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나서 못 견디겠다. 천혜의 자연이라고도 모자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나라라는 수식어도 얄미울 판에,
캠퍼밴을 이용하는 여행이 보편화 되어 있고 또한 이를 지지해주는 듯한(!) 편의시설들도 빼곡한 이 나라.
와.... 감탄하다가 그만 입이 다물어지고 만다. 할말을 잃음이다.

떠남에 대해, 그 손에 쥘 듯, 쥐어지지 않을 듯한 자유함에 대해 현대인들은 너무도 목말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의 다른 목축임으로 그 갈증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이 '안주함' 아닐까?
더이상은 꿈꾸어도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없기에 그만 이곳에서 멈춰버리고 마는 발걸음.
'이 정도면 됐지 뭐....' , ' 다른 사람 이야기지 뭐.... ' , '가고야 싶지... 하지만...'

여행은 내게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감흥과 무엇인지도 모를 치기어린 자유함이 이끌었던 배낭여행이 있었다면
그 뒤에는 커다란 그리움과 또 무엇인지 모를 열망과 간절함이 있어왔다.
그럼에도 내게는 내가 했던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 하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철저히 깨닫는다.

내가 운전하고 떠나는 여행.
나를 실어주는 기차를,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차편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고,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나의 하루 일정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 등장했던 여배우 [줄리엣 루이스]가 타고 있던 그 하얀 병원차 같은 봉고(?)가
바로 캠퍼밴이었구나.... 저 서양 사람들은 차를 타고도 저렇게 여행을 하네...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염려증이
들었던 기억또한 퍼뜩 떠올랐다.

하지만 이처럼 온전히 모든 것이 '내 몫'이 되는 여행에서는 그 선택의 책임에 대한 열매 또한 얼마나 달콤할까?
또한 그 몫을 온전히 지켜내지 못할때는 그 책임의 열매가 얼마나 씁쓸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한다.

하지만 여행의 고수, 라고 명명해도 부족함이 없을 지은이가 섭렵해주는 캠퍼밴 여행을 위한 친절한 안내는..
그런 '선택의 책임'에 대해 생길 수 있는 오류들을 하나 하나씩 점검해주고 있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수록, 아하! 하는 감탄사와 함께 캠퍼밴에 대한 궁금증이 풀려감을 맛보며 말이다.

책으로만 만나보는 뉴질랜드는 참으로 아름답다. 정말 단순하고 간단히 말해서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여행가 다운 뜨끔한 한 마디를 건네주고 계신다.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것은 가짜!"
이 글을 통해.... 당신과 내가 선택하는 몫 또한 어떤 열매를 맺을까?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전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국제운전면허증' 취득을 2009년 목표 리스트에 적는다.

우리의 옛 멋과 전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텔레비전의 사극들을 볼 때면, 어쩜 저리도 그때 당시의 면모들을
잘 드러내었을까? 싶다가도 과연 보여지는 것들이 정말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어 보기도 한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종영된 '바람의 화원' 역시, 왕조의 역사를 다루었던 기존의 사극 방식에서 벗어나
'그림'이라는 독특하고도 우리네 삶과 밀접해있는 문화 코드를 통해 옛 조상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 만으로도 눈여겨 봄직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실존했던 역사 속 인물을 통한 가상의 이야기 전개에서 이제 막 역사의식을 일깨워 가는
어쩌면 '보여지는 그대로'를 '진짜'로 믿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을까? 하는 점은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안산은 단원 김홍도의 도시로 명명되어져 있다.
단원이 그림을 배웠던 표암 강세황 선생이 활동하였던 지역이 안산이었고, 교통이 원활치 않았던 그 시절,
어린 단원이 강세황 선생에게 그림을 배우러 드나들었던 점을 미루어, 김홍도의 거주지 였으리라는 것이다.

 

그런 문화적인 배경과 홍보의 일환으로 안산 곳곳의 버스 정류장과 옥외 벽면, 공공기관의 차량 등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 이다.
씨름, 우물가, 베짜기, 고누놀이 등등...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성인들 역시 '잘'은 모르더라도 매우 '친숙한' 그림들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번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의 시작으로, 안산에 소재하는 단원 미술관에는 뜻하지 않은 문의 전화가
종종 온다고 한다. 정말로 신윤복이 여성이냐는 물음의 전화라고 하니...
대중매체가 주는 영향이란 정말 크고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10대를 위한 바람의 화원. 이라는 제목으로 만난 두권의 깔끔하고도 멋스런 이 책은,
무엇보다도 꼼꼼하고도 치밀하게 옮겨진 김홍도/신윤복 두 당대의 화백의 그림들은
단연 감탄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자아내게 했다.
너무 탁하지도 너무 진하지도 않은 원본 그대로를 만나보는 듯한 느낌의 그림들....
이야기를 읽다가, 자칫 그림 감상에 깊이 빠져 있음을 깨닫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니 말이다.
그만큼 두 화백의 그림은 대단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고, 보면 볼 수록 그림 보는 재미가 느껴지게 한다.

우리 나라의 절경을 그려낸 산수화 등도 대단한 가치와 중요성을 가지고 있겠으나,
그 시대의 서민의 삶, 양반의 삶, 그리고 그 조화를 만나보게 해주는 두 화백의 그림들에는
어쩌면 현재 우리네 삶과 가장 가까운 느낌을 자아내어 주기에 더욱 친근한 듯 하다.

흥미 진진한 두 화백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더불어, 근사하고도 희귀한 그림들을 한번에 모두 감상할 수 있으니
우리 아이들의 미술로 보는 역사적인 흐름과 시대의 배경 학습을 제법 톡톡히 도와주고 있는 책이다.

 

 

깜찍한 꼬마 공주 미리를 통해 만나보는 모험을 통한 진정한 마음의 성장이야기.
미리스토리 -여왕을 찾아라 1.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미 하나의 학습법으로 자리매김을 한듯한 ’만화학습서’
경험이라는 것은 선택에도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도’ 들게 된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만화’는 무조건 부모님이 금지시 하셨던 것이라는 기억때문이다.
아마도 전문적이고 정확한 지식의 전달이라기 보다는 한 순간의 재미를 위한 ’놀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요즘 서점가에 등장한 수 많은 만화학습서는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방법과 기술로
수준 높은 현대 미디어에 그 만큼 수준이 높아져 있는 우리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식적인 부분에 대한 탐구, 혹은 쉽사리 ’글’로서만 설명하기에는 ’아이만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 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만화학습서가 대체해주는 역할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아름다움, 외모에 대한 새롭고도 지혜로운 시선을 가르쳐 주는 미리스토리 시리즈.
이제 제법 ’공주’에 대한 개념과 자기 자신의 외모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우리 딸아이를 보면서
어떤식으로 ’아름다움’ 에 대한 기준을 세워주어야 할까, 심어주어야 할까.
속으로는 참 많은 걱정이 되었음에도, 나 역시 그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 새롭게 인식된 지식이
없어서 갈팡 질팡 하던 찰나에 만난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현명한’ 지침서가 아닐 수 없었다.

차츰 명작동화에 마음을 쏟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신중히 들여다보는 딸아이에게,
..수 많은 명작동화 속에서 공주로만 멈춰지는 동화가 아닌, 한 명의 당당한 여성으로,
여왕으로 등극되고 성장하는 한 인간으로의 이야기를 느끼게 해주는 미리스토리는
어쩌면 우리네 엄마들이, 엄마 이전의 여성들이 먼저 보아야 하는 동화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대표적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 오고 그 인기 또한 식을 줄 모르는 공주이야기.
백설공주, 숲속의 잠자는 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재미있고도 신선한 시선으로 각색되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통해 두근두근 과연 그 '~행복하게 살았대요'
라는 늘상 같은 이야기의 끝매듭과 달리, 그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또 담겨져 있을까?
생각지도 않았었던 '그 너머'의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단순히 어여쁜 공주 너머, 여왕으로서의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리스토리 시리즈.
더군다나 아이들의 흥미를 한껏 끌어 올려 주는 깜찍하고 귀여운 만화, 미리를 통한 여행...
책을 받아 그저 보기만 해도 함박 웃음 짓는 아이 만큼이나 나역시 기대가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