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라는 단어...
어느 순간부터 참으로 많이 들어본 단어인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 기억이 있다.
'과연 영재로 자란다는 건 어떤 걸까?', '영재를 키우는 부모는 어떤 느낌일까?'
얼마 전 과거 화제가 된 영재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 있었는데
그 기사 아래 덧글이 내 마음 같았다.
영재라는 이유만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을텐데...
어른들이, 아니 '영재'라는 단어가 그 아이를 가두어두는게 아닌가하는
안타까움같은 것들 말이다.
루이스 새커의 장편소설 '언젠가 앤젤린은'의 앤젤린은 바로 영재소녀이다.
책에서는 천재소녀로 불리우며 이슈가 되기보다는 왕따를 당하고
아빠는 너무 똑똑한 딸을 어려워한다.
여덟살이지만 6학년에 배정받은 앤젤린...
지적수준은 이미 6학년을 넘어서 선생님보다도 높지만
아직도 손가락을 빠는 어린 아이다.
하지만 친구들이나 선생님은 앤젤린이 너무 똑똑해서 싫어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는 청소부인 자신이 똑똑한 딸을 잘 키울 수 있을지
늘 걱정이고 부담인지라
사랑을 표현하는 일부터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일까지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천재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앤젤린의 이야기가
어쩌면 너무 어두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절친이 되는 분의 등장부터 난 이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하! 이 책은 바로 루이스 새커의 책이었지!'라고 떠올리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접했던 루이스 새커의 첫번째 책은 '개는 농담을 하지않는다'였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번역을 했는지 모를만큼 깨알같은 유머가 넘치는 책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자기의 이름까지 유머소재로 활용해
이름을 군(멍청이)라고 불러버리는 분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5학년 친구 분과 함께 지내면서 친구라는 존재를 갖게되고,
분으로 인해 알게 된 멋진 선생님 미스터 본(역시 Miss 터본)을 통해
학교생활에도 재미를 붙여가는 앤젤린.
친구가 한 명 생기고 멋진 선생님이 한 분 있다는 것이
왕따 완전 극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듯했다.
담임선생님과의 끊임없는 갈등과 정작 본인의 교실에서는 어울리지못하는,
유령같은 존재...
놀림감이 되어서야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앤젤린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갈등을 해소해가는 이야기,
더불어 짧게나마 곁들어지는 사랑이야기와
크라이막스로 치닫는 앤젤린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까지!
정말 마지막 몇 챕터는 중간에 읽기를 중단할 수 없을만큼 재밌게 읽어내려갔다.
책에서 가끔 등장하는 말이 있다.
앤젤린은 자신이 지금 알고있는 걸 언제 어디서 알게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그 말처럼 왠지 모를, 다소 몽환적인 느낌의 삽화가 첨부되어서
더욱 더 흡입력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정말 책에서는 천재소녀를 만나고도
그저 어린 친구를 대하듯 농담 따먹기를 한 분을 통해서
진정한 관계맺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깨알같은 유머를 적재적소에 심어두면서도 잔잔하게
소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