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마음 한 줌, 두려운 마음 한 줌...
그렇게 시작된 사회 초년생의 하루 하루는 설레임 보다는 낯설고 거대한 사회라는 곳에서의
나의 연약함이 언제 깨어질까 싶은듯이 초 봄의 싸늘한 공기가 더욱 차갑던 기억이 더 짙게 자리하곤 합니다.

그렇게 이유모를 막막하고 두려움으로 시작하던 사회 생활에

다소곳하게 따스한 차 한잔 건네는 듯한 손길이 있었다면...
이철수 화백님의 판화와 좋은 글귀가 담겨있던 탁상 달력이었습니다.
어딘가에 마음을 기대고 싶어 퇴근 후 종로 서점가를 서성이다가 만났던 그 달력..

한 달, 한 달, 넘기면서 때로는 꽤 오랜 시간의 30일을 살아내면서도...
묵묵하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조용한 응원을 보내주셨던 그 기억.
지금 떠올리면 어렵고 힘들었던 사회초년생의 하루 하루 보다는...

그 마음이 위안을 얻고 쉼을 얻던 그 따스한 차 한잔 같은 기억이 더욱 오래 남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그때의 저는 20대 초반의 아가씨였는데,
지금의 저는 30대의 아주머니가 되었네요.

그런데도.. 이철수 화백님의 글과 그림에서 고맙게 받는 따스하고 정겨운 위안은 그때와 사뭇 다르지 않습니다.
말씀하신대로...'있는 그대로...' 아름다움 그대로 간직해오신 까닭이겠지요?

정성이라고만 하면 서운하고 모자를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그려넣고, 써넣으신 숨결들이..
참으로 귀하게 다가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이고 싶고, 네, 그렇게 함께 이기에 오래 오래 '있는 그대로의 위안'을 얻고 싶은 욕심이지요.
바로.... 화백님의 일초 일각의 귀한 시간들이 영글은 열매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봅니다.

꽃이 피는 느낌을 갖습니다.
20대에 만났던 화백님의 탁상 달력은 흑백이었는데...
30대에 만나는 화백님의 나뭇잎 편지 묶음은.....
한 가득 꽃다발, 봄 날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진달래처럼 가득 가득 꽃이 피어나는 다채로움을 느낍니다.

 

씨가 뿌려지고, 싹이 틔워지고, 꽃이 피어나고....
땅이, 사람이, 하늘이, 세상이.... 좀은 그 꽃 빛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아니요, 원래부터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던 그 모든 것들이 '제 빛깔'을 온전히 발할 수 있는 2009년이기를...
화백님의 나뭇잎 편지 한 켠에... 고이 함께 소망해봅니다.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못가면, 책 이라도 (다른 사람의 여행이라도) 탐내보는 나날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책 속에만 머무르게 되는 일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읽었으니까...' 하는 마음 말이지요.

[살아있는 문학 여행 답사기]
한참 유명했었던 무슨 무슨 답사기처럼 '문학' 이라는 테마로 시작된 답사여행서적 이겠거니..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지요.

그럼에도 책 표지에 의기양양 솟아 오른 솟대와 오래된 나루터의 묘한 정경은...
한 순간에 책 욕심, 여행 욕심 많은 저를 잡아 끌었습니다.
......어떤 많은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그 이야기가 손짓을 하는 듯이 말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숱하게 듣고 익히 아는 구절인데도,
그 속 뜻을 속 내를 제대로 파악하고 느껴보려 하지 않은 마음은,
그 의미를 알고 난뒤에는 '실천해야 하는 배짱'이 제게는 없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이 책, 차츰 차츰 책장을 넘겨나갈때마다..... 작은 탄성이 솟아오릅니다.

이 책, '그냥' , '괜히' , '쉽게' , '급히' ...... 만들어진 책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확 살아났지요.

책의 초입부터 만나게 되는 -작가별 문학 답사 코스-
무척 정갈하고도 꼼꼼하고 '제대로'된 안내를 보여주고 있는 이 코스만을 보더라도
이 책이 얼만큼의 정성과 심혈이 기울여진 책이라는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찾아오는 -차례- 부분 역시, 일반적인 목차가 아닌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볼거리가 그득함은 웬일일까요?

첫 장을 만나고 나니, 그 뒷 장의 만남까지 기대가 잔뜩 되어졌거든요.

국어 선생님으로 계시면서 손수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어 지도를 그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 나가셨을 안영선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높이가 진정 어느 쯤인지를 알고 계셨습니다.
정말 가렵고 긁어주었으면 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아우르는 꼭 함께 가야 하는 부분까지도
제대로 짚어주고 계셨습니다.

 

여행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살지 않았던 시대를 찾아 소개하는 여행은 쉽지만은 않으셨을텐데도 

작품의 배경과 시사하고자 하는 의미, 또한 그 지역의 축제, 과거와 현재의 생활상을 빼곡하고도 다채로운 사진 구성과

설명들은 지루하지 않게/ 가능한 재미있게/ 때로는 호기심도 발동하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문학 매니아에게는 문학사적인 자료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만한 자료도 풍부하고,
여행 매니아에게는 뜻 깊은 여행, 가치 있는 여행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켜 주셨어요.
무엇보다도, 배움의 자리에 있는 우리 아이들, 학생들에게는...
단순한 주입식의 학습이 아닌 진정으로 '살아서 전해지고 있는 문학'에 대해 알려주고 계셨지요.

 

그저 역사적으로 의미로운 작품만이 '문학'이 되는것이 아니겠지요.
우리네 삶에서 녹아내려온 그 모든 것이 남고 이어지기에 문학으로 만나고, 삶으로 다시 만나는 연결됨.
그렇기에 지금의 삶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그 가치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진정한 배움의 장을 소개해 주고 계셨으니까요.

요즘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장,단점 많은 가족간의 나들이에...꼭 필수 서적으로 단연코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자동차에 꼭 한권쯤 있는 지도책 처럼, 우리 가정에도 꼭 한권쯤 있어야 하는 좋은 책으로 말이지요.

 

 

0학년이라는 표현이 정말 기발하고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집 아가씨도 이제 7세가 되니 당당한 '0'학년이지요. ^^

아이는 이웃 언니, 오빠들의 학교생활이 부럽고도 선망의 대상인지라...

금새 0학년의 의미를 알아챕니다.... '엄마! 나는 1학년 되기 전이니까 0학년인거야?' 라며 말이죠.

 

과학교과서 '동물의 생활'을 만나보았어요.

가끔씩 나들이 나가는 동물원에서 만나보는 동물들은 그저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함에서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었는데, 체계적으로 그들의 생태 생활에 대한 학습은 쉽사리 다가서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했지요.

그저 그림책으로 단순히 시각적인 인지, 즉 생김새와 이름만 익히는게 전부였으니까요.

 

0학년 답게, 0학년이 흥미로울 수 있게끔 적절한 그림만화와 적절한 실사가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아이가 금방 책장을 넘겨보며 재미있어 합니다.

엄마 이 동물은 왜 이래? 아, 이래서 이런거래! 하면서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엄마 이전에 이미 다 커버린 성인인지라.. 아이들의 학습을 내가 하는 것처럼 즐기기가 쉽지는 않은게 사실이지요.

'나는 몰라도 되는건데, 다 아는건데..'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으니 말입니다.

길고 지루한 설명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풍부한 사진과 그림들로 설명을 대신해주니

그냥 보기만 하는데도 아이는 재미있나봅니다. 보통은 이건 왜 이래, 저건 왜 저래, 하면서 금새 질문을 한보따리 가지고

엄마에게 다가오기 일쑤였는데 말이죠.

 

0학년 과학교과서가 동물편 외에도 다른 시리즈도 있다고 하니 반갑고도 호기심 발동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지루하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과학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