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날개 첫장에 인쇄된 저자 ’스티그 라르손’의 소개글을 읽으며 나는 여러번 내 두 눈을 꿈벅여야 했다.
2005년에 출간했다는 책인데, 작가의 이름 옆에는 1954~2004년 으로 생존년도가 나와 있으며,
더군다나, 그러기엔 (그렇게 일찍 죽기엔) 책 날개에 실린 사진은 훨씬 젊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자기가 쓴 책의 출간도 못 보고 죽었다는 걸까?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린 이 책의 인세에 얽힌 뒷 이야기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정작, 책 날개 한장을 펼쳐보았을 뿐인데,
작가의 이력들은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모를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더 증폭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책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어 붙는 듯한 추위의 묘사는 영하 10도의 날씨를
’쾌적한’ 기온으로 표현할 정도로 혹독한 추위가 함께 느껴지곤 했다.
어느 기업인을 고발하는 기사를 쓰게 되고, 끝내 음모로 인해 명예훼손으로 징역을 살게될 신세, 주인공 ’미카엘’.
침통한 좌절에 빠져 있는 그에게 문득이 어느 가문의 연대기를 써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
4세기에 걸쳐 스웨덴의 기간 산업 중심 역할을 해온 대기업 ’반예르’ 가문으로 부터 말이다.
하지만 가족 연대기는 구실에 불과하고, 정작 미카엘의 본연의 임무는 40여년전 돌연 증발 해버린
반예르 가문의 조카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재조명 하는 일이었다.
이도 저도의 선택 기로가 없는 미카엘은 그 제의를 수락하고,
반예르 가문이 거주하고 있는 헤데뷔엔 섬으로 흘러들어간다. 장장 1년간.
미카엘을 둘러싼 주변인들에 대한 저자의 짜임새의 단연 묘미는 ’리스베트’에서 드러나는데,
대략 정신이상자로 취급되게끔 비춰졌던 책의 시선은 그녀를 바라보는 인물에 따라 내용의 시선 또한
변화됨이 느껴져서 매우 ’흥미로운 등장인물’은 책을 읽는 내내 그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둔탁하지만 분명 미미한 피 냄새를 풍기고 있는 이 책은 상,하 의 연결고리가 무척이나 견고하다.
어찌보면 어지럽게 놓인듯한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점차 -상-권을 지나 -하-권으로 연결되어지면서
그 절묘하고도 기막힌 필연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주시했던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만남과 곳곳에서 연결되는
방식들은 ’오호! 드디어 시작이군!’ 하는 굉장한 몰입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렇다.
맡아질듯, 말듯한 피냄새는 거대 재벌 가문으로 자리잡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명문이라 할 수 없는 반예르 가문에 대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중심부에는 그 가문의 여인이었고, 돌연 증발해버린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파악이 안되는
손녀 헤리에트가 열쇠를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이 책은 어찌보면 천재 이야기꾼인 저자에 의해 지어진 허구에 불과한 소설일지 모르나,
각 ’장’으로의 도입부에 적혀진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 에 대한 사회적 통계들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지, 말하고자 하는지, 의미를 넣고자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가 있었다.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면서 남성의 위협을 한 번 이상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의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스웨덴 여성 중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성폭행을 당한 스웨덴 여성 중 92퍼센트가 고소를 하지 않았다]
과연, 미카엘은 극찬을 마지 않는 본능적인 탐정인 리스베트와 함께 헤데뷔엔 섬에서의 그 ’치명적인 제의’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두 눈이 빨개지도록 책장을 놓지 못하는 나는, 끝내 마지막 장에서 조차 저자에게 두 손을 들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란 말인가?! 10부작으로 구상했다는 소설을 3부까지만 이뤄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아직 2,3부는 읽어보지도 않고서 이런 걱정과 근심을 던져준 저자, 스티그 라르손.
이제 더이상 아무 말이 없음은 물론이요, 글도 쓸 수 없는 그의 명복을 과연 빌어야 하는걸까? 아닌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