 나랑 비슷하네, 어디 한번 ’가볍게’ 떠나 볼까? 하는 마음을 동하게 하더니
성수기를 피한 초절정 비수기를 이용한 여행? 오호, 배경 너무 좋다! 킥킥 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도전 골든벨’, ’무한지대Q’ 등의 작가로 10년간 방송바닥에서 어슬렁 거렸다는
글쓴이가 들려주는 그 낯설디 낯선 곳 이야기는 그 저력이 어디가나 싶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듯 편안하고 느긋하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마지막엔 묘한 여운까지 쥐어주며 그 낯선 곳으로 이끈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막상 떠나려는 용기가 없어서 동경만 한다 해도,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전쟁이 터져도 비행기만 날아준다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을 지닌 터라,
당장 그럴 수 없는 그 타는 듯한 목마름은 평소 다른 이의 여행 이야기,로 달래고 달래기가 일쑤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키스스탄의 ’남다르고 진귀한 보석’ 구경 중,
내가 유난히 감탄해 마지 않았던 부분은 ’세상에서 제일 싼 사치 여행’!
 
단 1500 ~ 3000원이면 즉석으로 관현악단의 연주가 등장하는 수준높은 연극 공연과,
중앙아시아의 볼쇼이라는 나보이 극단의 백조의 호수 관람이라니?
와, 정말로 상상도 못할 ’대단한’ 문화 사치로구나! 싶었다.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라는 자자한 명성의,  ’이고르 사비스카이 미술관’
그림의 ’그’자도 모르지만 ’그림’이라면 그저 좋은 나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기에 더욱 강력하고 뿌리치지 못할 사치를 보탠다면... 단연 ’먹는 사치’ 아닐까?!
글쓴이도 사람인지라 삼시세끼 지켜가며 곳곳에 소개하는 값 싸고 맛깔스런 이국 음식들은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달덩이만한 리뾰쉬카 빵,
누린내 전혀 없는 감칠맛나는 양꼬치 양념 구이 샤실릭,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고 만드는 기름볶음밥 쁠롭,
발에 차일 정도로 풍족하게 넘쳐나는 과일,
호두, 건포도, 피스타치오, 아몬드, 땅콩등 쌓아놓고 먹어도 부담없을 정도로 싸다는 견과류,
이만큼 차려진 안주(?)들에 빼놓을 수 없는 술~ 보드카! 맥주!

드라마 ’로비스트’, ’태왕사신기’의 태고의 자연 경관을 촬영했다는 그 곳.
’밤새 대야로 들이 부은 것처럼 수천개의 별이 내려앉는’ 키르키스스탄 가는 길.
4세기경 고대 예술가들에 의해 돌, 바위에 그려진 암각화가 무심히 널브러져 있는 광활한 초원.
미국 그랜드 캐니언과 겨룰 만큼 그 풍광이 멋드러진  ’제트 오구스’
가히 낙원이라 이름하여도 아깝지 않은,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명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텐샨 산맥, ’나른’가는 길.

글쓴이는 정치,경제,문화,자연 어느 한쪽으로도 지나친 치우침 없이 그저 여행자의 발걸음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때로는 터무니 없이 바가지 씌우는 현지인에게 실망하고 분노도 하고,
처음 만나는 현지인 가족에게서 맛있는 음식과 멋진 파티를 대접받고 헤벌죽 입을 귀에 걸고 즐거워 하거나,
폭설로 길이 끊겨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못가게 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안타까움...
그런 모습들이 그.대.로 라서, 마치 내가 여행하는 듯 그.대.로 라서 편하다.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여행 서적들은 때로 너무 많은 생각을 알려줘서 무거울때도 있었고,
때로는 너무 생각이 없어서 여행을 향한 목마름은 더욱 허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글쓴이의 이야기를 듣자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만족이 느껴졌다.

정작 체온으로 느껴지는 추위 따위는, 내가 발 담그고 사는 사회라는 이 곳에서 으르렁 거리며 느꼈던,
때로는 살을 에일듯 하던 감정의 추위, 혹은 내 몸에 불을 지르는 듯 했던 감정의 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도 깨닫는다.

그리고 고맙기까지 하다.
언젠가부터 꿈꿔 오던 육로 여행 지도를 다시한번 들춰보게 해주었고,
그 ’대야로 들이부은 것처럼 수천개의 별이 내려앉는’ 키르키스스탄 가는 길,
정작 글쓴이는 폭설로 인해, 깡통 비행기로 날아 가느라 볼 수 없었다는... 그 별 천지!
이힛, 그럼 내가 먼저 만나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고스란히 내 몫으로 남겨주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