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후천적 영상 세대라고 생각하는 나의 반려자.
어느 순간 부터 활자만으로 이루어진 책은 쉽사리 읽게 되지 않는 매우 치유가 어려운 병(?)에 걸린 그는
이 책이 도착하자 마자 손에 붙들고서 놓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우와.. 이런 곳도 있네...’ , ’이야.. 여기도 꼭 가봐야겠네...’ 하는
혼잣 말도 아닌 쉴새없는 속삭임과 감탄을 쏟아내면서 말이다.
그의 눈을 즐겁게 해준 것은 무엇일까?
겨우 겨우 그의 손에서 책을 건네 받아 ’읽는다’기 보다는 ’눈으로 즐기는’ 시간을 갖고서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10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의 두께와 무게.
그 비밀은... 사진 속 나라와 역사 유적이 서있는 그 시각의 태양 빛 마저 느껴질 만큼 생생한 사진들 속에 있었다.
그 곳을 소개할때마다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 (작가,정치가,예술가,역사가 등)의 어록들은
비록 사진으로 만나는 역사 유적임에도 수천년간 이어온 그 생동적이고도 독특한 기운 -아우라, 영감 들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

후천적 영상 세대, 나의 반려가 이 책을 손에 쉽게 잡은 까닭도 거기에 있으리라.
해외로의 탐문(여행)이 수월해지면서, 짧은 휴가만으로도 쉽사리 머나 먼 타국으로의 비행을 행할 수 있는 지금.
우리가 젊은 시절 가보았던 INDIA, 그 나라의 이름 만으로도 역사로 들릴듯한 그 나라.
세계역사유적 1001 시리즈에서 만나보는 인도의 유적들은...
우리 부부가 거의 방문 했었던 유적이었다.
딱히 ’유적지’를 찾아 돌아다닌 여행이 아니었음에도, 거의 모든 유적지를 만나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아직도 그들은 ’유적’과 함께 삶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먹고 마시고 영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 뭄바이(봄베이)에 위치한 차트라파티 시바지 터미널 (빅토리아 터미널 이라고도 불리움)은
우리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서울의 서울역과 같다.
유적지라 하면 특정한 장소에서 특별한 보호와 엄한 경비를 받으며 존재할듯 하지만,
아직도 이 곳은 24시간 오픈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기차가 떠나고, 도착하고,
수만명의 여행객들과 시민들이 손님을 배웅하고 마중하며 화장실을 이용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다.

새벽 기차가 들어오는 터미널에서 희끄무레 터오는 태양빛에 감사하며 단 돈 200원짜리 손수끓인 커피를 마시던 시간.
과거시간과 현재시간 사이에 나는 들어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다녀본 나라에 대한 좋은 추억들로 그와 비슷한 지역으로의 여행을 갈망하기가 쉬운 편협하고 단순한 나는,
이 책을 통해 더욱 많은 지역과 나라에 대해 눈이 뜨여짐을 만나게 된다.

그저 ’정열적인 나라’로만 생각해오던 중남미 지역이 가진 문화 역사 유적에 대해서는 깊은 호기심이 솟았고,
그저 ’잘 사는 잘난 나라’로만 생각했던 유럽 지역 역시 새로운 시각으로 대할 수 있었다.

더욱 고마웠던 점은, 역사적인 배경이 전무한 그저 ’유명한’ 건물들, (예를 들어 유명 박물관/미술관)
또한 경관이 수려한 자연 환경은 배제 되었다는 점이다.
책임 편집자 ’리차드 카벤디쉬’의 책 소개글은 조용하면서도 묘한 울림이 있는 감동까지 전해옴을 느낀다.
순수하게 인류가 거쳐온 수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는 ’역사 유적’을 충실히 다루고자 했던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돈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 인류가 대단한 가치를 발현하는 능력을 지닌 창조물이라 할지라도
세대에 세대를 거쳐 일궈놓은 삶의 역사, 그 속에서 숨쉬는 숨결은 인류가 가진 어떤 능력으로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아름답다고, 그저 놀랍다고 경탄할 일만이 아님 역시 깨닫는다.
나의 후손들... 그들의 언제까지 이 유적들을 이어줄 수 있겠는가?
그 해답 역시 바로 지금 순간의 역사를 쓰는 우리 안에 있다.
과거의 역사를 넘어, 미래의 역사를 쓰는 우리를 일깨우기 위한 책이 바로
’당신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역사유적 1001 이다. 당신이 죽고 난 뒤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유치부는 유치해야 돼~' 라며 늘상 말씀 하시던 어느 집사님이 생각 났다.
주말이 더 바쁜 직업을 가지신 그 집사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유치부 교사 직분으로 섬기셨는데,
구하기 쉽게 쏟아지는 수많은 간식거리 들을 제쳐두고, 늘 손수 하나 하나 포장하며, 만들며
그렇게 유치부 어린 심령들의 간식 선물을 준비하곤 하셨다.
어른인 우리가 보기에 유치 하기 짝이 없는 사탕 목걸이, 초콜릿 팔찌, 군것질 거리가 담긴 작은 종이 가방..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해서 생업을 유지 하기에 바쁘고, 혹은 피곤한 몸을 뉘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부시럭 부시럭 손수 포장지를 자르고, 리본으로 이어 붙이는 수고로움을...

그 집사님은 왜 그렇게 하셨을까?
그때는 그저 '대단하다' 라고만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을 다 만드시는 '정성'이 대단하다는 마음 말이다.
하지만 [교사여, 일어나라] 이 귀한 책을 만나고 보니...
그 집사님의 그 마음과 행동에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풍요로운 은혜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주중에도 전화하여 어린 아이의 부모와 통화하고, 일일이 주일 아침이면 데리러 가셔서 어린 심령을 '모셔'오고,
예배가 끝난 후엔 방글방글 웃는 얼굴로 집까지 데려다 주시는 그 마음.

아마도, 예수님이 한 마리 잃은 어린양을 찾아 그 토록 애쓰셨던 마음을... 나는 거기에서 보게 된다.
"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
이렇게 한다고 변화 되겠어?
지금까지 이랬으니 앞으로도 이럴꺼야.
"

우리는 너무도 나태함으로, 어떤 순간에나 게으르고 악한 모습으로 주의 직분을 감당하노라고 시간만 흘려보내지 않았나?
그리스도인으로의 신앙 생활과, 직분 받은 자로서의 신앙생활은 특별히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변화 되고, 내가 섬겨야만 나의 직분과 사명을 주님 기쁘시게 이룰 수 있다는 것...

교사라고, 자칭 선생이라고
우리는 어린 심령들 위에 서려 하지 않았을까?
내 자식 건사하기도 힘든데~ 혹은, 내 아이도 아닌데~ 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그들을 대한 적은 없었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20년 교회 교육에 몸담으신 최윤식 목사님은 흥겹고 유쾌한 풀이로
우리의 직분, 사명에 대해 일깨워 주고 계신다.

'에휴.. 그래도 내가 집사인데 못한다고 어떻게 말하나/다른 성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무엇때문에 직분을 감당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숱하게 많다.
감히 누가 알아챌까 두려워서 꺼내지 못했던 속내들을... 목사님은 거침없이 들춰내시고 스스로 보게 하신다.
그리고... 그안에서 다시 한번 일으켜 주시는 은혜와 치유를 함께 보여주신다.

그저 주님 안에서 무조건 잘될거야, 라는 식의 근거없는 낙관론을 버리라고 하신다.
아니, 긍정적이면 다 좋은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금세 일었다가, '아!' 라며 금세 사그라진다.
합리적 낙관론... 우리는 때로는 주님이 주신 것들도 악하게 사용한다.
그저 잘될거야~ 식의 생각으로 우리는 더없이 게을러 지고, 행동하지 않게 되며, 생각하지 않게 된다.
합리적 낙관을 가진 교사.
말씀과 믿음, 비전을 심어주고 이를 확신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섬기는 자세를 깨달으라 충언하고 계신다.

또한 '한 번에 변화 될 것' 이라는 우리의 조급한 착각 역시 단연코 버리라고 하신다.
내가 교사라는 직분으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착각도 버리라고 하신다.
그저 말만 하는 지도자가 아닌, 행동하는 리더쉽으로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사명을 완수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끊임없이 독려하고 계셨다.

나는 교사가 아니니까 뭐~ 라며 안일해지는가?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 만나는 조카들, 전도하는 이웃들... 그들에게 본이 되는 모습이 되어야 함은
우리가 모두 '교사'로의 직분을 받았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무늬만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제는 진정으로 속마음을 찢어내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오늘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