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나들이를 나갈때 준비하곤 했던 도시락은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일품이었고 진수성찬이었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준비하는 과정, 함께 수저를 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오붓한 시간은
그 어떤 유명한 손맛보다도 진귀한 맛을 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알콩달콩 자녀를 낳고 사는 지금은 왜 그런 '맛'을 낼 수 없을까?
눈코뜰새 없이 지나가버리는 아이들과의 하루에서 '요리' 라는 부분에 많은 정성을 쏟기에는 '힘들다' 라고
(챙피하지만) 내 능력의 한계를 내 맘대로 측정해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점점 자라는 키, 토실토실 오르는 볼 살, 잔병치레없이 건강하게 뛰놀아주는 발랄함...
매일 매일이 똑같은 반찬으로 사계절을 보내는데도 건강히 자라주어서 참으로 고맙지만,
그러한 우리 식탁에도 무언가 빠진것이 있으니... 바로 '새로움', '신선함', '즐거움' 이었다.

"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일까?" , "음~ 맛있는 냄새가 나는걸?" , "정말 맛있네? 어떻게 한거야?"
등등의 함께 먹으며 공감할 수 있는 새롭고도 정겨운 대화 거리가 빠져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날 그날이 다르지 않은 식탁 풍경에선 별 다르지 않은, 반찬처럼 똑같은 대화만 오가기 쉬웠으니 말이다.

내게도 요리책이 있다.
신혼때 구입했던 그 책은, 그저 보기에는 너무 멋지고 일류 레스토랑 뺨칠 정도로의 희귀한(?) 요리들만 소개되어 있었다.
정작 몇년간의 주부 경력이 쌓이자... 설령 잘 못하는 요리일지언정 그런 요리책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곁눈질 만으로 익혀온 다년간의 주부 경력으로 이제 정말 '쓸만한' 요리책 한번 만나보자! 하며 선택하게 되었던
[ 죽기 전에 꼭 만들어 봐야 할 요리 1001 ] 책 제목이 너무도 비장해서 '그럴싸' 했다.
그래 죽기 전까지는 끼니를 굶지는 않을 것이고, 1001 가지라고?
내가 다 못 만들면, 내 딸에게 물려줘서 얻어 먹기라도 해보자! 하는 조금은 불량했던 내 마음.

그런데 그런 불량한 마음이 아닌, 진심을 담은 마음으로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요리책일줄은...
매일 먹는 반찬에서부터, 국물 요리, 손님 접대 요리, 또 입맛없을때 즐길 수 있는 간식 만들기
대략 이 정도만 채워져 있어도 나는 만족 스러웠을 것이다.
가지고 있던 요리책들은 중구난방 식으로 이 요리, 저 요리 멋진 요리들만 뽐내고 있던 터라
꼭 필요한 정도의 실용적인 면만 느껴졌어도 만족했을 텐데, 건강요리, 고기요리, 해산물요리, 별미요리.
이렇게 요목 조목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정말 내가 반했던 부분은... 주재료 별로 정리 해놓은 목차 내용이었다.
감자,가 주재료인 요리 좌르륵, 배추가 주재료인 요리 좌르륵, 닭고기, 고등어 등등의 각 주재료 별로
그 순서를 담고 있어서 그저 감자 한알을 들고서도 '어떤걸 해먹을까?' 입맛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찌개와 탕요리, 맑은국, 매운국&해장국... 또한 한국인의 빼놓을 수 없는 입맛 '김치찌개&된장찌개'는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어쩜 그렇게 종류도 다양한지...
그것만 해본다고 해도 한달 동안 찌개거리 걱정은 안해도 될 정도의 가짓수 였다.
또한 아직 유아식 단계를 미처 못 벗어난 둘째 아이에게 딱 맞는 [죽&수프]의 부분에선 횡재한 듯 흐믓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복잡하고 어려운건 딱 질색이다.
내가 잘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리해 보겠다고 맘먹었는데 스트레스만 받고 말던 기억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재료들이 어려우면 장보기 시작 부터 포기하고 만다.
이것 저것 사려니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것도 실상이지만, 한번 사놓고 언제 또 쓰나? 하는 걱정도 한몫 거든다.
1001 가지 음식들은, 어느집이나 냉장고 냉동실만 잘 뒤적거려도 나올만한 재료들로 설명되어 있어서
만족감은 급상승 되어졌다.

사람 사는 동안 어쩌다 한번 먹는 요리를 위한 요리책이 아닌,
정말 죽기전까지 매일 매일 먹어도 지겹거나 만들기 어렵지 않은 요리들을 담은 요리책.
[ 죽기 전에 꼭 만들어 봐야 할 요리 1001 ] 책이 두껍고, 무겁기에 누가 탐내더라도 차마 가져간다는 소리는 못할 거라서 더욱 만족스럽다.

성공하고자 목표한 일이 있다면, 이미 그 분야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람을 찾아가 듣고 배우라는 말이 있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갔던 선배에게서 예측할 수 없는 고난과 시련의 극복 노하우등의 산 경험을 얻으라는 말일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성공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무엇일까?
직업일까? 가정일까? 인간관계일까?
어떤 것 딱 하나만 꼬집어서 그것에만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이걸 선택하자니, 저것이 걸리고, 저걸 선택하자니 이것이 걸린다.
그렇게 '인생'은 우리에게 다방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한 멀티 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나의 삶, 한번뿐인 나의 '인생'에서 '고수'가 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모든 이들의 소망이고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흔히들 말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내가 주인공이고,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나의 모습을 보며, 그 말들에 100% 자신하고 만족하며 '나는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서점에 나와있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뒤도 돌아보지 못하도록 다짜고짜 쉼없이 내달리기만을 얘기한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며, 다른 사람과 다르기 위해서는 내가 특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도전과 쉼없는 노력,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시라도 빠르게 시작할 것을 얘기한다.
그러면 더 나아질 수 있고, 인생이 바뀔 것이며 꿈꾸던 그 삶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말이다.
백번 옳고 고개가 끄덕여 지는 말들이며 대안이며 조언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에는 지나온 오랜 삶 속에 숨겨진 묵은 때들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저 '앞으로' 이러 이러하게 하면... 당신은 성공한다. 라고만 말할 뿐.
한 사람이 태어나서 겪었을, 그리고 아직 치유되지 않고 언제 곪아 터질지 모르는(설령 성공한 후에라도) 상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

'인생고수'
이 책은 그런 현대인의 마음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좀 더 인간적이라고 할까?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나, 완벽한줄 알았는데도 약간의 빈틈을 보이면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얘기 말이다.
누구나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으며 치유되길 원한 다는 것은 우리네 인간들이 모두 빈틈이 있다는 동질감도 느끼게 한다.

먼저 지은이부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현실적인 직업을 택하고,
나중에라도 '가장 소중한 것'을 먼저하자는 마음의 외침에 따라 다시금 하고픈 일을 시작하게된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여지는 경험일 것이다. 바로 나, 바로 당신의 경험일 수도 있고 말이다.

본문은 그저 '이러 이렇게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라는 공식을 들려주진 않는다.
다만 당신이 받았을 수 있는 가족, 사회, 인간관계 속에서의 상처와 그 상처를 보듬는 방법을 들려준다.
또한 그 상처를 모른척 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 상처를 통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관계의 개선도 보여준다.
다른 이의 경험과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글은,
심리 치유 카운슬링 이라는 책 소개였는데, 오히려 여느 자기계발서 보다도 부드럽게 도전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나 내가 '오호!' 하며 눈여겨 보았던 부분은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는 독특한 부분이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자, 인생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감정 '사랑'.

그것의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감정이 지닌 힘은 최고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모든 인간의 가장 공통적인 숙제인 이 감정!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고 아파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원하는 만큼, 꽁꽁 숨겨두고 내놓지 않던 그 상처들도 마음 깊이에선 치유되길 원할텐데 말이다.

조용하게 들려주는 수많은 인생고수, 옛 성현들의 이야기와 경험담들을 통해 지은이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상처,
작은 콤플렉스 에서 부터 사람과 사람, 인간관계에서의 상처까지 차근차근 보듬어 주고 있다.
내 얘기를 들어주듯이 가만 가만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우리는 '살아야' 함을 '어떻게', '잘' 해나가야 하는지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을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때, 이도 저도 싫고 그저 도망가고만 싶을때...
인생 고수에게 물어보라. 물음표로 시작한 당신의 질문에 느낌표를 건네는 그 순간을 기꺼이 즐겁게 느껴보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