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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책을 처음 봤을때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 어떤것이 아닌 책 제목의 서른셋이라는 글자때문이었다. 내 나이 올해 서른셋... 서른셋의 지구끝으로 가다니 대체 저 작가는 어떤 배짱이 있고 어떤 삶을 살고 있기에 서른셋의 나이에 모든걸 버리고 떠날수 있었을까?
제목만으로 그가 너무 부러웠고, 질투가 났으며,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책장의 첫페이지를 열면 작가의 말에 이런문구 나온다.

’이책이 남극 여행 가이드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이 책을 읽고 남극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독자가 계시면 꼭 저한테 아려주십시오. 제가 실용적인 정보들을 아려드릴 테니까요.’

처음 나도 이책을 접했을때는 남극 여행기의 기행문 정도로 알고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작가에게 질투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처음시작에 작가가 왜 남극으로 떠나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나오는데 고경남 작가 또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현실에 지쳐 마치 장난삼아 신청해본 남극 신청기가 후순위으로 덜컥 붙고 남극으로 떠난다하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말릴 줄 알았지만 현실은 몸조심하라는 말뿐 현실이 지루해 신청했던 남극기가 현실이 그에게 등떠밀어 가게 되었던 같다.

제1부 남극의 사람

1부는 작가의 남극 생활기가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의사로써 참석하게된 남극기에 그가 생활하는 세종기지의 소개부터 하루의 일과와 세종기지가 위치한 곳은 남극의 끝자락 실은 그리 춥지 않다는 비밀까지 폭로가 되어있다.
그래서 한해를 시작하는 1월 1일 한국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절대 현재 기온을 말하지 않는다는 일화가 있다.
1부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는 남극의 별미다.

’아르헤티나 주바니 기지에 가서 비타500 한 박스와 인삼차를 주고 얻어 온 양고기로 아사도 파티를 열었던 그 화창한 오후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따스한 햇살이 푸른 유빙 위로 떨어지고 펭귄들이 여기저기 돌아나니고 양고기가 익어간다. 축복같은 순간이다.’

제2부 남극의 생명

2부 남극의 생명에는 작가가 틈이나면 돌아나면서 본 남근의 많은 생물들... 그중 가장 으뜸은 모두와 같은생각으로 역시 펭귄이다. 많은 종류의 펭귄들의 사진과 그들의 사는 모습도 있으며, 남극의 동물과 생물들을 보고 고경남 작가의 병원 생활기도 함께 소개가 된다.
고경남 작가가 왜 소아과 의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소아과 의사를 하면서 느끼는 열정과 가슴따뜻한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백혈병환자 은지에게 요추천자를 하기 위해 비장한 모습으로 환자와 대면하지만 평소 가장 자신있었던 기술을 몇번 실패하고 다른사람에게 부탁해 성공한다음 은지를 보기가 두려웠지만 아이는 너무나 순수한 눈으로 작가를 삼촌으로 부르면 따르던 모습, 아직도 그 아이에게는 의사 선생님이 아닌 영원한 삼촌으로 남고 싶은 작가의 따뜻한 열정이 숨어있다.
비록 이 어린 백혈병환자는 성인이 되어 고경남의사로 기억을 할 뿐이라도...

’은지가 어른이 되면 생사의 경계에서 백혈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과 싸우면 오랫동안 병원에 다녔던 기억은 어렸을때 감기에 자주 걸려서 병원에 자주 다녔다는 정도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변하겠지. 그 기억속에 나는 수많은 희 가운중의 하나일 것이다.하지만, 나는 은지를 영원히 조카로 기억할 수 밖에 없다. 은지가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던 순간의 설레임을 결코 잊으 수 없기 때문이다.’

제3부 남극의 풍경

3부에서는 계절별로 변하는 아침 저녁의 하늘과 빙산의 푸른 결정체가 정말 아름다운 사진으로 가득 채워진 페이지이다.
책에 있는 불을 연상케 하는 붉은 빛으로 덮혀있는 하늘은 여러분 꼭 봤으면 좋겠다.

’아침에 유빙이 가득 찬 바다 위로 안개가 몰려오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마구 셔터를 눌렀다.친구에게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줬더니 묻는다.
’이런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면 기분이 어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사진을 찍을때 이런 생각을 했다. 구도는 어떻게 잡을까. 감도는, 노출은... 아, 갈매기 날아간다.
빨리 찍어야 겠다... 나는 풍경을 직접 눈으로 봤지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달랑 사진만 남았다. 그때 왜 차분하게 풍경 속에서 호흡하지 못했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남극을 가기 위해서 작가에게 전화를 할 용기는 아직까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배낭을 둘러매고 집 밖을 떠난 2박 3일 정도의 혼자만의 여행을 할 용기는 생겨났다. ’고경남 작가는 서른셋에 지구의 끝 남극까지 갔아왔잖아.... 그렇담 나는 서른셋에 한국의 끝은 가봐야지’라는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