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에 관심이 많다.
알은 척도 하며 있어보이고 싶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가까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몇권 읽고 공부를 해도 도무지 깨우쳐지지 않는다.
특히나 현대미술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 표지에서 말하듯 다섯 살짜리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조악함에
저게 과연 예술인가 의아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 시켜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책 표지는 공간개념 '기다림'이라는 작품이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인 평면(2차원)은
'베었다'는 파괴적인 행위를 통해서 입체적(3차원)으로 재탄생했다.
처음 이 표지를 봤을 때 나는 왠지 제왕절개가 떠올랐다.
출산의 경험이 없지만 저 사이로 우는 아기를 꺼내야 할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나의 생각과 책의 해설은 차이가 많이 있었지만 작가의 辨처럼 나는 이 작품에서
폭력적 파괴가 아닌 탄생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작품마다 기호를 통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이 기호를 숙지해 두는 게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앞에 기호를 숙지해 두었다면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책에서 중요히 말하는 건 작가의 '의도'가 작품에 담겨 있다면 그건 예술로 봐도 된다는 거다.
하지만 각종 매체에서 보면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나 어린아이 아무 생각없이 한 낙서가 예술로 불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런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가 과연 있을까?
그럼에도 어째서 예술이라고 불리우는 건가.
그리고 어떠한 작품을 예술이라고 정의 내리는 건 대체 누가 하는 건가.
그리고 또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건
나는 예술이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달리가 만든 '바닷가재 전화기'를 보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여기서 성과 음식의 연관성을 연상하기란 연간 힘들지 않겠다.
작가의 '의도'와 대중들이 이해한 '의미'가 현격하게 차이가 있다면
그 책임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작가의 무능함에 있을까,
깨우치지 못한 대중의 무지에 있을까.
꽤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채소가 시들면 매달려 있는 화강암은 떨어진다.
유한한 모든 것에 대한 시간이라는 형벌의 긴장감을 말하는 듯 하다.
보기에도 작가가 말하는 바가 뚜렷해서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속옷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속옷을 빨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면 더 재밌었을 듯 하다.
그렇게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은밀한 물건으로 아름다움을 재창조 했다는 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초콜릿과 새모이로 만든 작가의 자화상이다.
이 작품을 바깥에 두고 새들이 쪼아 먹게 했다.
내가 생각한 바와 많이 달라서 책의 해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 작품이 인간의 외면의 무의미함과 인간은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걸 말하는 듯 한데
해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을 감상한 후에 해설과 나의 이해가 어떻게 다른지 읽어보고 재감상하면 더욱 재밌겠다.
이해가 되고 재밌는 작품도 많이 있었지만 정말 의미를 알 수 없고 해설조차 의아한 작품도 꽤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렇게 어려워했던 현대 미술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줬다.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나만의 해석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좀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줄다리기를
즐겁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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