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넘겨보던 책장들 틈에서, 그의 가족 사진을 마주하게 되었을때는...멈칫,했다.
자꾸만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그랬다, 랜디 포시, 그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듯) 너무 일찍 하늘로 가버렸다.
다섯살, 두살, 한살, 그리고 이제 막 마흔이 된 아내.
청명하고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 가족들의 사진을 마주하니...
순간, 저자, 랜디 포시, 그가 없다는 생각을 해보니, 마음에 차가운 얼음 한 덩이가 철렁 내려앉았다.

'내 몸은 지금 문제가 좀 있다.' 라고 그저 털털하게 시작되는 그의 '마지막 강의'
시한부를 선고 받고, 가족과 함께 더없는 나날을 지내길 원하는 아내의 반대를 설득으로 이끌어 가면서까지
그가 '미래로 가는 한 방법'이라고 믿었던 마지막 강의.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마지막 강의 시리즈를 부탁받은 저자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말할 수 없는 이끌림과 열망에 응전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다.
바로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시한부를 사는 교수의 강의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겠지만,
랜디 포시는 절대적으로 '삶'에 대한 것만을 강의하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저자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죽어본 사람이어야만 가능하니까,
저자에게서 '삶'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미래이며, 아직 어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과연 얼만큼 간직될지
모를 세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그' 다운 일이니까...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화가였다면 그림을 그릴 것이고, 음악가라면 작곡을 할 테지만,
나는 교수이기에 강의를 하겠다는 그의 열정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기에, 그렇기에 더욱 소중했을 순간 순간의 마지막 강의.
저자는 강의 속에서, 어린 시절에 품었던 근사한 (때로는 허무맹랑한) 꿈들과,
그 꿈들을 하나 하나 만나면서 '진짜로' 이루어 가기 까지의 여정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삶의 '지혜'들을 아빠 무릎 위에 앉은 어린 아이에게 들려주듯이
다정하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묵직해져오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을 저자 였으나...
슬퍼지는 것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다루고 있었다.
이 순간을, 이렇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이렇게 장난치는 모습을, 또 볼수없겠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버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더없이 슬퍼진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비록, 랜디 포시는 그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곁에서 일거수 일투족 함께 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가 남기고 간, 삶에 대한 자세, 그 낙관주의, 사랑에 대한 배려, 그리고 끝없이 사랑하고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떠났던 아빠의 모습을 이 '마지막 강의'를 통해서 더없이 그립고 멋진 아버지로 남겨질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매 순간을 대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내 가족을 대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대해야 하는지...
매우 유쾌하면서도, 슬펐던 책... 하지만 그 슬픔 역시 느낄 수 있음에 기뻐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