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아들을 하나 두고 있긴 하지만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어찌나 어려운지 모르겠다. 크면 클 수록 대화 주제도 없어지고 대화할 시간도 없어지고 있다. 우리 집에는 도란도란이라고 해서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데 바로 잠자기 직전의 시간이다. 그 시간이 대화할 시간인데 아들이 그런다. 엄마는 말을 안 한다고. 그래서 들어주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막상 정말 대화 주제로 어떤 것을 삼아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기껏해야 요즘 아들이 하고 있는 게임 이야기나 들어주는 것말고는 별 할 말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아들을 키우면서 호주의 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계신 분이 쓰신 책이다. 교장 선생님으로서와 아버지의 입장에서의 경험이 녹아져서 여기 있는 10가지 주제를 택한 것인데, 사랑, 정체성, 가치, 리더십, 성취, 건강, 함께 살기, 돈, 성, 극복 등이 바로 그 주제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들과 해야할 대화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 많은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아이가 엄마는 잔소리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슬쩍 들었는데, 저자는 진지한 대화는 너무 자주 하면 안 좋다고 하면서 다섯 가지 대화 기술도 소개하고 있다. 간단 명료하게 이야기하면서 유머 감각을 사용하며 특정 활동을 함께 하는 것 등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대화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이라면 리더십, 금융, 성에 대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리더십은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나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그게 리더십이라는 것인데, 이는 집 안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다하고 그게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으로 그런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또 아들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좌우할 힘이 있다는 것도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얼마나 사람의 감정이 요동을 치는지, 그리고 그 것이 그 사람에 대한 평판도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아들이 금융에 관한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리스트를 적어주었는데, 나도 대부분 모르는 것들이었다. 이런 것들을 주제로 삼으려면 내가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하나 배워두려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금융 개념을 철저히 가르치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보면 자세히 어떤 식으로 대화해서 그 개념을 심어줘야 하는지 잘 나와 있다. 성에 대해서는 특히나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인데, 우리나라도 많은 청소년들이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성 경험을 일찍 시작하고 미혼모 등의 사회적인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는데, 아들과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어느 정도까지 아들과 이야기해봐야 하는지 조금 고민되는 것도 있었다.
아들에게 조금씩 기회를 잘 포착하여 잔소리가 아닌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여기있는 주제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부디 우리 아들과 대화의 물꼬가 잘 트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