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첫 장을 넘기게 되는 분들께 꼭 마음에 새겨 두시라고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

[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의 수 만큼의 저마다의 특별한 육아법이 있다는 말처럼,
그 아이들에겐 각각 다른 육아법을 가진 '아빠'도 있다는 점 ] 을 말이다.

자칫, 일로 바쁜 아빠 대신 '나홀로 육아'를 해올 수 밖에 없던 엄마에게는
'당신은 왜 이렇게 못해줘?' 하는 뾰로퉁한 투정이 될 수도 있을 법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다양성과 일단 긍정으로 인정한 뒤, 이 책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내 아이가 원하는, 내가 되어줄 수 있는 ' 좋은 아빠, 좋은 엄마의 노릇을 배워야 하는 것 부터가
우리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
저자 '정나연' 아빠님은 아들 '정은교' 어린이에게 참으로 '아빠 노릇'을 대단히 제대로 하고 있는 아빠이셨다.
또한, 대단히 부러움을 살만한 '아빠'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점만 보더라도 '정은교' 어린이는 영재성을 인정 받았기에,
'보여지는 결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이토록 큰 시대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조금씩 읽어가며 만났던 '정은교' 어린이의 영재성을 입증 받은 이야기는
'휴~ 또 영재 이야기야?' 하는 심리를 느꼈던 것도 솔직한 마음이었다.
꼭 아이가 영재가 되어야만 제대로된 부모 노릇인걸까? 싶은 삐딱한 구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처음의 '삐딱한' 시선을 보냈던 내가 이 책을 즐겁게 읽어낼 수 있었던 점은...
저자의 육아에 대한 가치관과 그 실천 방법들이 나 역시 내 아이에게 내가 해주고 싶었던 부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말은 '보통 사람' 의 가치관으로 아이를 돌보고, 아이와 함께 했는데도, 은교는 영재가 되었다는 것과도 같다.
다만, 그가 '보통 사람'과 달랐던 점이라면 '몸'과 '마음'을 다해 은교와 함께 했다는 점 이랄까?

타인에게 폐를 주지 않고, 스스로에게 위험하지 않는 한계에서라면 어릴때부터 제지 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접하게 해주었고,
내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부모 라는 믿음을 놓지 않고 있었다.
믿는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가 아이를 알고자 노력을 해야하는데, 이 '노력' 부분이 저자가 말하는 아빠노릇,
이라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좋은 머리로 재주 부리는 공부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라고 확실히 말하고 있다.
공부는 그저 올바른 뜻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그 공부의 결실로 세상에 이로운일을 했을때
진정한 의미의 공부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바른 가치관과, 타인에 대한 배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무던히도
생각하고 애썼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것들이 밑바탕 되어졌을때, 세상에서 말하는 똑똑한 '공부'는 덤으로 따라오게 됨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잘하며, 부족한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이끌어 주고, 어떻게 장단을 맞춰주며, 어떻게 발전 시켜줄지...

'왜'가 아닌 '어떻게'로 항시 아이에게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두고 생각하는 아빠의 자세는
아이가 혼자 걷고, 말을 하고, 기저귀를 떼는 순간 '이젠 다 컸지? 혼자서 잘해봐~' 하게 되던 내 마음에 큰 충격이 되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너는 '왜' 못하니 하는 '왜'만 찾고 있는데,
은교 아빠는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필요할까? 좋을까?의 '어떻게'로 아이를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아이의 태교 부터, 이제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은교와의 이야기에서는
말과 생각뿐이 아닌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있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수 많은 책을 통해 본 받고, 배우고, 용기를 얻었을 오래전 우리네 위인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게도 시사하는 바가 참 크고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너무도 익숙해져 있는 '가부장적'인 의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옛 위인들의 모습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더욱 자녀 교육의 가장 중심에 우뚝 서 계셨던 아버지의 모습.
그런 부분에서 영감을 얻고, 바른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수만번 생각했을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함께 산을 오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통해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는 학습 과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넓고도 깨끗한 시선을 지켜주고자 많은 대화를 통해 시도하는 아빠의 다정한 모습.
그러면서도 아빠로서의 위엄과 든든함을 고스란히 심어주고 있는 모습은 '은교도 은교 아빠도 참 행복하시겠구나~'
하는 마음을 절로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물론 '자, 어디, 우리 아이들! 행복할 준비 되셨습니까?' 하는 당찬 자신감도 얻게 되었고 말이다.
꼭 은교 아빠처럼 되어야만 아빠 노릇 제대로 했다는 것이 절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우리 아이'에겐 '우리 아빠'만이 가장 위대하고 대단한 아빠들이니,
그 아빠가 해주는 아빠 노릇이야 말로 이 세상 최고의 진정한 아빠 노릇 일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