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이라는 것이 모든 가족구성원들을 만족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을 위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부모는 나름대로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은 핸드폰만 가지고 만지작 거리고. 아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핸드폰과 함께 여행을 나온 기분이 들 정도이다. 혹여나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간다고 여행 주제를 정할 때도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싫어하는 박물관이나 유적지 등을 억지로 가게 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반성이 되었고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이야말로 내가 하고싶었던 그런 여행이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저자가 아이와 한 여행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도 있었다.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오는 날, 밖에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고 아이들을 신나게 밖에서 놀게 해준 일이 있었다. 나는 아이를 그런 식으로 키우고 싶다.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은 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아이들이 마음껏 하고 싶은대로 해주고 싶었다. 저자도 아이에게 바람을 느끼게 해주려고 태풍 속에 아이가 바람을 철저히 느끼도록 하였다. 아이는 마음껏 바람을 느끼면서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했으리라. 아니면 적어도 그 추억만은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서도 힘들 때나 어떤 상황에서 하나씩 꺼내보며 추억하기도 하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는 그런 일들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말하고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저히 아이가 주인공이 돼서 여행을 한다. 아이의 생각이 아무리 이치에 맞지 않거나 터무니 없어 보여도 그 자체로 존중해주는 것이다. 나도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이는 아이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저절로 창의성이 자라게 하고 생각도 깊어지고 자존감도 강해지는 등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데 중요시했던 것들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칠흙같이 깜깜한 밤을 경험시켜주기도 하고 향기달력을 만들기도 하고 죽음을 두려워한 아이와 함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비밀기지도 만들어보는 등 아이와 함께 한 저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부러웠다. 나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여행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들과 철저히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시골로 여행을 간다. 그땐 바깥 평상에서 깜깜한 밤을 의지해서 밤하늘을 관찰하며 밤을 느껴보려한다. 내 어릴 적 밤하늘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 일찍 자라는 말은 하지 않고 말이다.

 30여년전에 출간되어 아주 유명해진 이 책을 이제사 읽게 되었다. 이번에 책이 새롭게 나온 것은 기존의 것을 조금 수정하고 20편 정도를 뺐다고 한다. 생각이란 변하는 것이니까 그도 그럴 것 같다.

 이 책은 삶의 경험을 토대로 깨달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중에 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자 책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우리는 유치원에서 모든 것을 배웠을까? 물론 그 외의 것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우고 있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정말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배운 것 같다. 커가면서 어려운 낱말과 문장을 통해 배우지만 유치원 아이들에게 배우게 하는, 그들이 알아듣기 쉽게 하는 말들을 통해 정말 모든 것을 배운 듯 싶다. 유치원에서 일생생활에 필요한 청결과 위생에 대해서도 배우고 삶과 죽음도 배우고, 나눔의 철학도 배우고 배려라는 것도 배우게 되고 .. 언어와 제도, 법칙 등이 어려워지고 복잡할 뿐이지 그때 배운 것들을 여전히 복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 책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깨닫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꾸미지 않은 담담한 어구를 사용해서 참 친근하게 다가왔다. 화려한 문체가 아니라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글쓰기에 깨달은 내용들도 언제가 한번쯤은 해봤음직 하는 소소한 삶의 철학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적지 않은 감동과 함께 충격을 받은 이야기도 있었다. 작가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 때 학장이 예산서를 제출하면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퇴짜를 맞았다. 액수가 너무 많아서 그런가 해서 액수를 줄였지만 알고보니, 예산에 즐거움을 위한 항목과 남을 도와주는 데 쓸 돈 항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얼마나 멋진 학장인가? 인생의 가치는 먹고 입고 자는데만 있는게 아니라 즐기고 남을 돕고 하는 등의 활동에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과연 우리 주변에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참 흐뭇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비록 나온지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에 대한 생각, 천사에 대한 생각, 이웃에 대한 생각, 제도에 대한 생각, 소망에 대한 생각 등등 소소한 그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곰돌이 푸는 정말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노란 곰돌이는 어찌나 귀여운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곰돌이 푸. 그 원작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원작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나온 이야기이다.

 곰돌이 푸 만화를 즐겨는 봤는데 어떤 내용의 만화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꿀을 좋아하는 곰돌이 푸가 꿀벌에 마구 쫒기는 모습밖에는 기억에 없는데. 이 책에서도 곰돌이 푸는 꿀을 정말 좋아한다. 꿀을 먹고픈 유혹에 못 견뎌서 이요르의 생일 선물로 주려는 꿀을 자기가 먹어버리지를 않나, 헤팔룸푸를 잡으려고 구덩이를 파고 꿀단지를 넣어놓기로 했는데 그 것도 거의 다 먹어버리지 않나, 꿀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꿀을 열 개씩이나 집안에 저장해두기도 하고, 비가 억수로 온 날은 꿀단지를 타고 집에서 탈출에 성공하기도 하고, 꿀에 관한 일화가 참으로 많다. 이렇게 꿀을 좋아하는 유혹을 못 견뎌 일을 그르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겹쳐서 떠오르곤 했다. 아이들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곰돌이 푸는 그런 순수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닮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동화되면서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곰돌이 푸는 참으로 엉뚱하고 어리숙하기도 하다. 자신의 발자국을 다른 동물의 발자국으로 착각해 계속 누구의 발자국인지 알아내려 발자국을 따라 맴돌지를 않나, 자신의 집에 온 피글릿이 문을 두드리지 못하자 자기가 대신 문을 두드려준 다음 주인이 누구길래 안 나오냐고 묻기도 하고..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곰돌이 푸의 어리숙하면서도 엉뚱한 모습때문에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그런 곰돌이 푸가 무척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그의 어리숙함- 이 책에서는 머리가 나쁜 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지를 않다. 그런 모습이 무척 순수하게 비쳐지고 사랑스럽다.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여유로워지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동화인 것 같다.

 비가 많이 온 어느 날, 피글렛을 구하기 위해 우산을 뒤집어 타고 가자는 아이디어를 낸 곰돌이 푸. 그런 그의 명석한 아이디어로 피글렛을 구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선물을 받게 되는데, 연필세트를 받게 된다. B,HB,BB연필이 든 연필세트인데 그 연필에 쓰인 알파벳의 의미를 알고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곰돌이 푸가 어리석고 엉뚱하게도 나오지만 생일날 울적해 있는 친구에게 선물을 전해주려 하고, 잃어버린 꼬리를 찾아주려고도 하는 등 마음이 따뜻한 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동물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어린 아이들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