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대학시절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자했으나

"유럽은 역사 속의 도시야.  그런 곳은 나이가 들어서 가봐야지"라고

 남겨둔 미지의 세계.

가지않고 고히 모셔두었더니 이젠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다리 굽혀서

 열시간 넘게 가려니 힘들어서 가기 힘든 곳.

​과거만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방문했다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미래가 꿈틀거리는 곳임을 알고서 땅을 치고 후회한 곳.

그 곳의 묘한 분위기에 그냥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기억이 여전하지만

쉽사리 떠날 수는 없는 왠지 모를 먼 동경의 여행지가 바로 유럽이다.

그렇기에 모든 여행기가 그렇겠지만 특히 유럽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큰 설레임을 안고 읽게되는 것 같다.

​

전편인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이 상반기 베스트셀러자리를 꿰차고 있어서일까,

설레임에 기대를 더해서 이 책,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 10"을 펼쳤다. ​

이런류의 여행에세이가 너무 오랜만이어서일까,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다.

특별한 하루, 예술과의 조우, 맛있는 장소, 휴식을 위한 여행지 등

 다양한 컨셉을 바탕으로 소개된 여행지들,

그러나 분명 장소의 이름과 사진이 있으나 구체적인 행동지령이 빠져있었다.

그냥 '와~ 좋다, 이런 곳도 있구나, 이럼 정말 좋겠다~'라며

넋을 놓고 바라볼 뿐 방향을 찾지못했다고나할까.

그러다 추천된 장소와 관련된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냥​ 그 이야기를 듣고있다.

딱히 그 장소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보단 그냥 이곳에선 이런 생각을 해봤고

 이런 행동을 해봤고 이런 것도 만나봤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 여행 참 좋다....'라는 느낌이 절로.

이 책은 여행지를 추천한다기보단

여행의 참 맛을 즐기자로 시종일관 외치고있는 듯했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보는 여행보단

나를 그곳에 두는 여행을 추구하는 요즘이기에

작가의 여행컨셉이 더욱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다. ​

여행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그 중 가장 공감하는 건 마지막에 나와있었다.

"상품은 사는 순간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여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져

더욱 풍요로운 감각의 보물창고가 된다.

경험을 곱씹을수록, 추억을 되새길수록, 여행지에서 겪은 모든 일들은

지금 여기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데 영양제가 되고 진정제가 된다."

​

여행, 그 참 맛을 느끼는 방법을 제안한 책,

이 책을 읽으면서 꼬깃꼬깃 많이도 접어두었다.

별도의 인덱스가 없고 나라별로 정렬되어있지않아 표시가 필요하다^^

이 책에 소개된 곳 중 꼭 가고싶은곳 한 곳을 고르자면 독일의 엘마우성.

표지에도 소개되지않은지라 아마도 top 10에는 속하지않겠지만

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지식, 예술, 레저, 휴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나치에 충성을 맹세했던 성주의 자손이 조상의 과오를 공식적으로 반성하면서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난 곳.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과

알프스로의 산책길까지 제공하는 놀라운 '1+1'​

아.... 생각만해도 너무 좋은 것 같다.  가고싶어라~

​

사실 이 책은 '유럽으로 떠나세요~'라고 말하지않는다.

오히려 제주도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는지라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 제주도를 먼저 가고싶을 정도.

여행의 깊은 희열은 '무엇을 하기'보다 '무엇을 하지 않기'​에 있다는 것처럼

무언가를 내려놓고 그 속에 젖어들 수 있는 곳이라면

 유럽이면 어떠하고 뒷골목이면 어떠하리.

그냥 잊고 내려두는 그 휴식이 좋은 것 같다. ​

산 아래에 살고있는지라 형제들이 매일 하는 일이

개미관찰, 민들레 씨 날리기, 개구리소리 들으면서 잠자기 등이랍니다.

그런데 가끔씩 아들이 질문합니다.  "엄마, 이 꽃은 뭐에요? 엄마, 저 새는 뭐에요?"

헉!  분명 태어나서 10년이상을 시골에서 자랐지만

엄마는 식물과 동물에 대해서 문외한이라는 사실 ㅠㅠ

정말 식물도감, 동물도감이라도 사서 들고다녀야하나 생각할 즈음

 숲에 관한 책을 만났어요.

여름이 한창 시작되는 무렵에서야 출간된

 시공주니어의 숲 유치원 시리즈 중 첫번재 "살랑살랑 봄바람이 인사해요"랍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풀피리를 불고 화관을 쓰고

 즐겁게 놀고있는 듯한 모습인데요

형제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더라구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숲,

 그럼 과연 봄의 숲에선 어떤 식물과 동물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면지에서는 책 속에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 곤충을 먼저 만나볼 수 있어요.

세밀화로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별이에게 알고있는게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달이가 먼저 '나비, 무당벌레'를 외치네요.

별이는 강아지풀, 민들레, 토끼풀을 알고있었담니다.

엄마는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별이만큼 달이만큼 알고있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펼칩니다. 
 

제목아래로 등장하는 네 명의 아이들. 

밭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엄마가 손을 흔들어주시고 아이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숲으로의 산책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설레어보여요.

이 책은 숲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숲 산책을 가서 만나게 되는
 숲의 모습과 활동을 순차적으로 소개함으로서

한 권의 이야기책을 읽는 느낌이랍니다. 

"볕 드는 자리마다 토끼풀이 다복다복 피어 있어요.

토끼풀은 동글동글 작은 잎이 세 장이에요.

하얀 꽃을 따서 요리조리 엮으면, 어느새 팔찌와 화관이 되어요"

글이 너무 이쁘죠^^ '다복다복'이라는 의성어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토끼풀에 대한 설명도 간단하게 곁들여져있고

 자연으로 놀이하는 방법도 제시되어있어요.

또한 흑백으로 그려진 남방노랑나비와 토끼풀을 그림 속에서 찾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는 구성이랍니다.

별이는 아직은 토끼풀 속 네잎클로버찾기보다는

 반지만들기를 더 좋아하는지라 자기도 해봤다며 반가워하더라구요.

저희 동네에서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바로 벚나무이야기에요.

벚나무의 열매 버찌를 먹어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즙을 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유독 빠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는 방법을 몰라서라는 걸 읽은 적이 있어요.

우리 어릴 적 오징어 다리, 고무줄 놀이, 손으로 하는 여러 놀이들,

 그리고 이런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들을

요즘 아이들은 거의 아는게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자연 놀이를 책 속에 풀어놓았다는 점이 너무 맘에 들더라구요.

별이는 즉석에서 버찌열매를 찧는 시늉을 하더니

 엄마는 또봇Y로 본인은 또봇X로 변신을 했담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인 뽀리뱅이 줄기를 입에 물고

 살그머니 누른다고 했을 때 의아해했던 별이.

아하~! 피리처럼 연주할 수 있다고하니 본인은 그걸 사이렌으로 사용하겠다네요.

앞으론 또봇이 출동할 때 뽀리뱅이를 불거라고해요 ㅎㅎ

흙과 꽃을 이용해 꽃 케이크와 꽃 떡을 만든 아이들.

케이크에 필요한 촛불은 바로 민들레 씨였담니다.

처음엔 민들레씨는 힘이 없을텐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마지막에 촛불을 부는 장면, 후~

아~ 맞아요.  민들레 씨를 불면 바람에 날아가니

 이 장면 너무 이쁘게 보이더라구요^^

이야기가 끝난 후 숲에서 만나는 꽃나무와 열매, 풀과 들꽃, 동물, 곤충에 대해서

 이름과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져있구요

신나는 자연놀이 중 뽀리뱅이 풀피리를 부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있담니다.

세밀화로 그려져서 직접 숲에서 만나도 알아볼 수 있을만큼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뛰어놀 때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인데요

시공주니어의 숲 유치원 시리즈가 그래서 더 반가운 것 같아요.

또래 아이들의 숲 산책을 따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봄 숲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 어울어져 노는 방법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더라구요.

이제 바야흐로 여름이니 여름편이 얼른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