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중학,고교시절에 읽으며 사춘기를 고민했던 책이라고, 또는 훗날 작가가 된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해서 한 사람의 방향을 틀었던 책이라는데 나는 이제야 읽었다. 그런데 참 다행이었다 싶었다. 내가 이 책을 중학교때 읽었으면 아마 이해못했겠구나. 그리고 혼란스러웠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히고, 기독교 신앙의 체계가 내 삶에 완전히 자리 잡힌 지금의 나는 이 책을 건강하게 볼 수 있었고, 선과 악에 대한, 도덕성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의 문학성을 조금이라도 놓친 건 아니니 딱 좋은 거 아닌가.

나는 반 평생을 산 지금에도, 아니 어쩌면 그동안 인생을 살아보니 더더욱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 온화한 광채, 맑음과 깨끗함, 두드럽고 다정한 이야기들, 깨끗이 닦은 손, 좋은 관습,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용서와 선한 원칙들, 사랑과 존경, 성경말씀과 지혜가 있는 세계를 지향한다. 싱클레어가 혼란스러워 했던 두세계에서의 갈등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그에 따른 데미안의 두 세계를 다 인정한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했다. 내가 지금 읽었으니 그건 아니다 라고 분별하며 읽었지 어릴 적에 읽었다면 충분히 혼란스럽고, 설득력 있어 보이는 - 최소한 사춘기 청소년에게는- 사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중에 내 아이들한테는 다 자라서 스스로 세계관 정립이 된 후에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내용에 비해, 헤르만 헤세의 문장은 가히 경이로웠다. 어쩌면 그렇게 심리를 문장으로 잘 묘사했을까 놀라웠고, 마음속 혼란을 글로 그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감탄했다. 물론 그랬으니 노벨 문학상을 받았겠지만서도...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세는 결국 자신의 글로 자신의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을 살았던 것 같다. 나를 찾아가는 길은 여전히 40이 다 되어가는 나에게도 숙제다. 그런데 나는 나를 찾아간다기 보다는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길들여지지 않은 것에서로 부터 나를 지으신 이를 알아갈수록 다듬어지고, 길들여져서 그분과 평화를 이루고 나면, 나와도 평화를 이루고, 주변의 다른 이들과도 평화를 이루고 살 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글을 쓰고 싶었던 참에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제목으로 부터 느껴지는 책을 쓰는 법을 알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사두었다가 몇개월 지나 지난주에 읽었다. 중국 당시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때로는 숨이 찰 정도로 웃음이 났고, 또 때로는 가슴 따뜻한 공감을 이루어 내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마라톤 얘기나 군대생활 얘기, 돈없어 만화방에서 하룻밤을 떼우다 만화방 할아버지가 아르바이트임을 알았던 에피소드는 너무 재밌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 나이도 어느새 내년이면 마흔이다. 나는 내가 마흔이 될줄 몰랐던 것처럼- 막연하게는 생각했지만 정말 마흔이 되는 날이 올줄은 몰랐나보다- 남이 쓴 수필을 읽노라면 감상에 젖던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행간에 느껴지는 삶을 읽게된다. 때로는 이런 말은 이해가 안되면 좋으련만 싶은 고뇌와 고독, 그리고 가난, 절망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면 공감의 기쁨보다는 쓸쓸하기 짝이 없다. 나는 어쩌자고 이런 글들이 이해가 될까? 온실 속의 꽃처럼 살아서 좀 모르면 안되나... 그러나 작가가 말한것처럼 이 모든 것이 이제는 나의 그림자이고 나의 무늬가 되어버린 나이 마흔이다.

나도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게 되었을 때가 오래되지 않았다. 젊은 날 꿈도, 희망도 기대도 열정도 있었건만 30대 중반이 되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씁쓸하기 그지 없지만,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 어떤 경우라도 상심에 이러면 안된다.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잘 살아보자" 며 다시 기운을 낸다.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랬다. 이걸까 저걸까 항상 둘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둘다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정말 맞는 답이 뭔지는 모르는채 때로는 상황에 이끌리어, 때로는 오래동안 고민하고 생각하고 분석했지만 막상 결정을 내릴때는 그냥 될대로 되라며 쉽게 결정을 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서 있는 지금 이 자리, 글쎄 후회나 아쉬워는 안 할란다. 동전의 양면처럼 내가 무엇을 선택했어도 겪었던 좋았던 것과 나빴던 일은 있었을 거니까. 그 어느 것도 좋은 것만도, 나쁜 것만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려서 일까. 인생이 좀 재미가 없긴 하다. ㅋ 다 그런거지 하는 허무함이 이미 가슴속에 자리잡혀서 어느것이든 다 만찬가지야 하는 김빠지는 마음이 더 크다.

 

이 책은 가벼운 수필식으로 작가의 지나온 삶과 사랑했던 것들, 소중한 것들을 다루고 있는 동시에 참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중국 당시도, 전혜린교수도, 그 외 이 책속에 나오는 인물과 책들과 시들을 그때 그때 찾아가며 읽었다. 최대한 작가와 공감하고자하는 의도였는데 그러면서 새로이 알게된 것이 참 많아졌다.

 

kitchen table noble. 한번 해보자. 작년에 시작한 내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야겠다.

기억에 남는 한줄 평이라 하면, 나의 선택이 아닌 하나님의 선택, 그리고 나의 최선이 아닌 하나님의 최선이다. 그동안 내가 원하는 배우자를 위해 기도했는데 이제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실 배우자를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하나님을 믿으니 그가 선택하실 것과 그가 주실 때와 그의 최선을 믿는다. 오히려 안전하고 평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최근에 하나님이 No하신 사람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거의 완전히 떨치게 되었다.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분의 선택을 믿고, 그분의 뜻을 믿고, 그분이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내려놓을 수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말씀구절들이 많은 힘이 되었다. 저자의 말보다는 역시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회복시켰고, 그 말씀들이 기도제목이 되고, 그 말씀들이 소망이된다.

 

데이트가 아닌 코트쉽. 그러나 난 이 책을 통해서 코트쉽이라는 것에 대해서 뭐 딱히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코트쉽을 계속 얘기하긴 하지만 코트쉽이 정확히 뭔지에 대해서는 정리를 안한 것 같고, 데이트랑 대조하긴 했지만 데이트의 단점을 지적함으로 코트쉽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전개를 해서 뭐랄까~ 코트쉽 그 자체의 장점과 매력을 별로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다소 성적이고 육체적인 관계에 대해서 책 전반에 걸쳐 우려를 표현하고 많이 다루었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중요한 부분이라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다소 책이 재미없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상담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싱글들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분석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적절하고 지혜로운 마음에 와닿고, 현실적인 대책이나 대안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문제점을 지적할때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분석하는데 해결책은 하나님이 해주실 것이라는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결론을 내려서 실망하기도 했다. 기독교 상담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한 chapter를 모두 문제를 분석하고 마지막 한줄로 '그러나 걱정말라 하나님이 치유하실 것이다'라고 하는건 분명히 진리이고 맞는 말이지만, 뭔가 아닌듯하다. 하나님이 덮으신 문제를 들춰 다시 다 기억나게 하고 상처를 후벼 파는 분석을 장황하게 하고 결론은 하나님의 은혜로 덮으려는 자세는 수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기독 상담책은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주의해서 봐야할 책이고, 책으로 인해 너무 많이 영향을 받으면 안될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책을 읽을때는 말씀을 더욱 많이 읽고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워낙 상담가들의 말이 좋아서 말씀보다 더 내 영혼과 삶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